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영업소로 확대된 금연조치의 계도기간이 끝나고 단속이 시작된 1일, 서울 중구보건소 안현준 주임과 김경모 주무관은 관할 내 식당과 카페를 불시 점검했다.
중구 다동 한 카페를 찾은 이들은 종업원에게 점검표를 건네 항목을 적게 했다.
점검표는 금연구역을 알리는 표지판을 설치했는지, 표지판 또는 스티커의 부착 위치는 어디인지 등을 묻는 금연시설 항목과 실내외 흡연실의 설치 규정을 준수했는지를 확인하는 흡연실 항목 등 크게 두 항목으로 나뉘어 있다.
두 직원은 점검표에 기재된 내용과 같이 실제로 금연스티커가 부착돼 있는지 등을 살펴보고서 다른 업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강남보건소는 2명씩 2개팀이 강남구 신사동 일대 음식점, PC방, 커피숍 등 10여곳을 단속했다.
신사동의 한 커피숍의 테라스에서 담배를 피우던 40대 중국동포가 적발된 것이 이날 유일한 단속 사례였다.
이 남성은 "외부라고 생각해서 흡연을 해도 되는 줄 알았다. 금연 구역인지 전혀 몰랐다"고 해명했다. 단속원들은 중국동포임을 감안, 별도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고 구두 경고만 했다.
안 주임은 "하루 평균 4∼5군데 점검하고 민원이 들어오면 따로 둘러보고 있다"며 "위법사항이 발견되면 손님에게는 10만원, 업주에게는 1차로 170만원, 2차 330만원, 3차로 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설명했다.
안 주임은 "언론 등을 통해 홍보가 많이 되고 시민들의 금연 관련 인식도 높아져 위반 사례를 거의 찾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연합뉴스가 서울시내 커피숍과 PC방 등을 현장 취재해 보니 금연이 대체로 자리를 잡는 모습이었다.
계도기간에는 담배를 매장 안에서 피우겠다고 우기는 손님과 이를 말리는 주인간 실랑이가 왕왕 벌어졌지만 이제는 손님들이 밖으로 나와 담배를 피우는 것이 당연시됐다.
일부 업소는 규정에 맞게 흡연실을 설치해 새 제도에 적응했다.
그러나 PC방 등은 흡연실을 마련해도 흡연 손님이 줄어들어 울상을 지었다.
회사가 밀집한 강남역∼논현역 일대는 커피숍 10곳 중 3∼4곳에 흡연실이 마련돼 있었다.
논현역 인근 한 프랜차이즈 커피숍에 마련된 흡연실에는 "음료 절대 반입불가. 음료 반입 시 1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라는 경고 문구가 붙어 있었다.
실제 한 여성이 매장에서 커피를 마시다가 흡연실로 들어가 담배 한 대를 피우고 나서 제자리로 돌아가는 모습도 보였다.
현행 법령은 영업소 내 흡연실을 마련하려면 영업장과 완전히 차단된 밀폐 공간에 환기시설을 갖추고, 재떨이와 같은 흡연에 필요한 시설 외에 영업에 사용되는 탁자 등을 놓을 수 없으며 음료나 음식을 섭취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강남역 인근 한 건물 공터에서 정장 차림의 50대 회사원은 "커피숍에 흡연실이 따로 없어 밖에서 피우러 나왔다"며 흡연 후 맞은 편 커피숍으로 들어가기도 했다.
젊은이들이 자주 찾는 신촌 일대도 금연 분위기가 정착되는 분위기다.
신촌 번화가의 한 커피숍 아르바이트생 권모(26) 씨는 "밖으로 나가서 피우라고 안내해 드리면 다들 이해해주신다"고 말했다.
신촌역 앞 커피 및 요거트 전문점 매니저 백승하(24.여) 씨는 "처음에는 바깥에 놓여 있는 테이블에서 흡연해도 되느냐고 묻는 손님들이 있었지만, 절대 못 피우게 하다 보니 지금은 그런 손님도 없다"고 전면 금연조치 초기와 달라진 상황을 설명했다.
이른바 '헤비 스모커'들이 많이 찾는 PC방도 '남몰래 끽연'이 사라졌다.
용산구 용문동 PC방의 종업원 이모(26) 씨는 "대부분 사람들이 흡연실에서 담배 피우는 것이 익숙해져서 이제는 PC방에서 담배를 피우는 시늉을 하는 사람도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PC방은 담배 손님이 발길을 끊으면서 매출에 적지 않게 타격을 받았다.
연세대 앞 PC방 매니저 송현규(34) 씨는 "게임을 하면서 담배를 피우고 싶어하던 단골들이 다 떨어져 나가 매출을 회복하기가 불가능하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 지역의 또 다른 PC방 아르바이트생은 "금연 정책을 과도하게 실시하다 보니 매출이 감소했다"며 "작년에 비해 한 20% 정도 줄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