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홍기 감독의 다큐멘터리 '후쿠시마의 미래'에 등장하는 일본 시민들은 절박했다.
절박함의 근원은 공포다. 그들에게 방사능보다 더 무서운 것은 정보를 알리지 않고 진실을 숨기려는 검고 섬뜩한 일본 정부다.
호세이대학 마키노 에이지교수도 일본 정부에 대해 불신을 강하게 피력했다. 그는 "3.11 지진을 보면 일본정부는 사전 대책이 없었고 복구에 대해서도 최초 대응이 미흡했으며 시간이 많이 지났지만 복구도 순조롭지 않다"고 평가했다.
이어 "일본 국민의 정치, 경제, 사회, 시스템 그리고 정신구조, 윤리관 전체가 무너지고 있던 사실이 이번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계기로 불거져 나왔다"면서 "나는 '일본은 침몰한다'는 위기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1986년 4월 26일 오전 1시 24분, 체르노빌 원전 4호기에서 발생한 원전사고는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만든 0~7까지의 원전사고 등급 중 최고 위험단계인 '레벨7'의 사고였다.
후쿠시마 시민조사단이 그곳에서 확인한 사실은 '사고 발생 30년이 가까이 되도록 원전사고의 후유증은 좀처럼 가시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체르노빌에서 125km나 떨어진 모자린마을의 아이들 건강상태는 충격적이다. 다리나 머리가 아프다는 학생들이 전체의 절반을 넘는다. 선생님들은 아이들이 근력운동을 잘 수행하지 못해 걱정이 태산이다.
우쿠라이나 국립 의학아카데미 방사선의학 연구센터의 콘스탄틴 로가노브스키 박사는 체르노빌 피폭 아이들을 장기간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왼쪽 뇌 손상으로 정상인보다 아이큐가 떨어져 수학과 언어능력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 이유는 후쿠시마에는 세가지 큰 사건이 겹쳤기 때문이다. 지진에 이어 쓰나미가 덮쳤고 원전까지 폭발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전 재산 등 모든 것을 잃은 사람이 적지 않다.
더구나 방사능 피해정도를 가늠할 수 없는 상태가 된 것도 일본인들의 스트레스 반응을 더욱 크게 만든다는 분석이다.
원전을 반대하는 일본 시민들은 후쿠시마 원전사고에 대한 정확한 정보 공개와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며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아직까지 성의있는 답변과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후쿠시마 시민들의 고통을 이웃나라의 일이라고만 지나쳐버릴 수는 없다. 한국에도 지금 23기의 원전이 가동 중이다. 단위면적 당 세계에서 원전이 가장 많은 나라인 셈이다. 2024년이면 원전은 총 42기로 늘어난다.
다큐멘터리 '후쿠시마의 미래'는 오는 9일 전국에서 개봉한다. 내레이션은 방송인 김미화 씨가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