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서울청소년영화제에 따르면 올해 이 영화제에 대해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가 2억 원의 지원금 배정을 거부하고 있는데다, 지난해 3억 2000만 원을 보탰던 서울시도 최근에 올해 지원 대상에서 제외했다.
영화제 관계자는 "지난 30일 밤 서울시 담당자로부터 '서울청소년영화제가 올해 지원사업의 서류 전형을 통과하지 못했다'는 말을 들었다"며 "이는 지원 철회 요건이 지난해 '언론에 노출돼 논란을 야기할 경우'라는 다소 추상적인 문구에서 지난 3월 '임금체불' 항목이 추가됐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서울청소년영화제 측의 임금 체불 문제가 진실이든 아니든, 논란을 불렀으니 무조건 제외시켰다는 것이 서울시의 입장이라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지금도 초청작에 대해 외국 관계자들과 조율 중이고, 얼마 전 홍콩마켓에도 다녀온 만큼, 안 되면 담벼락에라도 영화를 틀 생각"이라며 "우리 영화제를 많은 분들이 알게 되면 후원이나 협찬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진실의 힘을 믿고 끝까지 가보려 한다"고 말했다.
앞서 영진위는 지난 1월 임금체불 등을 이유로 서울청소년영화제에 대한 각종 지원사업을 배제하는 처분을 내렸다. 이어 진행된 행정소송에서 부산지방법원은 지난 27일 서울청소년영화제 측이 요구한 국가보조금에 대한 집행정지효력을 인정한다는 판결을 내려 영화제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따라 서울청소년영화제 측은 영진위 보조금을 받게 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영진위는 다른 입장을 내놓고 있다.
영진위는 지난 31일 보도자료를 통해 "본안에 대해 위법하다거나 부당하다는 등의 내용적인 판단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라며 "청소년영화제가 제기한 집행정지신청은 영진위 지원사업배제 및 투자조합수혜제한 처분에 대한 것으로 '국가보조금' 자체에 대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이 아님을 밝힌다"고 전했다.
이어 "영화제 측은 자신들에게 할당된 보조금이 애초에 존재했고, 금번 집행정지 인용 결정으로 인해 보조금을 되찾아올 수 있다고 적시하고 있으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며 "2015년도 글로벌 국제영화제 지원사업 심의는 현재 진행중으로, 영진위는 아직 동 사업으로 지원 받을 영화제를 확정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서울청소년영화제 측 변론을 맡고 있는 법무법인 화우의 차동언 변호사는 "영진위가 법원의 집행정지 결정에 대해 왜곡하고 있다. 법원에서 집행정지 결정을 내린 것은 지원에서 배제할 만한 근거가 없으니 예산을 주라는 것"이라며 "결국 영진위가 법원의 판결에 불복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직권남용에 해당하는 것으로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쟁점은 근거 없는 지원 배제…'서울청소년영화제 겨냥' 합리적 추론"
차 변호사는 "이번 사건의 쟁점은 영진위가 특별한 근거 없이 예산 배정을 하지 않으려는 데 있다"며 "지난해 초부터 야기된 임금체불 문제 역시 해당 민원인이 노동부 근로감독관실에 신고하면 될 일이었는데, 영진위 공정경쟁환경조성특별위원회(이하 공특위)로 간 것을 보면 처음부터 영화제를 겨냥한 것으로 보여진다"고 전했다.
이어 "서울청소년영화제는 8월에 열리는데, 매년 초 찾는 해외 필름마켓이 초청작을 결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문제가 된 민원인은 지난해 초 서울청소년영화제 프로그래머를 해 보겠다며 해외 마켓에 갔음에도 그곳에서 역할을 수행하지 않아 영화제 자체가 무산될 뻔했다. 그런 인물이 사과 편지도 없이 임금을 못 받았다고 영진위로 가는 예측하지 못한 일이 벌어진 셈"이라고 덧붙였다.
국제영화제에 배정되는 예산은 소위 '제로섬게임'으로 여겨진다. 결국 전체 예산이 늘어나지 않는 상황에서 새로운 국제영화제가 생길 경우 누군가는 제외돼야 하는 것이다.
올해 영진위의 지원 심사 대상에는 서울청소년영화제를 비롯한 기존 7개 국제영화제에다 신규 영화제 2개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차 변호사는 "국제영화제가 몇 개 안 되기 때문에 각자의 몫이 있다"며 "새로 '국제'라는 이름을 단 영화제가 들어오게 되면 누군가 하나는 죽어야 하는 셈"이라고 전했다.
그는 "앞서 지난해 12월 영진위는 '7개 국제영화제에 예산이 배정됐다'고 발표까지 했었는데, 지금의 행태를 보면 줬던 걸 빼앗아서 다른 데 주겠다는 것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며 "영진위가 '임금체불로 영화제 지원을 취소한 사례를 가져오라'는 재판부의 요구에 응하지 못했기에 이번 판결이 난 측면이 강하다. 소송 당시 국가기관인 영진위가 수천 만 원의 예산을 들여 변호사를 선임한 것도 의아한 부분"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