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다시피 박범훈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비서관이 직권 남용 등의 혐의로 현재 검찰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모교이자 총장을 지냈던 중앙대에 특혜를 제공한 혐의입니다.
중앙대 총장에다 청와대의 교육문화수석까지 역임하셨으니 교육자라고 불러드려야 할 것 같은데 검찰 수사로 조금씩 벗겨지고 있는 민낯을 보니 '교육자'라고 칭하는게 어색하기만 합니다.
박 전 수석의 이력을 보니까 "기득권을 갖고 있는 사람이 누릴 수 있는 모든 것을 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하나씩 들여다보시죠.
◇ 잘못된 '만남'
지난 2005년 중앙대 총장에 오른 박범훈 전 수석은 정치권에도 발을 들여놓아 학내외의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중앙대 총장 연임에 성공한 박 전 수석은 2011년에는 청와대로 자리를 옮겨 2년간 교육문화수석비서관으로 활동했습니다. 전형적인 '폴리페서'였던 겁니다.
말 그대로 거침없이 잘 나갔습니다. 하지만 사단은 보통 그럴 때 일어나는 법이죠.
◇ 문제의 '2011년'
지난 2011년은 중앙대의 서울-안성 캠퍼스 통합이 있었던 해입니다.
검찰은 당시 박범훈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이 개입해 이런 조건을 무시한 채 허가를 관철시켰다는 첩보를 입수, 직권남용 혐의를 집중적으로 캐고 있습니다.
황당한 것은 박 전 수석이 당시 허가에 반대하던 교과부 해당 부서 과장과 서기관을 지방으로 강제 전근시켰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교육부는 중앙대의 신청 한 달 뒤인 그해 8월 18일 서울캠퍼스와 안성캠퍼스의 통합을 승인했습니다. '일사천리'였습니다.
◇ 여제자 보고 '감칠맛'
위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사실 제가 박범훈 전 수석을 기억하고 있는 것은 2009년 그의 발언 때문이었습니다. 대학 총장이 대통령 취임준비위원장을 맡으면 뭐 어떻습니까. 또 총장 연임후에 청와대로 가는게 뭐가 문제입니까.
2009년 한나라당 의원모임 초청강연에서 박 전 수석은 자신의 여제자를 가리키며 "이렇게 생긴 토종이 애도 잘 낳고 살림도 잘한다. 감칠맛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본인의 딸에게도 이런 말을 할 수 있을까요?
◇ 박범훈의 '딸 사랑'
박 전 수석의 첫째 딸이 지난해 지난해 중앙대 전통예술학부 교수로 임용됐다고 합니다. 올해 서른넷이라고 하니까 그때는 33살이었겠네요.
예술대학에서는 아무리 빨라도 40대는 돼야 교수가 된다는 데 누가봐도 석연치 않습니다. 박 전 수석 본인도 34살때 중앙대 예술대학 전임강사를 했으니 할말이 없겠네요.
검찰은 박 전 수석이 수석 재임 시절 중앙대 캠퍼스 통폐합 등에 특혜를 주고 대신에 딸을 교수로 채용시켰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박 전 수석의 첫째 딸은 '뭇소리 재단'의 이사이기도 합니다.
◇ '뭇소리 재단'의 두 얼굴
박 전 수석의 고향은 양평인데요. 중앙대 총장 시절인 2008년 7월 박 전 수석은 경기 양평군에 있는 자신의 토지를 중앙국악예술협회에 기부합니다.
그리고나서 양평군으로부터 9억원을 지원받아 2010년 중앙국악연수원을 지었습니다.
그런데 2013년 3월 이 땅 소유권은 중앙국악예술협회에서 '뭇소리 재단'으로 넘어갑니다.
'뭇소리'는 박 전 수석의 아호 '凡聲(범성)'에서 따왔다고 하는데요. 뭇소리 재단은 박 전 수석이 청와대에서 나오기 직전인 2012년 12월 말 설립한 재단으로 이사장은 박 전 수석 본인입니다.
결국 협회에 땅을 기부해놓고 양평군의 돈을 보태 건물을 짓고 나서 자기가 다시 가져온 셈이 됐습니다. 감탄이 절로 나오는 대목입니다.
◇ 두산과 박범훈
지난 2008년에는 두산이 중앙대를 인수했죠. 당시 총장이었던 박 전 수석은 두산그룹의 중앙대재단 인수에 큰 역할을 자처했습니다.
총장시절 당시 18개 단과대와 77개학과를 10개 단과대와 46개 학과로 통폐합하기도 했는데요.
한술 더 떠 중앙대측은 내년부터는 아예 학과제를 폐지하고 단과대학별로 신입생을 모집한다는 '학사구조 선진화 개혁안'까지 발표했습니다.
교수들과 학생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데요.어쩌면 '불행의 씨앗'은 박 전 수석이 뿌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한편 박 전 수석은 지난해부터 주식회사 두산엔진의 사외이사를 맡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