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 회항' 조현아, 선처 호소…항로변경은 부인

수십명 선 채로 방청할 정도로 관심 뜨거워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으로 기소돼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조현아(41)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항소심에서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뉘우치고 있다"며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했다.

조 전 부사장은 1일 서울고법 형사6부(김상환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조 전 부사장과 여모(58) 대한항공 객실승무본부 상무, 김모(55) 국토부 조사관에 대한 항소심 첫 공판에서 "제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뉘우치고 있다. 선처를 바란다"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날 항소심에서 검찰과 피고인 측은 각각의 항소 이유를 밝혔다.

검찰은 1심 재판부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부분을 무죄로 선고한 데 대해 "내부의 적극 가담으로 국토부가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는 데 실패했다"며 항소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증거인멸'에 대해서는 "미필적 고의가 충분했다"는 이유로, '공무상비밀죄 누설'에 대해서는 "비밀에 해당해 법리 오해의 위법이 있다"는 이유를 항소 이유로 꼽았다.

조 전 부사장 측은 1심에서 유죄로 인정한 항로변경과 항공기안전운항저해폭행(항공보안법 위반 혐의) 혐의를 부인했다.

조 전 부사장 측 변호인은 항로변경 부분이 죄형법정주의와 명확성,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되며, 항공보안법 부분 역시 "입법취지와 해당 법령을 볼 때 피고인의 행동이 실제적 운행을 저해할 정도였다는 것은 지나치다"고 주장했다.

특히 변호인은 "항공보안법에 항로의 정의 규정을 따로 두지 않고 관계 법령 어느 부분에도 항공로에 지상이 포함된다고 보지 않았는데 원심은 처벌의 필요성을 지나치게 강조해 지상까지 포함해 해석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건의 항공기가 계류장 램프에서 탑승 문을 닫고 22초 동안 17m 이동한 것은 항로 변경으로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다만 조 전 부사장 측은 업무방해와 강요 혐의는 인정하고 항소에서 철회한다고 밝혔다.

조 전 부사장과 함께 기소된 여 상무 측은 강요죄가 적용된 부분에 대해 "박창진 사무장을 설득한 적은 있어도 협박한 사실은 없다"며 당시 박 사무장의 업무지침 이행에 문제가 있었다는 등의 주장을 내놓았다.

김 조사관 측도 "당시 보도자료가 먼저 전국에 배포됐던 상황이었다"며 비밀 누설 혐의를 부정하고 무죄를 주장했다.

이날 재판부는 조 전 부사장 측에서 항로변경과 관련한 구체적인 법률 쟁점을 설명하겠다며 신청한 프리젠테이션과 김 조사관 측에서 요청한 증인 2명 신청을 받아들였다.

지난 2월 12일 1심 선고 공판 이후 48일 만에 모습을 드러낸 조 전 부사장은 초록색 수의에 머리를 뒤로 묶고 검정 뿔테 안경을 쓴 차림이었다.

'땅콩 회항' 사건의 국민적 관심을 반영하듯 법정에는 방청석이 빼곡히 들어차 수십 명의 사람들이 방청석 옆에 선 채로 방청하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급기야 재판장인 김 부장판사가 재판 전 방청석 불편에 대한 양해를 부탁하는가 하면 재판이 끝나고 다음 기일을 잡을 때 "이곳에서 할 수는 없다는 걸 알았다. 중법정으로 옮기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재판을 마친 뒤 일부 방청객들은 조 전 부사장의 공판 일정이 게시된 종이로 '인증샷'을 남기기도 했다.

다음 재판은 오는 20일 오후 2시에 서울고법 312호에서 열린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