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피언결정전 MVP 트로피를 들고 기자회견장에 들어온 김사니는 멋쩍게 웃었다. 세터로는 처음 받는 챔프전 MVP. 게다가 라이벌로 꼽히는 이효희를 앞에 두고 받은 챔프전 MVP였지만, 자신이 받아도 되나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MVP로 손색 없는 활약이었다.
아픈 다리를 이끌고 플레이오프와 챔피언결정전을 치렀다. 중간 중간 치료를 받을 정도로 통증이 심했지만, 우승에 대한 욕심 때문에 이를 악물고 뛰었다. 포스트시즌에서 표정이 달라졌다는 말까지 나왔다.
김사니는 31일 챔프전 MVP로 선정된 뒤 "컨디션이 좀 안 좋았다"면서 "정규리그 만큼 활발하게 움직일 수 없는 것이 걸리기는 했는데 다들 고생했으니 조금 집중력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포스트시즌에 그렇게 보이지 않았나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정철 감독도 "받을 자격이 충분했다. 오늘 놀란 것이 김사니 백토스가 정말 일품이었다"면서 "몸이 좀 안 좋았다. 처음 합류해서 걱정을 많이 했다. 전체 시즌을 뛸 수 있을까 의문이었다. 점점 좋아졌다. 마지막에 조금 문제가 생겼지만, 본인이 준비를 많이 했다. 충분히 자격 있는 사람이 받았다"고 칭찬했다.
팀 동료인 데스티니와 김희진, 박정아도 "당연히 MVP"라고 입을 모았다.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김사니의 눈에는 눈물이 흘렀다. 2009~2010시즌 인삼공사에서 우승을 경험한 이후 5년 만의 V-리그 우승. 아제르바이잔에서 돌아오자마자 거둔 우승이라 기쁨도 더 했다.
김사니는 "우승은 할 때마다 매번 좋다"면서 "다리가 별로 안 좋아서 우승했을 때 내 자신에게 대견한 느낌이 많았다. 그래서 눈물이 난 것 같다"고 말했다.
사실 앞선 두 시즌 챔프전에 올랐을 때 기업은행의 세터는 이효희였다. 이효희가 도로공사로 떠났고, 그 자리를 김사니가 채웠다. 덕분에 김사니와 이효희는 라이벌이라는 단어로 표현됐다.
처음부터 라이벌이 아니었다. 김사니가 인삼공사, 흥국생명으로 이적할 때 이효희는 김사니에 밀려 두 차례나 팀을 옮겨야 했다. 하지만 이효희는 유독 우승 복이 있었다. 챔피언결정전만 3번 우승했고, 지난해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도 금메달을 땄다. 이제는 라이벌이라는 단어가 어색하지 않은 존재다.
하지만 김사니는 "라이벌은 아닌 것 같다. 한 번도 그렇게 생각한 적이 없다"고 손사래를 치면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포지션은 아닌데 효희 언니랑 이름이 같이 나와서 좋았다. 언니도, 나도 오래 했으면 좋겠다"고 웃었다.
그렇다면 대표팀 욕심은 없을까. 김사니는 대표팀 선발에 대해서 잘라말했다.
김사니는 질문이 나오자마자 "아니요"라고 말한 뒤 "부르지도 않겠지만, 이제 팀에서만 열심히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