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장' 위성우의 건망증과 '패장' 서동철의 눈물

'내년에도 이 모습일까' 27일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에서 우승한 뒤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이 헹가래를 받는 모습(왼쪽)과 아쉽게 준우승한 서동철 국민은행 감독이 인터뷰 도중 눈물을훔쳐내는 모습.(청주=국민은행, WKBL)
우리은행의 통합 3연패로 5개월 대장정을 마무리한 'KB국민은행 2014-2015 여자프로농구'. 위성우 감독이 이끄는 우리은행은 더 강력해진 수비와 조직력으로 WKBL 사상 두 번째로 3연속 정상을 이끌며 최강임을 입증했다.

국민은행의 선전도 빛났다. 국내 센터가 없는 상황에서도 빠른 움직임과 외곽슛으로 신장의 열세를 극복하며 준우승의 값진 결실을 맺었다. 2위 신한은행과 플레이오프(PO)를 넘는 기염을 토했지만 우리은행을 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27일 충북 청주체육관에서 열린 챔피언결정 4차전에서 우리은행은 한 수 위의 전력으로 64-55 승리를 거뒀다. 3승1패로 시리즈를 마무리하며 2010년대 최강팀으로 자리잡았다.

'이게 힘든 훈련을 잊게 해주는 망각의 우승컵' 우리은행 선수들이 27일 통합 3연패를 달성한 뒤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기뻐하는 모습.(청주=WKBL)
경기 후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은 "세 번째 통합 우승을 했는데 이번이 가장 힘들다"고 털어놨다. 그도 그럴 것이 위 감독은 지난 시즌 뒤 인천아시안게임을 위해 비시즌에도 쉬지 않고 달려왔다. 20년 만의 여자 농구 금메달을 이끈 뒤 곧바로 시즌에 합류해 정규리그와 챔프전까지 치렀다. 지칠 만도 했다.

하지만 그게 이유가 아니었다. 위 감독은 "사실 이전 시즌 힘들었던 것은 생각이 잘 나지 않는다"면서 "여자들이 흔히 애를 낳으면 (출산의 고통을 까먹고) 또 낳는데 그것처럼 힘든 게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이전 시즌 힘들게 훈련하고 지도했던 기억이 지우개처럼 사라져 이번 시즌 힘들었던 고초만 생각난다는 것이다.

그러나 위 감독의 '건망증'은 우리은행의 3연패를 가능하게 만든 원동력이다. 힘든 과정을 털어내고 잊어버리고 새롭게 다시 도전하는 것이다. 위 감독은 "오늘이 지나면 또 지나가는 것"이라면서 "내년에도 지킨다는 생각보다 다시 만들어서 도전한다는 자세로 가겠다"고 다짐했다.

그런 위 감독도 잊지 않는 게 있다. 바로 "훈련 없는 성적은 없다"는 것이다. 혹독하고 철저한 훈련, 선수들에게 밟히는 우승 뒤풀이의 이유다. 우리은행이 잘 나가는 원동력이다.

'얘들아, 우리 이 날을 잊지 말자!' 27일 경기 뒤 청주 홈팬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는 국민은행 선수들. 왼쪽 사진은 서동철 국민은행 감독이 인터뷰 도중 눈물을 쏟으며 감정을 진정시키는 모습.(청주=WKBL, 임종률 기자)
하지만 이날 경기를 오랫동안 가슴에 새겨둘 사람도 있다. 바로 서동철 국민은행 감독이다. 서 감독은 지난 시즌 PO에 이어 올 시즌 챔프전 진출로 더 나은 성적을 냈지만 아쉬움이 진하게 남았다. 국민은행의 창단 첫 우승을 노렸지만 무산됐다.

경기 후 인터뷰실에 들어선 서 감독의 첫 마디는 "무슨 말을 해야 하나"였다. 농도가 짙은 한숨과 함께였다. 일단 서 감독은 "진 것에 승복하고 위 감독과 우리은행에 축하한다는 말을 전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 감독의 평정심은 오래가지 않았다. "챔프전에 와서 선수들이 조금 부족한 면이 없지 않았지만 최선을 다해줘서 참 고마웠다"고 말하던 서 감독은 눈시울이 붉어졌다. 끝내 눈물을 쏟은 서 감독은 "이런 모습 보이기 싫은데 창피하다"면서 두 손으로 눈을 가렸다.

잠시 뒤 감정을 진정시킨 서 감독은 "경기에서는 졌지만 선수들이 열정에서는 절대 지지 않았다"면서 "힘들었을 텐데 팬들에게 최선 다하는 모습을 보여 자랑스럽고 고맙다고 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부족했던 것이 무엇인가 생각해보고 다음 시즌 더 열심히 준비하겠다"면서 "내년 시즌에도 우리만의 색을 갖고 나타나겠다"고 다짐했다.

위성우 감독의 건망증과 이날의 패배를 오롯이 간직한 서동철 감독의 눈물. 과연 다음 시즌 두 팀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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