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로몬] 세월호 1주기를 맞는 신문들의 자세

쓸로몬은 쓸모있는 것만을 '즐겨찾기' 하는 사람들을 칭하는 '신조어' 입니다. 풍부한 맥락과 깊이있는 뉴스를 공유할게요. '쓸모 없는 뉴스'는 가라! [편집자 주]


세월호 참사 1주기가 13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304명이 숨지거나 실종된 전대미문의 참사를 두고 각 언론들은 세월호 사고의 진상을 밝혀 책임을 규명하고, 우리사회의 안전대책을 점검하기 위한 기사를 전하고 있습니다. CBS노컷뉴스도 '이념'과 '루머', '망각'에 빠진 세월호를 인양하라는 내용의 기획기사를 3일로 사흘째 보도했습니다.

세월호 유가족들의 눈물겨운 투쟁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들은 9명의 실종자가 남아있는 세월호 선체 인양을 미루고 있는 정부를 규탄하고 또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를 무력화하는 시행령(안)의 폐지를 요구하며 416시간 농성에 돌입했습니다. 특히 2일에는 가족들 수십명이 단체로 삭발식을 하며 눈물로 호소했습니다.

가족을 잃은 슬픔을 무엇으로 위로할 수 있을까요. 마침 정부가 만우절인 1일 세월호 희생자들이 10억원 안팎의 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발표하면서 유가족들의 분노는 더 커졌습니다. 가족들은 "정부가 희생자와 피해자 가족을 돈으로 능욕했다"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우리 언론은 이런 상황을 어떻게 전하고 있을까요. 3일 발행된 주요 중앙일간지의 1면을 모아봤습니다. 차이가 느껴지시나요? 경향신문과 서울신문, 한겨레, 한국일보 등 4개 신문 1면에는 세월호 유가족의 삭발 사진이 실렸습니다. 나머지 언론은 박근혜 대통령이나 여야 원내대표, 중국 훈춘 시내의 간판 사진 등을 전하고 있습니다.

전체 기사를 봐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3일자 9개 신문에서 '세월호'라는 단어가 들어간 기사는 모두 58개입니다. 이 가운데 일부 지역 발행판에만 실렸거나 '세월호 참사 이후 타격을 입은 어린이 공연 시장' 같은 표현처럼 세월호라는 단어가 별다른 의미 없이 인용된 경우 등을 제외하면 관련 기사는 43개로 줄어듭니다.

개별 언론사의 편집과 기사량을 탓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대신 이렇게 묻고자 합니다. 4개 신문이 1면에 사진을 배치하고 관련기사를 연달아 보도한 세월호 유가족들의 눈물의 삭발식이 그렇게 보도가치가 떨어지는 사안인가요? 다른 4개 신문도 종합면과 사회면 등에서 이를 다뤘지만 이명박 정부 시절 잘 나갔던 한 보수신문은 이날 유일하게 유가족들의 동정을 전혀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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