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전자랜드가 KBL 플레이오프 무대에서 불러 일으킨 '3월의 광란'이 막을 내렸다.
2014-2015 프로농구 정규리그를 6위로 마친 팀의 사상 첫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꿈 꿨던 전자랜드의 3월은 뜨거웠다. 전자랜드의 예상 밖 질주에 농구 열기도 함께 뜨거워졌다.
전자랜드가 6강 플레이오프에서 3위 서울 SK를 3연승으로 꺾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 기세를 몰아 정규리그 2위의 강호 '동부산성' 원주 동부와의 4강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승리할 것으로 예상한 이도 많지는 않았다.
열기는 대단했다.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란 4강 3,4차전에는 각각 7천명이 넘는 만원 관중이 입장해 뜨거운 관심을 반영했다.
'언더독의 반란'은 언제나 스포츠 팬들을 흥분시킨다. '공은 둥글다'는 명제가 존재하는 이유다. 언더독은 흔히 약체를 뜻하는 스포츠 용어다.
전자랜드의 주장 리카르도 포웰은 "우리는 언더독이 아니다"라고 말했지만 팬들의 생각은 달랐다. 농구 팬이 갖고 있는 전자랜드의 이미지는 늘 어려운 여건 속에서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내는 팀이다. 하지만 그들을 우승권으로 보는 팬은 많지 않다. 농구계 분위기도 그렇다.
유도훈 전자랜드 감독이 플레이오프 개막을 앞두고 "열심히 하는 팀이 아닌 잘하는 팀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밝힌 것도 이같은 이유다. 전자랜드는 틀에서 벗어나고 싶어했다.
어느 정도 행운도 따라줬다. 6강 2차전에서 SK 김선형과 박승리가 자유투 4개 중 1개만 성공시켰어도 전자랜드의 질주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행운은 언제나 강자의 편이다. 전자랜드가 평소와는 완전히 다른 공격적인 의지를 갖고 임한 1차전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면 SK의 두 선수는 보다 편안한 마음으로 자유투를 던지지 않았을까. 전자랜드 스스로 만든 행운이다.
◇전자랜드의 '마지막 불꽃'
27일 오후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동부와 전자랜드의 4강 플레이오프 최종 5차전.
동부가 51-42으로 앞선 3쿼터 종료 5분3초 전, 동부의 공격 코트에서 동부 김주성과 전자랜드 리카르도 포웰의 더블파울이 선언됐다.
포웰은 흥분했다. 자신은 반칙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더블파울은 두 선수가 동시에 거친 몸싸움을 할 때 불린다. 포웰은 가만히 서있는 자신에게 김주성이 다가와 어깨로 밀쳤다고 생각한듯 보였다.
전자랜드 벤치 역시 그랬다. 이현호가 대표로 항의하다 전자랜드는 벤치 테크니컬 파울을 지적받았다. 주장이 아닌 선수가 판정에 항의해서는 안된다는 규정을 들이민 것이다. 전자랜드의 주장은 포웰이다.
박지현이 테크니컬 자유투를 성공시켜 점수차를 10점으로 벌렸다.
그런데 일련의 과정은 오히려 전자랜드의 투지를 자극하는 계기가 됐다.
차바위의 3점슛이 터졌다. 포웰의 중거리슛과 김지완의 3점슛이 이어졌다. 포웰이 골밑슛을 성공시켰고 차바위는 자유투로 득점을 쌓았다.
전자랜드는 더블파울과 테크니컬 파울이 선언된지 불과 3분 만에 스코어를 54-54 동점으로 만들었다.
전자랜드가 플레이오프 내내 보여준 근성과 투지를 3분동안 압축해 보여준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러나 전자랜드는 끝내 마지막 고비를 넘기지 못했다. 동부는 4쿼터 들어 박병우와 데이비드 사이먼이 연속 8점을 몰아넣어 점수차를 두자릿수로 벌렸다.
전자랜드의 드라마는 계속 됐다. 정병국의 3점슛과 김지완의 3점 플레이, 포웰의 맹활약이 더해져 4쿼터 막판 70-71로 추격했다.
그러나 종료 11.3초 전에 터진 리처드슨의 3점슛이 전자랜드의 맹렬했던 불꽃을 껐다.
동부는 전자랜드를 74-70으로 꺾고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다.
정규리그 6위팀으로는 처음으로 결승 진출을 노리던 전자랜드의 도전은 막을 내렸다. 졌지만 실패는 아니었다. 전자랜드는 올해 플레이오프를 통해 열심히 하는 팀을 넘어 농구를 잘하는 팀의 이미지를 구축했다. 돈으로 주고도 살 수 없는 가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