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우승 전력을 보유하고도 이상하게 부상 등의 악재로 시즌 초반 힘을 쓰지 못했다. 그러나 결국은 정규리그 1위로 치고 올라가 한국시리즈까지 제패한 게 4년 연속이었다. 그래서 슬로 스타터라는 말이 나왔다.
류 감독은 "올해도 채태인이 수술 재활 중이라 빠져 있다"면서 "불펜 심창민, 김현우의 부상에 5선발 정인욱도 구속이 안 나와 2군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심창민은 필승 계투 안지만 앞에 던져주는 투수인데 권오준, 신용운이 있지만 공백이 적잖다"고 말했다.
올해 삼성은 지난해 에이스 역할을 했던 릭 밴덴헐크도 일본으로 진출해 빠졌다. 때문에 삼성이 통합 5연패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하지만 일단 개막전만큼은 류 감독의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슬로 스타터라는 별명도 해당되지 않았다. 안정적인 투타 조화를 이루며 낙승을 거뒀다.
밴덴헐크의 공백을 느끼기 어려웠다. 삼성 구단이 뽑은 경기 MVP에 오른 피가로는 "개막전 선발 투수는 생애 처음인데 좋은 경험을 했고 잘 던지고 이겨서 기분이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매일 팬을 위해 뛰는 선수들이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 이길 수 있다는 것 행복한 일"이라고 듬직한 면모도 보였다.
타선도 제때 터졌다. 2회 이지영의 선제 결승 적시타에 이어 3회 이승엽의 1타점, 구자욱의 2타점 2루타로 승기를 잡았다. 구자욱은 채태인의 공백을 든든히 메웠다. 7회 백정현-신용운이 1실점했지만 곧바로 7회말 김상수-나바로의 적시타로 쐐기를 박았다.
수비도 합격점이었다. 1회 박한이가 슬라이딩 캐치를 하다 공을 빠트려 이재원의 3루타를 내줬지만 곧바로 박정권의 안타성 타구를 미끄러지며 잡아내 위기를 넘겼다. 3회는 구자욱이 이명기의 2루타성 원바운드 타구를 껑충 뛰어 처리했다. 유격수 김상수, 2루수 나바로, 3루수 박석민까지 등 전체적으로 수비가 탄탄했다.
경기 후 류 감독은 "개막전을 이겨서 기분이 좋다"고 소감을 밝히면서 "피가로가 승리를 안겼는데 공이 인상적이었다"고 치하했다. 이어 "타선이 선발 전원 안타를 치면서 골고루 활약해준 덕분에 편하게 이길 수 있었는데 구자욱의 중요한 2타점이 초반 경기 흐름에 도움이 됐다"면서 "전체적으로 봤을 때 호수비가 많이 나온 점이 고무적"이라고 칭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