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기관 내부에 조희팔의 사업과 도주를 도운 비호 세력이 있었다는 의혹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관련기사 : <조희팔 비호 검찰공무원 추가 비리 드러나>)
◇ 조희팔 1천억 원 투자 막후에 검찰공무원 있었다
지난 2008년 2월 조희팔과 측근들은 의료기기 임대사업이 내리막길로 접어들면서 고민에 빠졌다.
440만 원을 투자하면 6개월 뒤 600만 원 이상을 돌려주던 방식이 이즈음부터 배당금 지불기한은 8개월로 늘었고 배당액은 580만 원으로 줄었다.
조씨는 사업 다각화로 활로를 모색했고 20여 가지의 사업 아이템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이때 최종 채택된 게 바로 현모(52)씨의 고철무역사업과 장모(67)씨의 김천 삼애원 개발사업 등이었다.
조씨가 각각 760억 원과 310억 원을 투자한 굵직한 두 사업을 성사시킨 장본인은 다름 아닌 대구지검 수사관이었던 오모(54,4급)씨였던 사실이 8년 만에 드러났다.
오 서기관은 투자금 유치 사례 등의 명목으로 현씨에게서 15억 8천여만 원, 장씨에게서 2억 원을 받아 챙겼다.
놀라운 건 당초 조희팔은 고철무역 사업과는 달리 삼애원 개발 사업에는 큰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는 점이다.
조씨 다단계 업체에서 근무했던 한 관계자는 수사기관에서 “삼애원 건은 폐기하라고 지시해서 그런 줄만 알았는데 얼마 뒤에 조 회장이 직접 장 씨를 만나 투자 계약을 맺은 걸 알고 깜짝 놀랐다”고 진술했다.
고철사업 투자 건을 30대 실무자가 도맡아서 처리한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인 행보에 기획실 직원들도 의아하게 여겼다고 한다.
오 서기관과 조희팔이 얼마나 친밀한 사이였는지 시사해주는 대목이다.
조희팔 사업에 이처럼 깊숙이 관여한 오 서기관이 단순히 투자 연결 고리 역할에만 머물렀을 거라고 믿는 피해자들은 많지 않다.
오씨가 다단계 사기 사건을 수사한 대구지검에서 범죄정보 수집, 분석 업무를 맡은 수사관이어서 더욱 그렇다.
이날 사기 피해자 단체인 바실련에 따르면, 2004년 조희팔이 대구에 처음으로 설립한 다단계 법인이 ㈜ BMC 였는데 1년도 안돼 경찰 수사로 문을 닫았다.
그런데 이후 조희팔은 엘틴, 벤스, 티투, 씨엔 등의 다른 이름의 법인으로 사업을 계속했고 더 키워나갔다. 검·경내에 비호세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라는 지적이다.
바실련 전재용 법무팀장은 “수사기관에 조씨를 돕는 숨은 조력자가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고 제보도 많이 받았지만 검찰은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라고 면박만 주기 일쑤였다”고 말했다 .
사기 피해자 조모씨는 “장씨가 오 서기관에게 투자금 유치를 도와달라고 요청한 이후 계약이 일사천리로 성사됐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며 “조희팔이 반대급부가 없는데도 흥미 없어 하던 사업에 뛰어들 이유는 없다”고 주장했다.
검찰내 오씨보다 윗선도 조희팔 비호에 개입했을 개연성이 크다는 주장도 나온다.
피해자 단체의 한 관계자는 “조씨측에게서 뇌물을 받은 김광준 전 검사는 법정에서 ‘억울하지만 조직을 위해 다 안고가겠다’는 취지의 말을 여러차례 했다”며 “가벼이 여길 대목이 아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