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협의 '소신'이냐 '무리수'냐…대법관 전관예우 어떻길래

자료사진 (사진 = 이미지비트 제공)
대한변호사협회가 차한성(61 사법연수원 7기) 전 대법관의 변호사 개업 신청을 반려하면서 퇴임 대법관의 전관예우 문제가 연일 이슈화되고 있다. 변협의 조치를 두고 부적절한 월권 행사라는 비판도 있지만 자연스레 대법관의 전관예우 문제가 재조명되고 있다.

대법관 전관예우 문제는 최근에는 안대희 전 대법관이 총리 후보로 선임됐다 낙마하면서 불거졌다. 당시 안 전 대법관은 퇴임 후 변호사로 일하며 10개월만에 27억원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지자 여론에 떠밀려 사퇴했다. 이는 일반인들이 상상하기 어려운 수준의 전관예우가 존재한다는 것을 방증했다.

현재 서울 지역에서 변호사로 개업해 활동 중인 전직 대법관은 총 37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0년 이후 퇴임한 대법관 35명 중 23명이 변호사업을 하고 있다.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비롯해 차 전 대법관이 소속된 태평양과 세종, 율촌, 바른, 화우 등의 로펌이 대법관 2명 이상을 영입한 것으로 전해진다.

로펌에 가지 않고 안대희 전 후보자처럼 자신의 이름을 내건 사무소를 차리고 직접 영업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전직 대법관은 퇴직 후 3년이면 100억원을 벌어들일 수 있다는 소문이 있을 만큼 수임료 규모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 대법관 출신 전관예우 수임료를 이른바 '도장값'으로 부르는데, 변호사 선임계에 도장을 찍는 것만으로 재판에 영향을 미친다고 해서 나온 말이다.

법조계에서는 의뢰인이 고등법원에 항소하거나 대법원에 상고했을 경우 대법관 출신들이 선임계를 내면 적어도 '심리불속행'은 면한다는 말이 있다.


대기업이나 유명인들이 억울함을 풀기 위해 상고를 하는 경우 적어도 정식으로 심리를 받을 수 있도록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대법원에 상고 접수된 사건의 60% 이상이 '심리불속행'으로 기각됐지만, 전직 대법관이 변호인을 맡은 상고심 청구사건의 기각률은 매우 낮다.

이 때문에 전직 대법관 출신들이 한 건의 도장을 찍는데 3000만~5000만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정적인 시선에도 불구하고 전직 대법관들이 변호사 개업의 유혹을 견뎌내기 어려운 이유다.

전수안, 김영란 전 대법관처럼 개업 포기를 선언한 경우는 드물어 미담으로 회자되는 수준이다. 대법관 출신들의 처우가 미국, 일본 등보다 열악하다는 항변도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협의 이번 조치는 법령 개정 등 제도적인 개선책을 내놓기보다는 한 개인에 특정한 일종의 '퍼포먼스'를 했다는 점에서 비판의 시각도 일고 있다.

변협이 차한성 전 대법관 한 명을 겨냥해 여론 띄우기에 나서는 것은 법률가 조직으로서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한 법조계 인사는 "개인적으로 대법관들의 변호사 수임에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이런 식으로 한 사람을 겨냥한 조치를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법률가 집단이면 제도 개선을 논해야지 법률에도 없는 변호사 개업 신청 반려를 하는 것은 여론을 의식한 '쇼'밖에 안된다"고 말했다.

대법원도 내심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면서 법률 기관끼리의 기싸움도 가시화되고 있다.

대법원은 23일 일본에서 퇴임 대법관들이 변호사 활동을 활발히 한다는 통계 자료를 출입 기자들에게 배포해 변협의 논리를 반박했으며, 변호사 개업 신청을 반려한 것은 법리상 없는 월권이라고 적극 해명했다.

퇴임 대법관의 처우 문제에 대법원이 적극 나서는 것이 부자연스러운 일인데도 불구하고 양측 기관이 대립 구도를 보이는 형국이다.

차한성 전 대법관의 사례가 자칫 기관별 소모적인 감정 싸움으로 비화될 수 있는 만큼 국회에서 입법을 통해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현재 정의당 서기호 의원이 지난 2월 발의한 변호사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다.

이 법안은 △대법관 출신들은 퇴직한 날부터 5년 동안 변호사 2명 이상의 법률사무소를 개설할 수 없도록 하는 한편 법무법인의 구성원 및 소속변호사가 될 수 없도록 하고 △퇴직한 날부터 3년 동안 대법원이 처리하는 사건을 수임하거나 그 외의 사건을 다른 변호사와 공동으로 수임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장희 외대 법대 교수는 "변협 조치의 적절성을 따질 것이 아니라 이번 기회에 전관예우를 제도적으로 막고, 퇴임 대법관의 처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논의가 국회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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