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격감이 나쁜데 안타를 3개나 뽑아냈다? 이에 대해 류중일 삼성 감독은 "컨디션이 좋으면 상대 투수의 공을 잘 보지 않고 치려고 덤비는데 나쁘면 반대로 공을 잘 골라내 좋은 공만 치기 때문에 오히려 안타가 나오는 경우가 있다"고 해석했다. 이에 박한이는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원하는 공이 와서 쳤다"고 말했다.
이를 투수에게도 적용할 수 있을 것 같다. 구위가 좋으면 오히려 나쁜 결과가 나올 수도 있는 것이다. 자신 있게 승부하려다 제구가 몰려 맞아나갈 수 있다는 얘기다.
류 감독은 이날 선발 차우찬에 대해 "선발 투수 중 가장 구위가 좋다"고 말했다. 개막전은 알프레도 피가로가 맡았지만 2차전에 차우찬을 낸 이유였다.
하지만 차우찬은 류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1회만 4점을 내주며 불안하게 출발했다. 1사 후 조동화, 이재원에게 연속 안타를 내준 뒤 박정권을 볼넷으로 내보내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이후 앤드류 브라운에게 뼈아픈 장타를 허용했다. 풀카운트에서 던진 7구째 포크볼이 가운데로 몰리며 왼쪽 담장을 넘어간 그랜드슬램이 됐다. 차우찬은 이후 5회도 2실점한 뒤 마운드를 내려갔다.
이날 차우찬은 최고 구속 144km로 이날 SK 우완 선발 윤희상과 같았다. 좌완임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5이닝 4탈삼진 7피안타 2볼넷 6실점했다.
삼성은 이날 타선이 9안타를 때려냈지만 응집력이 부족했다. 결국 3-7 패배를 안으며 연승이 무산됐다. 구위가 좋다던 차우찬은 패전 투수가 됐고, 타격감이 별로라던 박한이는 이날도 안타를 추가했다. 야구란 참 모르는 일이다.
경기 후 류 감독은 "경기 초반 만루홈런을 허용하면서 어려운 흐름이 됐다"면서 "5회 추가득점에 실패했는데 그 과정에서 주루 미스가 나온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한화는 넥센에 5-3으로 이겨 전날 패배를 설욕했고, 롯데와 두산은 각각 케이티에 5-4, NC에 4-1로 승리해 연승을 달렸다. KIA는 브렛 필의 9회말 끝내기 2점 홈런으로 7-6 승리로 연이틀 LG를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