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 눈물로 살아나는 부동산 시장

[박재홍의 뉴스쇼-행간]


■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김성완 (시사평론가)

◇ 박재홍> 김성완의 행간, 시사평론가 김성완 씨 연결합니다. 안녕하십니까?

◆ 김성완> 네, 안녕하세요.

◇ 박재홍> 오늘 다룰 주제로 넘어가보죠.

◆ 김성완> 네, 봄 이사철을 맞아서 주택 시장에 봄바람이 불고 있다, 이런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요. 아파트 거래량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고 아파트 모델하우스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다시 떴다방까지 생겨났다는 소식까지 들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세입자들의 한숨소리는 커져만 가고 있는데요. 세입자 눈물로 살아나는 부동산 시장, 그 행간을 좀 살펴볼까 합니다.

◇ 박재홍> 요즘 주택시장에 활기가 넘친다, 넘치다 못해 과열됐다, 이런 말이 나올 정도던데. 지금 부동산 시장 상황이 어느 정도인가요?

◆ 김성완> 아마 관심 있으신 분들은 소식을 들으셨을 것 같은데요. 지난 1월과 2월 서울 지역 아파트 거래량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2006년부터 아파트 실거래가 조사가 시작이 됐는데요. 그 이후에 작년 2월에 7834건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그런데 지난 달, 이보다 4%가 더 많은 8144건을 기록했습니다. 그러니까 거래량 증가속도도 굉장히 빨라지고 있는데요. 지난 1월에는 6860여 건이었던 것이 한 달 사이에 1270건 정도 넘게 더 늘어났거든요. 이달 들어서는 현기증이 날 정도로 빨리 증가하고 있는데요. 3월 1일부터 3월 20일까지 아파트 거래량이 이미 8300건을 넘어섰습니다. 이미 2월 거래량에 육박하고 있다는 것이고요. 이 추세대로라면 거래량이 1만 3000건이 넘어설 것이다, 이런 예측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 박재홍> 이런 추세라면 2월 거래량을 넘어서겠네요.

◆ 김성완> 그렇죠. 이것도 사상 최대치가 될 거다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분양시장은 봄이 아니라 이미 여름에 가깝습니다. 활기를 띄는 수준을 넘어서서 과열을 경고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는데요. 모델하우스마다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고 하고. 뭐 줄이 100m 이상씩 선다고 하죠. 떴다방도 나왔고. 특히 다음달 신규 분양되는 아파트가 월간 기준으로 사상 최대치라고 합니다. 5만 7000여 채가 분양될 예정이어서 청약 전쟁이 벌어질 것 같습니다.

◇ 박재홍> 그렇군요. 그런데, 주택 시장이 침체됐다고 걱정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부동산 시장이 이렇게 살아난 이유, 어떻게 봐야 할까요?


◆ 김성완> 앞서 제가 말씀드렸던 것처럼 이게 바로 오늘의 행간입니다. 세입자들의 눈물로 시장이 살아나고 있는 겁니다, 한마디로 말씀드리면.

◇ 박재홍> 세입자들의 눈물로.

부동산 자료사진
◆ 김성완>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이후에 모두 9번의 부동산 대책이 나왔었죠. 부동산 대출규제인 LTV(주택담보인정비율)도 총부채 상환비율 DTI, 이것도 다 완화를 해 줬었죠. 또 분양가 상한제도 폐지하고 재건축 규제완화, 이런 것도 다 지금 해줬거든요. 각종 부동산 규제완화하고 시장 활성화 대책을 내놨는데 전월세 대책만 이상하게 내놓은 게 거의 없습니다. 또 내놨다고 하더라도 시장에서 먹힌 것도 없고요. 임대주택을 좀 지어서 세입자들이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좀 만들어줄 필요가 있는데 임대주택 짓는 것에 대해서는 아예 관심을 꺼버렸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재건축이 자꾸 늘어나다 보니까 전세 품귀 현상이 빚어졌죠. 결국 전셋값이 급등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그런데 이런 것보다 오히려 금리인하 폭탄이 훨씬 더 세입자들한테 큰 발등에 불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요. 정부가 한국은행의 금리인하 압박을 해서 사실상 제로금리 사태까지 만들지 않았습니까? 은행에 1억원을 맡겨도 연간 이자가 140만원 정도에 불과한 시대가 되어 버렸거든요. 집주인들 입장에서는 전월세를 더 올려받으려고 하고 세입자들은 그러다 보니까 전월세에 치이다 보니까 집값 비싼 거 뻔히 알면서 비싼 전월세에 치여서, 결국 빚내서 집 사는 이상한 일이 계속 지금 벌어지고 있는 거죠.

◇ 박재홍> 전셋값은 급등하고 있고 그나마 전세 물량도 없고 그래서 집주인들은 월세로 전환하고. 그래서 세입자들은 강제로 등 떠밀려 집을 사고 있다는 거 아닙니까?

◆ 김성완> 지금 전셋값 폭등은 직장인 월급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입니다. 결국 빚내서 계속 전셋값을 메우고 있는 건데요. 그러다 보니까 지금 가계부채가 계속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지 않습니까? 전셋값이 자고 나면 오르는 상황인데요. ‘부동산114’가 조사를 한 걸 보면 박근혜 정부 출범 후에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매달 270만원씩 폭등했다고 합니다.

◇ 박재홍> 엄청나군요.

◆ 김성완> 3인 가구 기준으로 볼까요. 노무현 정부부터 박근혜 정부까지 지난 12년 동안 서울 아파트 호당 전세가격을 분석을 했는데요. 노무현 정부 때는 매월 76만원씩 올랐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오르는 금액이 2배로 뛰어서 매달 136만원으로 뛰었거든요. 그런데 박근혜 정부 들어서서는 이것보다 또 더 2배로 뛰었습니다.

◇ 박재홍> 136만원의 2배니까 딱 270만원이네요.

◆ 김성완> 맞습니다. MB 정부 때보다 딱 2배 오른 270만원씩 폭등하고 있는 겁니다. 3인 가구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이 480만원입니다. 매월 그 절반이 넘는 돈만큼 전세가 올랐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게 갑부가 아니고서야 어떻게 이 돈을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서러운 눈물을 흘리면서 비싼 집 살 수밖에 없는, 이런 것이고요. 이런 상황이 그런데 그나마 조금 여유 있는 사람들일 경우에는 가능하지만 이보다 더 눈물을 많이 흘리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 박재홍> 더 많은 눈물을 흘리시는 분들, 아마도 집을 사고 싶어도 살 수 있는 형편조차 안 되는 세입자들이겠죠.

◆ 김성완> 맞습니다.

◇ 박재홍> 많은 분들이 공감하실 겁니다.

◆ 김성완> 요즘 세입자들이 하루하루가 아마 불안할 것 같습니다. 집 주인이 언제 전세금 올려달라고 할지 몰라서, 전세만기일이 다가오면 올수록 굉장히 마음이 불안한데요. 예전에는 집주인이 전셋값을 올려달라고 하면 협상이 좀 가능했잖아요.

◇ 박재홍> 이를 테면 좀 깎아달라, 뭐 유지해달라.

◆ 김성완> 네, 5000만원 올려달라고 하면 좀 사정 좀 봐주십시오. 3000만 올려달라고 주인한테 사정을 하면 또 그렇게 되거든요. 그런데 요즘은 전세금만 올려달라고 하면 아유, 고맙습니다 그리고 찍소리 말고 살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월세로 전환하자고 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거든요.

◇ 박재홍> 반전세, 반월세 뭐 이런 얘기도 있어요. 그러니까 전세 계약 형태면서 월세까지 끼어서 하는 그런 계약형태.

◆ 김성완> 제 주변사람들도 다 대부분 이런 식으로 전환을 하고 있더라고요, 실제로. 오르는 금액만큼은 월세로 지금 전환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거든요. 그러니까 금리의 서너 배가 되는 월세를 내면 아이가 학원 가는 거 학원 하나 줄여야 합니다, 서민들 입장에서는. 2년 만에 올려달라고 한다고 괜히 전세 계약 연장 안하겠다, 호기를 부렸다가는 큰 코 다칩니다. 주변에 아무리 뒤져봐야 2년 전 지금 살고 있는 집으로 들어왔던 가격을 찾을 수가 없게 된 겁니다. 그런 사람들이 어디로 가겠습니까? 더 외곽으로, 외곽으로 밀려나가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는 거죠. 어쩔 수없이 일부는 분양시장을 기웃대거나 자포자기 상태로 살아야 하는데요. 정부는 지금 부동산 시장 열기를 보면서 ‘아, 이제야 정책효과가 나타나는구나.’ 이렇게 자화자찬하고 있을 지 모르겠는데요. 만약에 이러다가 다시 금융위기 같은 사태가 터졌다, 부동산 폭락했다, 이거 누가 책임질 지 모르겠습니다. 아마 그때 가서 대통령부터 정치인 관료까지 모두 그럴 줄 몰랐다, 이렇게 빠져나갈지 모르겠는데요. 집 얻는 세입자 등골 뽑아서, 서민 눈물 짜내서 시장 활성화하면 뭐하나 하는 생각이 들고요. 이렇게 만든 부동산 시장이 과연 얼마나 오래 갈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깁니다.

◇ 박재홍> 설움 중에 집 없는 설움이 제일 크다는 어르신들의 말씀, 새삼스럽게 떠오르는 요즘입니다. 김성완 씨였습니다. 고맙습니다.

◆ 김성완> 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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