가수 성시경이 지난 3일 열린 토이 정규 7집 발매 기념 콘서트 'Da Capo(다 카포)'에서 유희열을 두고 한 말이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던진 이 말이 씨가 됐다. '감성 변태'로 불리던 유희열은 '진짜 변태'로 몰리고 있다.
6일 오전 유희열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콘서트 도중 일부 발언에 대해 사과했다. 그는 "이번 공연 중에 경솔한 저의 가벼운 행동과 말에 아쉽고 불편해하시는 분들도 계셨을 것"이라며 "무척이나 죄송해지는 밤"이라고 했다.
이어 "오랜 시간 아끼고 간직해온 기억들도 한마디의 말로 날려버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더 깊게 새기면서 살아가야 겠다는 생각에 부끄럽고 마음이 무거워 진다"며 "정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앞서 여자 관객들에게 "다리를 벌려달라"고 농담을 던진 것이 SNS 등을 통해 문제가 됐기 때문이다.
이번 공연은 무려 7년 만에 열린 자리였는데, 소중한 추억으로 기억되어야 할 순간이 한 마디 탓에 상처 입게 됐다.
그렇다면 당시 현장 분위기는 어땠을까. 유희열은 공연 둘째 날인 지난 3일 7년 만에 팬들과 만나게 된 벅찬 소감을 전했다. 그는 공연 초반 "7년만의 토이공연이라 나도 가슴이 벅차다"며 "다들 행복한 모습이라서 보기가 좋다. 힘든 시간이었지만 다들 잘 살아왔다"고 인사했다.
이어 "곧 자랑스러운, 전설적인 분들이 등장한다. 아마 CD로 듣는 것과 똑같을 거다. 왜 공연장서 들어야하는지 이유를 모를 정도"라며 "다만 내가 부르는 노래는 라이브에서만 느낄 수 있다. 음정이 흔들리는 건 기교"라고 농담을 던졌다.
오랜 시간 함께해준 팬들에게도 반가움을 표했다. 유희열은 "토이라는 이름으로 뭉친 외로운 사람들이 다 와있다"며 "얼굴이 살짝 살짝 보인다. 여중생, 여고생이던 분들인데 얼굴이…"라고 말끝을 흐려 현장을 웃음 짓게 했다.
문제가 된 발언은 이 때 나왔다. 그는 "공연에서 힘이 날 수 있게 앞에 계신 여자분들은 다리를 좀 벌려 달라"고 말해 객석을 초토화 시켰다. 자신도 수위가 다소 높다고 판단한 듯 "다른 뜻이 아니라 마음을 활짝 열고 음악을 들으란 것"이라고 수습했다.
유희열은 이후 "남자라고 하면 나밖에 몰랐던 시절로 돌아가자. 화장이 지워져도 상관없다"며 팬들과 함께 '화이팅'을 외쳤고, "우린 기적 같은 추억들을 공유하고 있다. 같이 돌아가 보자"며 본격적으로 공연을 시작했다.
이후 공연은 무려 4시간 동안 이어졌다. 오후 8시 15분경에 시작돼 자정이 다 돼서야 끝이 났다. 화려한 보컬진의 무대가 연이어 펼쳐졌고, 유희열과 게스트들은 서로 농담을 주고받으며 특유의 입담을 과시했다. 윤종신은 "토이를 업어 키웠다"며 유희열과의 첫 만남을 추억했고, 조원선은 "유희열은 평소 상남자인 척 한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김동률은 "토이 7집에 참여하기 위해 여행 갈 때마다 허락을 받았다"고 회상했고, 성시경은 "유희열의 선그라스 낀 모습이 딱 '졸부' 같았다"며 웃었다.
마치 오랜 시간 동안 함께 음악 해온 이들의 추억을 공유하는 동창회를 연상케 한 공연이었다. 논란이 된 공연 초반 유희열의 발언도 사실 반가운 친구들에게 던진 농담에 가까웠다.
하지만 수위 조절에 실패한 것도 사실이다. 현장에는 유희열의 성적 농담까지 모두 수용할 준비가 돼 있는 팬들만 있는 게 아니었다. 그는 연인의 추천으로 처음 토이 공연을 접한 관객이나 부모님을 모시고 온 팬들도 있었다는 점을 간과했다.
유희열은 그동안 '감성 변태' 캐릭터로 사랑 받아왔다. 감성어린 토이의 곡들과 상반되는 예능 속 이미지는 신선한 재미를 안겼다. 이번 해프닝은 그와 그의 음악을 오랫동안 접하지 않은 대중에게 유희열은 '감성 변태'가 아닌 '진짜 변태'로 기억될 수 있음을 확인시키는 계기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