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끝작렬] 신임 주중대사 서둘러 부임했더니…

박근혜 대통령이 김장수 주중대사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 기자들의 취재 뒷 얘기를 가감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김장수 신임 주중 대사는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하는 재외공관장 회의 기간인 지난달 31일 급히 베이징에 부임했다.

당초 4일까지 진행되는 재외공관장 회의를 마치고 부임할 예정이었으나 2일 중국 허베이(河北)성 창저우(滄州)에서 열리는 현대자동차 제4공장 착공식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김 대사는 2일 착공식에 참석해 축사를 한 뒤 다시 서울로 돌아가 공관장 회의 일정을 마칠 예정이었다.

하지만 2일로 예정됐던 착공식은 돌연 3일로 연기됐다.

허베이성 측이 착공식을 3일로 하루 미뤘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전해왔기 때문이라고 현대차는 밝혔다.

착공식에는 중국 측에서 허베이성 당 서기와 성장, 시장 등이 참석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국무원의 징진지(京津冀·베이징과 톈진, 허베이) 개발 관련 회의가 갑작스레 2일로 잡히면서 지방 정부 지도부가 이 회의에 참석해야 해 착공식 일정이 연기됐다는 게 현대차 측의 설명이다.

4공장 착공식은 중국 고위층은 물론 한국 측에서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김 신임 대사가 직접 참석하는 행사여서 양측이 사전에 충분한 교감을 가지고 일정을 정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도 중국은 '외교 행사'라고 할 수도 있는 착공식을 불과 3일 앞두고 "미루자"고 사실상 일방적으로 통보해 온 셈이다.

현대차는 당초 허베이가 아니라 내륙 진출을 위해 충칭에 4공장을 짓고 싶어 했다.

그러나 스모그를 줄이려고 허베이성의 오염 공장을 대거 철거한 중국 정부는 그 보상으로 허베이에 대규모 첨단 공단을 유치할 필요가 있었다.


충칭에 공장부지까지 닦아 놓은 현대차는 2년 가까이 줄다리기를 했지만 요지부동인 중국 정부를 설득하지 못하고 손을 들었다.

결국 허베이에 4공장을, 충칭에 5공장을 거의 동시에 착공하기로 타협했다. 지난해 중국 시장에서 184만대를 판매한 현대차로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중국 정부의 일방통행은 비단 한국 기업에 국한된 일은 아니다.

중국 국무원은 지난해 12월 그간 외자기업들에 제공했던 세제 감면, 토지 할인분양 등 각종 혜택을 재검토해 일소할 것을 지방정부에 지시했다.

가이드라인을 발표되자 지방정부들은 기존의 세제혜택 약속 등을 이행하지 않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국 지방정부들을 믿고 투자했던 외국 기업이 줄줄이 뒤통수를 맞게 생겼다.

중국에서 사업하는 우리 기업 역시 앞으로 더 어려운 시기를 맞을 것임이 분명하다.

중국 기업과 기술격차는 이미 줄어들었고 경쟁은 더 격화되는데다 중국 정부의 각종 규제와 텃세가 사업 환경을 악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도 중국 정부의 행태에 대해 '횡포', '오만'이라고 비난하며 울분을 터트리는 것은 아무런 소용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길을 찾아야 하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경제뿐 아니라 외교, 안보측면에서도 똑같은 문제가 우리 앞에 제기되고 있다.

일방적인 착공식 연기 통보에서 신임 주중대사가 중국의 현실을 조금이라도 빨리 알게 됐다면 그것 역시 소득이라면 소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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