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포지션 상 수비도 필요했다.
누구 못지 않은 구슬땀을 흘렸다. 코트 위에 넘어지고, 또 몸을 던졌다. 그리고 조금씩 수비도 자신감이 붙었다. 지난 시즌 받았던 리시브보다 4개 가까이 늘었다. 조금씩 업그레이드 되는 박정아다.
27일 열린 V-리그 챔피언결정전 1차전. 기업은행은 정규리그 우승팀 도로공사를 3-0(25-17 25-18 25-22)으로 완파했다. 세터 김사니의 완벽 토스와 트리플 크라운을 기록한 데스티니의 공격력이 빛났지만, 그 뒤에는 박정아의 수비가 있었다.
박정아는 디그만 13개를 잡아내면서 도로공사의 공격을 무력화시켰다. 다부진 표정으로 장소연의 이동 공격부터 니콜의 공격까지 척척 잡아냈다. 물론 공격도 17점 만점 활약이었다.
박정아는 "(표정은) 이기고 싶어서 그랬던 것 같다"면서 "항상 수비를 못 한다고 생각해서 하나라도 더 받자고 생각했다. 보통 자기가 좋아하는 코스로 때리니까 준비를 했다. 매번 사니 언니가 어디로 간다고 말해주니까 잡을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정철 감독은 여전히 '조금 더'를 외친다.
이정철 감독은 "잘 했는데 조금 아쉬운 것은 낮은 블로킹에 2개가 떨어진 것"이라면서 "감독 입장에서는 퍼펙트하게 해주길 바란다. 수비 연습도 진짜 많이 한다. 팀 구색을 맞추기 위해 리시브도 많이 가담하고 있다. 그런데 거기에 문제가 생기면 공격 리듬도 깨지기에 부담이 안 가는 범위 내에서 하고 있다. 많이 좋아졌지만, 앞으로 더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정아는 "나도 오늘 그렇게 잘 한 것 같지는 않아서 감독님 마음이 이해는 간다. 그런데 말이라도 잘 해주면 좋을 텐데…"라면서 "마음에 안 들게 했으니 그런 말을 했을 것"이라고 답했다.
프로 4년 차. 그런데 벌써 챔피언결정전이 3번째다. 베테랑 장소연, 정대영, 이효희가 버틴 도로공사의 경험이 풍부하다고 하지만, 챔피언결정전 경험은 못지 않다. 특히 지난 시즌 GS칼텍스에 패한 아픔 탓에 이를 더 악물고 있다.
박정아는 "첫 챔프전은 너무 몰라서 안 떨렸고, 두 번째 챔프전은 져서 기억하고 싶지 않다. 챔프전보다 플레이오프가 많이 떨렸다"면서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한 번 졌으니 또 지기는 싫다"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