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 교수는 12일 개봉한 변요한 주연의 한국 영화 '소셜포비아'(감독 홍석재, 제작 카파필름즈)를 일반 관객들과 함께 본 뒤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소셜포비아는 SNS에서 벌어진 마녀사냥 탓에 벌어진 한 사람의 죽음이 자살인지 타살인지를 파헤쳐가는 추적극이다.
진 교수는 22일 서울 신사동 CGV압구정점에서 열린 소셜포비아 시네마 톡 행사에 홍석재 감독 등과 함께 참석해, 이 영화의 소재가 된 'SNS 마녀사냥' 'SNS 시대의 자화상'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먼저 진 교수는 '이 영화에서 왜 마녀사냥과 현피(웹상에서 벌어지는 일이 실제 싸움이나 살인으로 이어지는 것을 가리키는 신조어) 등 SNS의 부정적인 측면을 다뤘는지'를 물었다.
홍 감독은 "SNS에 긍정적인 측면도 확실히 있지만 이 영화 속에 담고 싶었던 것은 '사람들이 왜 여기에 목매는가' '왜 이곳에서 벗어나지 못하는가'에 대해 깊이 파고들고 싶었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진 교수는 "SNS가 특수한 문화 상황과 만나서 발생한 문제인 것 같다. 인터넷은 구술 문화가 발달한 나라에서 융성한다"며 "서양에서는 인터넷을 정보적 활용의 수단으로 사용하는데 반해 우리나라에서는 친교적 목적의 이용이 활발한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러한 과정 속에 군중 심리가 작용하고 왜곡된 정의 관념이 현피 현상을 가져오기도 한다"며 "대중의 심리에 게임이나 TV 쇼처럼 어떠한 역할을 맡고 싶어하는 주체적 욕망이 자리 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날 그는 철학, 종교 등을 접목시켜 영화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내놨다. 진 교수는 "토마스 홉스는 개인이 국가에 의해 통제되는 상태를 리바이어던이라 불렀고, 성경의 욥기 이야기를 안드레이 즈비아긴체프 감독이 '리바이어던'이라는 토마스 홉스의 책을 매개로 해 러시아에 그대로 옮겨놓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소설 '미하엘 콜하스'처럼 인간의 손으로 다시 정의를 수립하는 과정이 들어가 있을 줄 알았는데, 실존주의적 비극을 그렸다는 점에서 '카프카'스러웠다"며 "인간의 존재·시스템 자체가 부조리하다고 이야기하는 실존주의적인 부분들이 있기 때문에 해석을 다양하게 할 수 있는 영화”라고 소개했다.
영화에 담긴 종교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신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했다기 보다는 일종의 패러디인 것 같다"며 "주인공 콜랴의 절망이 사회학적 절망이 아니라 신학적 절망에 도달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장치가 아닐까"라고 해석했다.
진 교수는 마지막으로 "보면 아시겠지만 아름다운 영화이고, 굉장히 튼튼한 구조들을 가졌다"며 "사회비판적인 해석뿐 아니라 실존주의적 해석까지 가능한 영화이니 주변에 많이들 권해 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