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수렁 벗어나려 해도… 자갈 길 같은 자활의 길

탈성매매 여성의 자활, '삶의 과정'으로 이해해야… 입체적·장기적 정부 지원 절실

성매매 경험을 뒤로하고 상담센터에서 다른 성매매 피해 여성들의 지원 업무를 맡아온 A씨는, 지난해 초 숨기고 싶은 이력이 동료들에 의해 노출되는 아픔을 겪었다.

"며칠 전까지 친하게 지냈던 동료들이 인사조차 받지 않더라"며 힘겨워하던 A씨는, 지난해 5월 센터 내부비리를 서울시에 신고하기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A씨는 "신고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며 탄원을 묵살했다"고 말하고, "심지어 탄원서 첫문장에 파주 용주골에서 일했다고 적었더니, '파주로 돌아가라'는 말도 들었다"고 했다.

이후 CBS의 보도로 센터 내부 비리가 드러나면서 그제서야 서울시는 경위를 설명하겠다며 A씨에 거듭 접촉해 왔지만, A씨는 또다른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센터와 서울시로부터 받았던 모욕감이 트라우마처럼 떠오르는 것.

A씨는 "서울시와 상담센터 측에서 나를 찾는다는 얘기를 전해듣고 3개월 넘게 집을 떠나 친구 집을 전전했다"며 "돈을 벌지 못해 휴대전화 요금도, 방세도 밀려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 울음을 터뜨렸다.

◇이유도, 걸림돌도, 결과도 각양각색… 그들만의 자활


이 외에도 성매매 현장을 벗어나려는 많은 여성들은 갖가지 걸림돌을 마주하는데, 경찰 단속을 계기로 새로운 인생 설계에 나선 B양의 발목을 잡는 건 건강 문제다.

성병에 따른 난소 질환을 앓고 있어 주기적으로 산부인과 진료를 받아야 할 뿐 아니라 성매매 시절 겪었던 폭력은 아직도 몸과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다.

가정 불화로 가출한 뒤 성매매 생활을 하다 탈성매매를 결심한 C양의 경우 과거의 말투와 습관을 지우기 어려워 새로운 사람을 사귀기가 어렵다고 고백했다.

성매매 사실을 이해하는 남편과 가정을 꾸린 D씨는 학부모 모임이나 지역봉사활동에도 활발히 참여해 자활(自活) 성공 사례로 꼽히지만 그늘이 완전히 걷힌 것은 아니다.

과거 성매매 경험이 밝혀져 자녀들의 앞길을 막을까 두렵다는 것으로, D씨는 "스스로 과거 경험을 당당하게 받아들여 삶의 밑바탕으로 삼을 때라야 진정한 자활을 이룬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자활, '성과'가 아닌 '과정'으로, '통계'가 아닌 '일상'으로

이처럼 자활에 나선 여성들의 고통이 만만치 않지만 이들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은 여전히 미흡하다.

각 여성들의 고통이 다르고 자활의 방식도 다름에도, 단순히 얼마 동안 몇명이 자활에 성공하느냐를 바탕으로 정부 차원의 지원이 결정되는 실정이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예산을 편성할 때도 자활에 성공한 피해 여성이 몇 명이냐와 같은 통계를 요구받곤 한다"며 "피해 여성마다 자활 과정이 다르고, 자활에 성공했더라도 이를 알리기 쉽지 않은 특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에 따라 꾸준하고도 탄력적인 지원 대책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평택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신은주 교수는 "성매매 여성들의 자활 과정이 계량적으로 평가받다보니 어떻게든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리기도 한다"면서 "20년 넘게 성매매 현장에서 일했던 중년 여성에게도 2, 3년만에 자활 과정을 마치라는 건 무리한 요구"라고 말했다.

신 교수는 이어 "지원현장과 당사자 여성의 욕구를 반영해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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