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서니 리처드슨(원주 동부)은 치열한 승부가 펼쳐지는 코트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벤치에 앉아 보기에는 코트가 너무 멀었다. 4쿼터 막판 벤치를 박차고 나와 광고판에 몸을 기대고 동료들을 응원하면서 경기를 지켜봤다(사진).
그러나 리처드슨은 심판의 제지를 받고 벤치로 물러나야 했다. 리처드슨은 마치 "무슨 문제야?"라고 말하는듯한 제스쳐를 선보이며 투덜댔다.
기회를 줬다. 리처드슨은 마치 기다렸다는듯이 코트를 밟자마자 동부의 짜릿한 역전승에 마침표를 찍었다.
동부는 23일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인천 전자랜드와의 4강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후반 한때 11점차로 뒤졌다. 그러나 차곡차곡 점수를 쌓아 4쿼터 막판 박빙의 승부를 만들었다.
그러나 승부를 뒤집기에는 2%가 부족했다. 김영만 동부 감독은 놓치지 않았다. 경기 종료 2분2초를 남기고 데이비드 사이먼을 빼고 앤서니 리처드슨을 투입했다.
사이먼은 직전 공격 기회에서 자유투 2개를 모두 놓쳤다. 자유투가 좋지 않은 사이먼을 계속 기용하기에는 부담이 컸다.
기막힌 한수였다.
리처드슨은 51-51로 팽팽하던 종료 58.8초 전 공격리바운드에 이은 골밑슛을 성공시켰다. 동시에 상대 반칙을 얻어 추가 자유투까지 넣었다. 승부를 결정지은 점수였다.
김영만 감독은 "마지막에 사이먼이 가운데도 안되고 자유투도 안되길래 앤서니를 투입한 것이 잘됐다"고 막판 교체 이유를 설명했다.
리처드슨은 이날 13분45초동안 코트에 머물렀다. 출전 시간이 많지는 않았지만 마지막 2분을 남기고 영양가 만점의 활약을 펼쳐 동부에 귀중한 승리를 안겨줬다.
55-51로 승리한 동부는 시리즈 전적을 2승1패로 만들었다. 챔피언결정전까지는 이제 1승만을 남겨뒀다.
김영만 감독은 "11점차가 되면 선수들이 힘들어 포기할 수도 있었는데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우리는 골밑이 강하니까 꾸준히 리바운드를 잡고 큰 것 노리지 않고 하나씩 만들어가다보니 역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