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성은 없었다. 예외도 없었다.
지난해 9월 도핑테스트에서 세계반도핑기구(WADA)가 선정한 금지약물 1호로 불리는 테스토스테론이 검출된 박태환(26)이 징계를 피하지는 못했다.
국제수영연맹(FINA)는 박태환의 청문회가 끝난 24일 새벽(한국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박태환에게 18개월의 선수 자격정지 징계를 내린다고 발표했다.
박태환은 약 4시간 동안 진행된 청문회에서 고의성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테스토스테론이 포함된 '네비도' 주사 투약은 의사의 과실이었다고 결론이 난 검찰의 수사 결과 등 다양한 자료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태환의 청문회 전담팀은 애초 지난달 27일로 예정된 청문회 일정 연기를 요청할 정도로 고의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입증할 자료 확보에 심혈을 기울였다.
그러나 FINA는 무관용 원칙을 내밀었다. 최근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 가장 경계하고 있는 금지약물인 테스토스테론이 검출된만큼 징계를 피할 수는 없었다.
테스토스테론은 근육강화 효과가 있는 약물로 WADA는 1종 금지약물로 다루고 있다.
테스토스테론 때문에 경력을 망치거나 망칠뻔한 선수들은 한둘이 아니다.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의 알렉스 로드리게스는 2007년 성기능 장애를 치료하겠다는 명분으로 테스토스테론을 처방받았다가 뒤늦게 리그 사무국으로부터 철퇴를 맞았다. 로드리게스는 경기력 향상을 위해 수차례 다양한 약물을 복용했고 211경기 출전 정지라는 초유의 중징계를 받았다.
세계적인 스프린터로 명성을 날렸던 저스틴 게이틀린(미국)은 2006년 도핑테스트에서 테스토스테론 양성 반응을 보여 4년간 출전 정지 징계를 받기도 했다.
WADA는 테스토스테론 검출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내세우고 있다.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고의성이 없다고 하더라도 항상 주의하고 예방해야 하는 선수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책임을 물으면 할말이 없어진다. 박태환도 예외는 아니었다.
징계 기간이 FINA가 부과할 수 있는 최대 2년이 아니라 18개월로 결정돼 내년 8월 리우올림픽 출전의 길이 열렸다는 점은 박태환에게는 다행이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했지만 징계 자체를 피할 수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