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정치인들만의 리그' 4.29재보선…새 인물이 없네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으로 치러지는 4.29재보궐선거가 새로운 인물들은 거의 없이 구정치인들만의 경연장이 됐다.

여야가 4월 29일 재보궐선거 네 곳의 후보로 내세운 인물들은 짧게는 수년에서 길게는 수십년 동안 정치를 했거나 기웃거리던 예전의 인물들이다.

새누리당이 내세운 인천 서·강화을의 안상수 전 인천시장과 새정치연합의 광주서구을 조영택, 무소속의 천정배 후보는 대표적인 구시대 정치인들이다.

안상수 후보는 시민 여론조사(70%)와 당원 여론조사(30%)를 통해 후보를 거머쥐었다.

새정치연합의 신동근 후보는 세 번이나 낙선하고 지역위원장을 차지하고 있었다.

조영택 후보도 국민여론조사(50%)와 당원 현장투표(50%)를 거쳤다.

특히 새정치연합 서울 관악을 정태호 후보는 50.3%로 지지를 얻어 49.7%를 득표한 김희철 전 의원을 0.6%p 차이로 신승했다.


정 후보는 노무현 정부 비서관을 거쳤으며 대표적인 친노 인사로 알려져 있다.

맞대결을 펼쳐야 하는 새누리당의 오신환 후보 역시, 당협위원장 출신이다.

일찌감치 후보로 확정된 새누리당의 성남중원 신상진 후보는 전직 의원이다.

새정치연합 성남 중원의 정환석 후보는 은수미 의원(비례대표)을 누른 지역위원장 출신이다.

통진당 출신인 김미희 전 의원은 성남중원에, 이상규 전 의원은 관악을에 무소속으로 출사표를 던졌다.

새로운 인물은 이정현 의원이 영입작업을 벌여 새누리당 광주 서구을에 출마시킨 정승 전 식약처장이 유일하다.

안상수 전 시장은 인천시장 재선과 15대 국회의원을 지내는 등 30년 가까이 정치권 주변을 맴돈 인물이고, 조영택 후보는 행자부 공무원으로 공직에 발을 들여놓은 뒤 국무조정실장과 국회의원을 지냈다.

새정치연합의 4곳 후보 모두 지역위원장이 경선에서 승리했다.

무늬만 국민경선이라는 후보 선정 방식은 지역위원장들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사실이 이번 재보궐선거 후보 결정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났다.

조직과 인지도, 명성에서 앞선데 따른 결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난해 7.30재보궐 선거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지난 19일 오전 국회 새정치민주연합 당 대표회의실에서 열린 4.29 재.보궐선거 공천장 수여식에서 문재인 대표를 비롯한 후보자들이 선거에 대한 생각을 적은 손피켓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자료사진)
김무성 대표와 문재인 대표 등 여야 지도부가 내년 총선 후보 선정도 국민참여경선을 통해 결정하겠다고 밝힌 만큼 중앙 무대에서의 정치보다는 지역구 현안을 해결하고 지역민들과 스킨십을 위주로 하는 지역정치인들이 대거 후보를 차지할 공산이 크다.

현역 의원들이나 지역위원장들이 후보가 될 수밖에 없는 제도인 현 국민경선은 정치 신인들의 등용을 막아 정치권의 인적개편과 물갈이는 사실상 불가능하게 됐다.

김형준 교수(명지대)와 임동욱 교수(충북대) 등 대부분의 정치학자들은 "현재처럼 무늬만 국민경선을 할 경우 지역 정치인들이나 유명세를 탄 인물들이 후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참여경선이라는 현 후보 선출제도에 대해 새누리당 나경원 의원은 "당 대표나 지도부가 공천을 좌지우지 할 수 있어 당원과 국민에게 공천권을 돌려주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대세"라면서도 "모든 후보 결정을 경선에 맡기는 것은 반대한다"고 말했다.

나 의원은 "전략공천이라는 것이 부작용이 많은 것도 사실이나 그래도 새 인물의 수혈과 부정부패 정치인, 지역에서만 정치를 하는 현역 의원들을 솎아내는 제도인 만큼 부분적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픈프라이머리(완전 국민경선제) 도입을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는 새정치연합의 박영선 의원은 "지금 방식의 경선은 지명도가 높거나 지역에서 활동한 정치인들만 유리한 제도로 잘못됐다"고 말했다. 국민경선을 하려면 무늬만 국민경선을 하지 말고 완전히 지역민 전체가 참여하는 오픈프라이머리(완전 국민 참여경선)를 하자고 주장한다.

미국의 경우 1960~70년대까지 하향식 공천을 했으나 잡음과 부작용이 속출해 대부분의 주에서 오픈프라이머리로 공천 방식을 바꿨다.

미국의 상하원 중에 2~30년 동안 의원 신분을 유지하고, 90세를 넘겨서도 정치적 활동을 하는 의원들이 여러 명 있는 것은 오픈프라이머리라는 제도 때문이라는 비판이 많다. 특히 상원은 심하다.

박지원 의원은 "국민참여경선이 원칙이다"면서도 "조직 동원과 매수 등 부정적 한계를 극복하고 새 인물의 수혈, 등용을 위해서는 전략공천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무늬만 국민참여경선은 기득권 유지를 위한 공천제도"라고 못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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