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20일 열린 현대건설과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는 김희진과 박정아가 나란히 부진했다.
둘 모두 3세트까지는 공격성공률이 30%에 미치지 못했다. 덕분에 1세트를 25-14로 쉽게 따고도 2세트를 10-25로 내줬고, 3세트도 25-23으로 힘겹게 잡았다.
4세트를 듀스 끝에 따내며 승리는 했지만, 이정철 감독도 아쉬움이 남았다.
이정철 감독은 "김희진이 풀어준 것이 하나도 없다. 박정아도 조금 힘들었다. 특히 김희진은 생각을 조금 해야 할 것 같다"면서 "그래도 데스티니가 책임감을 가지고 했던 것은 좋았다"고 말했다.
세터 김사니도 1차전의 중요성 때문에 주춤한 김희진과 박정아에게 쉽게 토스를 올리지 못했다.
김사니는 "국내 선수들을 잘 이용해서 했으면 지금보다 괜찮은 경기력이었을 텐데 너무 데스티니에 의존했다"면서 "정규리그보다 조금 주저하는 부분이 있었다. 꼭 이겨야 한다는 생각을 하다보니 그랬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정아는 4세트 결정적인 순간에 제 몫을 했다. 29-29에서 퀵오픈을 성공시키더니, 30-30에서는 오픈 공격으로 득점을 올렸다. 또 31-31에서는 시간차로 승기를 가져왔다. 1~3세트에서 박정아에게 올리는 것을 주저했던 세터 김사니가 과감하게 토스를 올려준 덕분이다.
김사니는 "편하게 하면 점수가 비슷해도 역으로 갈 수 있다"면서 "4세트에서 듀스로 30점이 넘었을 때는 역으로 박정아에게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속 이대로 가면 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5세트로 가더라도 박정아에게 줬다"고 설명했다.
반면 현대건설은 승부처가 된 30점 이후 모든 토스는 폴리에게 향했다.
현대건설 양철호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자기 장점을 잘 발휘하면서 하나로 뭉쳐 잘했던 경기"라면서 "세트스코어는 1-3이지만, 백지 한 장 차이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 백지 한 장 차이가 바로 마지막 순간 세터의 과감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