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영화상 집행위원장인 영화 평론가 달시 파켓은 26일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2회 들꽃영화상'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한 해 동안 선보인 한국 저예산 독립영화의 성과를 짚었다.
그는 "지난해 극영화 60편, 다큐멘터리 30편으로 무두 90편의 독립영화, 저예산영화가 개봉했다"며 "'한공주' '족구왕'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등의 흥행 덕에 일반 대중이 독립영화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쌓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평론가로서 어느 때보다 한국 독립영화에 대한 글을 쓰는 게 행복한 시기"라며 "하지만 아직도 관심을 받지 못하는 뛰어난 독립영화가 많은데, 들꽃영화상은 더 많은 사람들이 독립영화에 관심을 갖도록 돕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들꽃영화상은 다음달 9일 서울 예장동 '문학의 집-서울'에서 시상식을 갖는다. 이에 앞서 다음달 6~8일까지 서울 종로 서울극장에서 특별 상영회도 연다. 지난해 개봉한 순제작비 10억 원 미만의 저예산 독립영화 가운데 21편을 후보작으로 선정했으며, 모두 10개 부문에 대한 시상이 이뤄진다.
달시 파켓은 한국 독립영화의 강점으로 복합적인 캐릭터와 세상을 솔직하게 표현하려는 노력 등을 꼽았다.
그는 "영화 한공주의 주인공은 과거 트라우마 탓에 자신을 숨기고 있어 우리는 그를 점진적으로 알아갈 수밖에 없고, '도희야'의 학대받는 소녀 역시 희생자로만 보이지 않고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을 복합적으로 지녔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세상을 표현하는 방식에 있어서도 영화 '10분'은 꿈을 포기한 채 정부 계약직으로 일하는 청년의 좌절을 솔직히 보여 준다"며 "족구왕과 같은 오락성을 강조한 영화에서조차 판타지보다는 세상에 대한 솔직함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민감한 사회 문제에 대한 섬세한 접근 역시 한국 독립영화를 강하게 만드는 요소라고 그는 강조했다.
달시 파켓은 "다큐멘터리의 경우 민감한 사회 문제를 섬세하게 다루고 있는데, 굉장한 창의력을 발견하게 된다"며 "'논픽션 다이어리' '다이빙벨'은 정치적 이슈를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죽음을 다룬 '목숨', 가족에 대한 이야기인 '마이 플레이스' '아버지의 이메일'도 인상적이었다"고 전했다.
◇ "한국 독립영화 깊이·넓이 확장…세상 바꿀 수 있는 힘"
들꽃영화상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영화 평론가 오동진은 "재작년 말에 달시 파켓이 이 영화상을 기획할 때 함께한 데는 한국영화의 페이지가 넘어가는 시점에서 그것을 짚어주고 독립영화를 존중해 주는 상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막 피어난 들꽃처럼 예산도 턱없이 부족하고 행정적인 시스템도 미비하지만 한 해 선보이는 90여 편의 독립영화에 대한 애정을 모으려 노력했다"며 "그만큼 지금 한국에서 만들어지는 독립영화의 깊이와 넓이가 확장되고 있다는 증거"라고 강조했다.
저예산 독립영화를 대상으로 한 들꽃영화상은 주류 상업영화를 만드는 영화인들의 후원으로 꾸려진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남다르다.
오동진은 "들꽃영화상 시상식을 풍족하게 진행하지는 못하지만 상업영화를 기획하고 만드는 영화인들의 전폭적인 지지와 후원으로 이뤄지고 있기에 진짜 영화인들의 상이라고 부를 만하다"며 "보통 영화상이 3회를 넘기면 안정권에 접어든다는 점에서 내년까지는 많은 분들이 들꽃영화상을 인지할 수 있도록 하는데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들꽃영화상은 독립영화를 대상으로 하지만 궁극적으로 독립영화를 뛰어넘는 통합된 흐름을 만들어갈 계획"이라며 "이 상을 꾸려가는 달시 파켓과 제 입장에서 메시지와 위안을 주고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영화라면 독립영화든 상업영화든 차이를 두지 않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들꽃영화상에 대한 관객들의 지지와 참여를 모으기 위한 펀딩21(www.funding21.com)이 개설돼 운영 중이다. 펀딩으로 모인 금액은 영화상의 진행 비용으로 사용되며, 후원 금액에 따라 상영회 입장권, 시상식 초대권 등이 제공된다.
들꽃영화상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공식 홈페이지(www.wildflower-awards.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