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AIIB에 한국이 결국 참여할 것으로 봐"

아시아 인프라 1년 900조 시장, 북한과 긴밀한 협력 가능

- 중국 언론, AIIB 통해 미국 이겼다고 보도
- 2020년까지 아시아 사회간접자본 1년 900조 시장 무시못해
-미국 반대로 의사 표명 늦추고 있지만 한국이 결국 참여할 것으로 보고 있어
- 중국 주도로 북한과 긴밀한 협력도 가능
- 미 동맹국이라는 전략적 가치 내세워 유리한 조건 끌어내야
- 기구 운영, 의사결정에 중국 전횡우려, 운영 투명성이 과제
- 육상, 해상 실크로드 연결로 중국을 중심으로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겠다는 의도
- AIIB, 국제 금융기구 질서에 중대 변곡점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00~20:00)
■ 방송일 : 2015년 3월 20일 (금) 오후 7시 20분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김선경 (베이징 특파원)


◇ 정관용> 사드 문제와 함께 우리나라가 선택을 강요받고 있는 또 하나 중요한 문제가 중국이 설립을 주도하고 있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AIIB 참여 여부입니다.이달 말까지 결정하겠다는 게 우리 정부의 발표인데 AIIB 설립 어떻게 추진되고 있고 중국의 속내는 무엇인지 베이징 연결해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김 선경 특파원? 영국을 비롯한 유럽의 주요 국가들도 최근 AIIB 참여 의사를 밝혔는데 중국은 아주 고무돼 있겠네요?

◆ 김선경> 중국 정부는 유럽국가들이 참여 의사를 밝힌데 대해 "뜻을 가진 국가들이 창립 회원국으로 참가하는 것을 환영한다"고 일부러 담담한 표정입니다 하지만 중국 언론들은 호들갑을 떤다 할 정도로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유럽의 주요 국가들이 잇따라 참여를 선언한 것은 중국이 미국과의 AIIB 경쟁에서 결국 승기를 잡은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유럽국가들이 가입을 선언한 것은 "중국의 굴기를 억제하기 위한 미국의 능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증명한다"며 "중국은 AIIB 경쟁에서 미국을 이겼고 동시에 중요한 미래 권리를 획득했다"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수년 전 같았으면 중국은 이런 결심을 하지 못했을 것" 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 정관용> 중국이 미국과의 금융 패권경쟁에서승기를 잡았다라고 표현하고 있는데 실제 그렇게까지 평가할 수 있을까요?

◆ 김선경> 네, 승기는 조금 이른 판단인 것 같은데 일단 기선제압은 한 것 같습니다. 현재 세계금융질서를 움직이는 것은 미국입니다. 또 그 수단은 바로 국제통화기금(IMF)와 세계은행(WB)이죠. 1990년대 후반 아시아 금융위기 때 IMF는 차관을 제공하는 대가로 혹독한 긴축정책을 강요했는데 결국 해당국 국민들을 고통에 빠트리고 국제투자자들이 돈을 빼가는 데만 도움을 줬다는 비판도 제기된 바 있고 이렇게 IMF와 세계은행을 손에 쥔 미국이 세계금융을 움직이고 아시아개발은행과 같은 각 지역별 개발은행이 이를 떠받치는 그런 체제입니다. IMF는 주요 의사결정이 전체 지분 85%이상의 찬성으로 이뤄지는데 미국의 지분이 17.69%거든요. 그렇다면 미국이 반대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구조입니다. 세계은행에 대해서도 미국지분은 15%가 넘고 아시아개발은행(ADB)도 미국과 일본이 지분 15%씩을 나눠갖고 있으면서 주요 개발계획을 서로 상의해서 결정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ADB에서 중국의 지분은 6.47%입니다. 미국 중심의 세계 금융체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때는 자금부족으로 대응하지도 못하는 등 한계를 드러내왔는데 하지만 중국 등 신흥국이 요구하는 지분확대는 외면해왔습니다. 결국 중국은 자국의 경제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기구를 만드는데 나섰고 유럽국가들도 참여하면서 어느 정도 모양새는 갖춰지는 형국입니다. 중국이 경제력을 바탕으로 미국주도의 세계 금융질서에 균열을 일으키는 것만은 현실인것 같습니다.


◇ 정관용> 우리나라의 참여에 대해서는 중국은 어떻게 판단하고 있습니까?

◆ 김선경> 미국의 반대로 참여 의사 표명을 늦추고 있지만 결국은 참여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경제적 이득이 판단의 근거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인데 사실 유럽국가들이 참여를 결정한 것도 중국과의 경제 관계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경제의존도가 더 높은 상황에서 참여하지 않을 수 없는 게 현실인데 또 실질적으로도 오는 2020년까지 아시아지역의 사회간접자본 건설 수요는 연간 8천억달러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ADB가 추산한 것인데 하지만 ADB는 연 백억달러의 자금밖에 집행할 수 밖에 없는 형편이구요. 그렇다면 이 8천억달러, 9백조원의 시장을 우리가 외면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개발금융 경험이 풍부한 유럽의 선진국들도 이를 바라보고 속속 참여를 선언하고 있는 것이구요. 우리나라로서 또 한가지 고려해야 할 중요한 점은 중국 주도의 기구이기 때문에 이를 통해 북한과 긴밀한 협력이 가능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중국은 아시아에서 한국과 호주의 참여를 바라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 경제력도 있고 미국의 동맹국을 끌어들인다는 전략적 차원의 고려도 작용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전략적 가치를 내세워 조금이라도 유리한 가입조건을 얻어내는게 중요할 듯 합니다.

◇ 정관용> AIIB 설립과 운영을 둘러싸고 여러 가지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데 중국의 입장은 무엇입니까?

◆ 김선경> 우려되는 것은 크게 두가지죠. 첫째 기구 운용과 의사 결정에 중국이 전횡을 휘두를 가능성 둘째 개발계획 수립과 자금 집행에 있어서 투명성이 담보되는가 하는 문제인데미국이 강하게 의문을 제기하고 있고 우리나라도 이에 대한 해법을 중국에 요구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중국은 자본금 천억달러 가운데 5백억달러를 출자할 예정인데 그렇다면 지분율이 50%나 돼 지배구조의 불균형이 크구요. 또 운영의 투명성 문제는 세이프 가드라고 하는데 아시아 저개발 국가를 지원하는 과정에서 지원에 필요한 자격요건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가령 환경보호에 힘쓰지 않거나 노동착취가 심각한 국가 투자국에 적대적인 국가에 대한 지원은 제한할 필요성이 존재하지만 아직은 구체적인 방안이 나와있지 않은 상황입니다. 중국의 전략적 고려에 의해 무분별하게 지원될 가능성이 우려되는데 물론 중국은 원론적으로 국제적 기준에 맞추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추이를 봐야 할 것입니다

◇ 정관용> 우려가 현실화될 가능성도 있지 않겠습니까?

◆ 김선경> 그렇습니다. 결국 AIIB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중국의 의도는 아시아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보하고 미국을 뛰어넘는 패권을 잡겠다는 것입니다. 시진핑 주석이 적극 추진하고 있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전략과 상통하는 것입니다. 일대일로라는 것은 중국을 중심으로 북서쪽으로는 중앙아시아를 관통하는 육상 실크로드, 동남쪽으로는 남아시아까지 아우르는 해양 실크로드를 합한 말인데 이를 연결해 중국을 중심으로 하나의 경제권역으로 묶겠다는 것입니다. AIIB 설립 목적도 일대일로 구축을 위한 인프라 개발 자금 지원입니다. 중국 언론들도 이를 감추지 않고 있습니다. AIIB는 '일대일로'와 관련된 것으로 중국의 세계진출을 위한 대전략이라고 공개적으로 얘기합니다. 기구의 설립이 미국과의 패권경쟁에서 시작된 게 현실이고 또 중국이 그동안 보여온 행태인 동남중국해 영유권분쟁 등에서 민족주의를 바탕으로 힘으로 밀어붙이는 그동안의 모습을 보면 우려가 현실화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 정관용> AIIB 설립, 중국의 의도대로 잘 진행될 것으로 보십니까?

◆ 김선경> AIIB 설립은 기존 국제금융 질서에 변화를 가져오는 중대한 변곡점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특히 영국·독일·프랑스·이탈리아 등 선진국들의 참여는 상당한 의미가 있는데 그동안 국제금융 질서를 지탱해오던 G7 체제에서 미·일·캐나다 3국을 제외한 4개국이 이탈한 것이고 4개국은 G7과 AIIB 사이에서 양쪽 이해관계를 모두 감안하지 않으면 안 되는 위치에 서게 된 것입니다. 당연히 큰 변화가 있을 것이고 또 선진국들의 참여로 당장 AIIB 위상은 높아지게 됐는데 덩달아서 중국 위안화의 위력도 점점 더 강해질 것이란 전망입니다. 하지만 AIIB가 명실상부한 다자간 협력체제가 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중국이 3조8400억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외환보유액을 바탕으로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미국처럼 반세기넘게 전 세계에 자금을 공급할 의지와 능력이 있는지는 아직 검증이 안된 상태입니다. 중국 돈으로만 운영되는 기구가 될 위험성도 있고 대출 받는 국가들이 이를 원조자금으로 여기면 중국이 고스란히 손실을 떠안아야 하는데 얼마나 이를 감당할 수 있을 것인지도 의문입니다. 중국의 전횡이라든지 현재 우려되고 있는 것들을 현실화할 경우 오히려 중국이 더 고립될 수도 있고 아직은 넘어야 할 산은 많습니다.

◇ 정관용>베이징 김선경 특파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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