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서 황당 신고 끊이지 않아…"소파·장롱 좀 옮겨줘요"

소방본부 측 "친근의 방증이라 생각하지만…" '민원성' 자제 당부

무슨 일만 생기면 우선 119에 신고부터 하는 사례가 올해도 끊이지 않고 있다.

소방본부 측은 그만큼 시민들이 119를 친근하게 생각한다는 방증이라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서도 일각을 다투며 생명을 구하는 일을 하고 있으므로 '민원성' 신고를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22일 서울시소방재난본부와 일선 소방서에 따르면 지난 1월 18일 오전 10시33분께 도봉구 한 빌라 1층에서 연기가 보인다며 화재신고가 들어와 소방관들이 긴급 출동했다.

현장에 도착해 확인해보니 불은커녕 연기조차 보이지 않았다. 단지 집 안에 50대 여성이 머리에 피를 흘리고 있었다.

자초지종을 파악해보니 이 50대 여성이 집안일을 하다 머리를 부딪혀서 머리에 피가 난다고 신고자인 딸에게 전화하자 딸이 119에 '불이 났다'고 신고한 것.

신고자는 모친의 사고 소식에 당황한 나머지 화재신고를 했다고 해명했으나 그 신고로 소방인원 39명, 펌프차 등 장비 14대가 동원됐다.

당시에 출동했던 한 소방대원은 "소방력이 잠시 낭비되긴 했지만 어차피 응급상황으로 구급대가 필요한 상황이었다"며 "머리에 출혈이 있는 모친을 병원으로 이송했다"고 말했다.

2월 23일 오후 9시46분께 서초구 모 아파트 앞. 교통사고인 줄 알고 출동했던 119대원들의 눈에 들어 온 것은 타이어가 터진 채 갓길에 정차된 승용차뿐이었다.

신고자인 50대 후반 남성은 황당해하는 119대원들에게 "타이어를 교체해야 하는데 보험회사와 연락이 안 돼 급한 마음에 119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그는 바퀴가 터지면서 차량이 가드레일을 들이받는 사고가 났다고 주장했지만 차량은 타이어를 제외하면 별다른 손상이 없어 보였다.

대원들이 현장에 도착하기 전 신고자와 보험사측 간 연락이 된 까닭에 이들이 해야 할 일은 없었다.

2월 8일 오전 10시40분께 서대문구 모 아파트의 한 주민으로부터 방 안에서 딸이 복통을 호소하는데 문이 잠겼다는 신고 전화를 받고 구조·구급대원 7명과 구조버스, 구급차가 출동했다.

하지만 현장 상황은 여중생이 방문을 걸어 잠그고 나오지 않았던 것. 대원들이 방문을 계속 두드리자 여중생은 스스로 문을 열고 나왔다.

대원들은 병원에 가자고 재촉하는 모친과 가지 않겠다고 버티는 딸 간 말다툼을 잠시 지켜보다가 하릴없이 철수했다.

지난 4일 오후 1시45분께 거동이 불편해 도움이 필요하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은평구의 모 점포에 도착한 대원들에게 신고자인 중년 여성은 점포 안에 놓인 돌침대와 소파, 장롱 등을 옮겨달라고 부탁했다. 허리가 안 좋아 혼자 옮기기가 어려워 119에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대원들은 가재도구를 옮겨주고 이런 신고를 삼가라고 당부하고선 센터로 돌아갔다.

서울시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좋게 해석하면 시민들이 119를 친근하게 느껴서 사소한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찾아주시는 것 같다"면서도 "사소한 건으로 소방력이 동원되다 보면 정작 생사를 가르는 긴급상황에 늦게 출동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을 시민들이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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