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두리가 말하는 '내 아버지 차범근'

차두리에게 아버지이자 축구 선배 차범근은 평생을 바쳐 뛰어 넘고자 했던 분명한 '목표'였다. 윤성호기자
축구 인생을 오롯이 바쳐 넘고 싶었던 '단 하나의 벽'. 하지만 어떤 수를 써도 절대로 넘을 수 없었기에 오히려 행복을 느끼게 해준 '존재'.

차두리(서울)는 지난달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뉴질랜드와 축구대표팀 평가전에서 지난 14년간 함께 했던 ‘태극마크’와 영원한 이별을 했다. A매치 76경기 출전의 기록을 남긴 차두리는 더 이상 ‘국가대표’ 차두리라는 호칭으로는 불리지 않게 됐다.


대한축구협회와 울리 슈틸리케 축구대표팀 감독은 뉴질랜드와 경기에서 차두리의 은퇴경기와 함께 은퇴식을 마련했다. 경기장을 찾은 3만3514명의 축구팬은 기립박수와 환호로 축구대표팀과 이별하는 차두리의 마지막을 기념했다.

이날 차두리는 두 번이나 울었다. 자신의 역대 경기 장면과 함께 팬들이 감사 인사가 담긴 동영상이 공개되자 애써 참았던 눈물을 쏟았고, 뒤이어 아버지인 차범근 감독이 꽃다발을 들고 등장하자 마치 어린아이처럼 펑펑 울었다. 차 전 감독도 아들을 지켜보며 울컥하는 가슴을 애써 진정시키는 모습이었다.

차두리에게 ‘한국 축구의 영웅’ 차범근 전 감독은 어떤 존재일까. 축구선수로서 자신도 성공한 삶을 살았지만 여전히 차두리는 국가대표선수에서 은퇴하는 마지막 날까지 아버지에 못 미친다는 생각을 했다.

“항상 아버지를 보고 명성에 도전했다”는 차두리는 “아버지보다 잘하고 싶었고, 그럴 수 있다고 믿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현실의 벽을 느꼈다. 그때부터는 내가 축구를 즐겁게 하고 하면서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은퇴하면서) 한편으로는 큰 짐을 내려놓은 것 같아 기분이 홀가분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도전이 실패한 것에 대해 아쉬움도 남았다”면서 “너무 축구를 잘하는 아버지를 둬 좀 밉기도 했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근처에 못 가서 속상함도 있었다”고 그동안 감춰뒀던 불만도 털어놨다.

선수로서는 절대 넘을 수 없었던 ‘큰 산’이었지만 차두리는 오히려 이를 긍정적인 의미로 받아들였다. 그는 “내가 가장 존경하고 사랑하고 롤모델로 삼았던 사람이 아버지”라며 “내가 세상을 살면서 받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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