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을 주관한 금융당국은 "금리변동에 취약하고 일시상환부담이 큰 가계부채의 취약점을 개선하는데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안심전환대출의 수혜대상이 중산층에 맞춰져 있어 가계부채의 뇌관인 저소득층 가계부채 문제해결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데다 1100조원에 육박하는 전체 가계부채 규모를 감안하면 대상 금액(40조원)은 미미한 수준이어서 추가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리스크 큰 계층 문제 시급히 해결했다"지만…가계부채 뇌관 저소득층 결국 후순위로
금융위원회는 안심전환대출의 폭발적인 반응에 20조원을 추가 대출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며 가계부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낸 상태다.
임종룡 위원장은 29일 "기존에 변동금리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대출자, (대출원리금을) 일시에 만기 상환해야하는 대출자 등 여건 변화에 따라 매우 리스크가 큰 계층의 문제를 시급해 해결하는 것이 정책에 우선돼야한다고 생각했다"며 "안심전환대출이 금리변동에 취약하고 일시상환부담이 큰 가계부채의 구조적 취약점을 개선하는데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주택금융공사 등 정부의 재정여건 등을 감안하면 안심전환대출에 투입되는 40조원이 정부가 동원할 수 있는 재원의 최대치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전체 가계부채 규모와 증가속도 등을 감안할 때 안심전환대출이 금융위의 기대만큼 가계부채 문제를 개선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물음표’라는 것이 금융권의 분석이다.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2월말을 기준으로 566조원,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413조6천억원이다.
전체 금융기관의 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을 합치면 전체 가계 빚의 규모는 1100조원에 육박하는데 안심전환대출 대상금액인 40조원은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의 10%, 전체가계대출의 4%에 불과하다.
문제는 금융당국이 가계부채의 뇌관인 저소득층의 문제를 간과하고 이들을 정책 우선순위에서 배제하고 있다는 점이다.
안심전환대출 신청자들의 평균소득은 연 4100만원으로 중산층이 수혜대상이다. 소득 하위 20%인 소득 1분위는 이미 1년 동안 쓸 수 있는 소득(처분가능소득)의 120.7%의 금융부채를 갖고 있어 당장 원금 일부를 상환해야 하는 안심전환대출을 받을 여건이 되지 않는다.
특히 금융위가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며 정책우선순위 대상으로 삼았던 소득 상위 40%에 해당하는 소득 4.5분위 가구의 가계부채 위험보다 소득 하위 20%에 해당하는 소득 1분위 가구의 가계부채 위험이 더 빠르게 늘고 있는 점도 우려스럽다.
LG경제연구소 조영무 연구위원의 분석결과 2010~2014년 소득 1분위 가구의 담보대출은 78.3%나 늘어 소득분위별 계층 중 담보대출 증가율이 가장 높았는데 소득 5분위 가구의 담보대출은 14.9% 늘어나는데 그쳤다.
2013~2014년 소득 5분위 가구의 담보대출이 3.1% 늘어나는 동안 소득 1분위 가구의 담보대출은 29%나 늘었다. 특히 지난해 8월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 이후 한 달 동안 저소득층의 가계부채 증가분은 전체 가계부채 증가분의 29%, 주저소득층의 가계부채 증가분이 전체 가계부채 증가분의 69%에 달했다.
저소득층은 소득을 감안한 상대적인 부채수준 역시 크게 악화됐는데 2010~2014년 처분가능 소득 대비 원리금상환액 비율은 소득 1분위 가구의 경우 무려 10.5%p 상승했지만 2~5분위는 상승폭이 1.3%p에서 4.4%p에 불과했다.
조영무 연구위원은 "가계부채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미시적 대응 차원에서 현재의 대책은 충분치 않아 보인다"며 "가계부채 전체의 평균적인 고정금리, 분할상환 대출의 비중을 끌어올리는 것만으로는 적절한 미시적 대응이 이뤄지고 있다고 보기 어렵고 누가 빌린 어떤 용도의 가계부채의 얼마나 늘었고 이들 계층의 부채 상환 능력 및 부채 상환 부담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고려해 가계부채 대책에서도 소득 계층별 차별성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서민금융과 관련된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던 금융위는 뒤늦게 "앞으로 모든 정책 역량을 서민금융공급에 집중하겠다"고 밝혔지만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기까지는 상당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위는 지난해말과 올해초까지 기술금융과 핀테크 활성화 대책 등을 쏟아내면서도 서민금융정책에 대해서는 "기존에 진행하던 정책 기조를 유지할 예정"이라고만 밝힌 뒤 이렇다할 대책을 내놓지 않아 '금융당국이 서민금융을 정책 우선순위에서 배제했다'는 비판도 있었다.
◇정부 믿고 성실하게 원금상환해온 기존 대출자들 제외…형평성 논란
안심전환대출이 폭발적인 인기를 이어가면서 형평성 논란도 커지고 있다.
그동안 금융당국이 '고정금리‧비거치식‧분할상환으로의 주택담보대출 전환을 꾀하면서 2013년 말 전체 주택담보대출의 15.9%에 불과하던 고정금리 대출자는 지난해 말 23.6%로 23.1%p 늘었고 비거치식 분할상환 대출자 역시 같은 기간동안 18.7%에서 16.5%로 20.1%p 늘어난 상태다.
금융위는 기존 고정금리 대출자와 2금융권 대출자로 안심전환대출 대상자를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결국 이들을 포함시키지 않기로 결정했다.
임종룡 위원장은 "정부 정책에 순응한 분들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는다는 불만이 있다는 점은 알고 있지만 안심전환대출의 기본적인 목적은 금리를 낮추는 것이 아니라 가계부채 구조 개선에 있기 때문에 기 고정금리 대출자로 확대를 할 경우 제도 도입 취지가 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정부를 믿고 일찌감치 성실하게 원금을 갚아왔지만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손해를 연 1%넘게 떠안은 데다 안심전환대출 대상자에서도 제외되면서 박탈감을 호소하고 있다.
형평성 논란과 함께 금융정책에 대한 신뢰도 훼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여기에 저축은행 등 2금융권에서 돈을 빌린 사람들은 상당수가 고금리에 시달리는 저소득층이지만 안심전환대출 혜택을 볼 수 없다는 점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금융소비자연맹 강형구 금융국장은 "2금융권 대출자 등 지원이 절실한 중소서민들 중에는 상환여력 없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며 "이들은 기준금리 인상이나 외부 경제적 충격 등 위험에 그대로 노출되는데 이런 중소서민들에 대한 정책 대신 중산층 이상 계층에 더 혜택을 많이 주는 것은 형평성이 없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