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한달 뒤 대통령이 발표했던 대국민담화 내용입니다. 하지만 참사 1년이 지난 지금도 세월호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고 외면받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의 안전문제 역시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습니다.
CBS노컷뉴스는 참사 1주기를 맞아 세월호 사건의 진행과정과 치유 노력 등을 조명하고 해결을 모색하는 특별기획을 마련해 보도합니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
①[이념]에 빠진 세월호를 인양하라 ②[루머]에 빠진 세월호를 인양하라 ③[망각]에 빠진 세월호를 인양하라 |
박근혜 대통령은 성역 없는 진상규명을 약속했고, 진도 체육관에서 유가족들은 그에 화답해 박수를 보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세월호를 둘러싼 사회의 분위기는 그때와 크게 다르다.
◇ 잊혀진 '비리'…책임은 어디에
정부를 대신해 대형 선박의 안전성을 점검하는 국내 유일의 기관, 한국선급.
세월호 참사 당시에도 무리하게 증축한 세월호를 부실 점검했다는 논란이 일며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그뿐만 아니라 전 해양수산부(당시 국토해양부) 공무원 Y씨를 감사 무마의 대가로 한국선급에 취업시킨 사실까지 드러났다.
참사 이후 불붙은 이른바 관피아 논란의 한 단면이다.
세월호에 대한 관심이 잦아든 지난 1월 Y씨가 부산지방노동위원회에 낸 구제신청을 계기로 업무에 복귀시킨 것.
한국선급 관계자는 "회사 입장에서는 법적으로 아직 판결도 나지 않은 상황에서 근로제공을 계속 유보할 수만도 없는 데다, 지방노동위원회의 결정까지 나왔기 때문에 복직시켰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세월호를 벌써 잊었느냐는 말도 나올 수 있고, 국민 정서도 무시할 수는 없지만 법과 제도를 따를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망각된 건 관피아 논란만이 아니다.
사고 당시 수십명의 목숨을 구해 세월호 의인으로 불렸던 피해자 김동수씨는 지난달 말 자살을 시도했다.
영웅으로 추켜세워진 것도 잠시, 이후엔 정신적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까지 하게 된 것이다.
김씨가 트라우마 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거주하는 제주도에서 안산까지 왕복해야 했고, 생계수단이던 화물차를 잃었음에도 화물 피해자들에 대한 지원은 올해 초에나 논의가 되었다.
한국심리학회 최윤경 위원장은 "재난 초기에는 살아남은 사람들이 언론뿐 아니라 주변으로부터 큰 관심을 받으며 영웅시되지만, 일시적 관심은 시간이 지나면 식게 된다"면서 "그 사이에 피해자들은 환멸감을 느끼게 되고, 극과 극의 감정 상태를 오고가는 체험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철저한 진상규명을 다짐했던 대통령과 정치권의 약속도 다르지 않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5월 대국민 담화를 발표할 때 눈물을 보이며 "필요하다면 특검을 해서라도 진상을 낱낱이 밝히고 엄정하게 처벌하겠다"라고도 말했다.
하지만 특검은 이뤄지지 않았고, 세월호특별법이 지난 연말 가까스로 통과됐지만 그 시행령은 특별조사위원회의 권한과 규모를 축소시켰다.
진상규명국은 기존 특별법에서 정해졌던 4개 과에서 3개 과로 줄어들었고, 사실상 감사 대상인 해양수산부에서 공무원을 파견해 특별조사위원회의 활동을 지휘하도록 해 조사권이 제한될 수 있다는 염려가 나온다.
이에 대해 이석태 세월호특별조사위원장은 "오히려 특위를 통해 정부의 조사 내용과 정책 등에 대한 면죄부를 받으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며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참사 직후 진도를 찾은 박 대통령이 "마지막까지 찾겠다고 약속을 드린다. 실종자 가족들께서 끝내도 된다고 할 때까지 할 것이다"라고 밝힌 다짐도 결과적으로 빈말이 되고 말았다.
세월호 참사가 모두의 가슴에 씻기지 않을 상처를 새긴 것만 같았지만, 시간이 흐르며 당시의 약속과 다짐들은 하나둘 잊혀지고 있는 현실.
광화문 광장에서 농성 중인, 세월호 희생자 유민양의 아빠 김영오씨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