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비리 합동수사단이 출범한 지난 1월 이후 두 달 만에 드러난, 우리 해군의 치욕적인 비리 가운데 일부입니다. 아직 수사가 한창이긴 때문에 앞으로 얼마나 많은 비리가 새로 드러나고, 어떤 '별'의 혐의가 추가 포착될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정옥근이 안긴 충격과 배신감은 다른 예비역 장성들에 비할 바가 아니라는 게 중론입니다. 왜냐면 많은 분들이 기억하실 그 사건 때문입니다. 김영수 전 해군 소령의 양심선언 때 오히려 그를 비난하며 대척점에 섰던 인물이 바로 정옥근입니다.
김 소령은 당초 육해공군 통합기지인 계룡대 근무지원단에서 간부들이 최소 9억4000만원을 빼돌린 정황을 2006년 군 수사기관에 신고했습니다. 그러나 번번이 '수사 불가' 또는 '혐의 없음'이라는 답변만 들었다고 합니다. 국방부 조사본부가 뒤늦게 국고 손실을 확인했지만 해군은 이를 증명할 수 없다며 관련자들을 징계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김 소령은 옷을 벗을 각오를 하고 당시만 해도 시사 고발프로그램의 '대명사'였던 PD수첩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물론 군의 반응은 차가웠습니다. 특히 해군총장이었던 정옥근은 국정감사에서 "지금 군인으로서의 신분을 망각하고 자기 일신을 위해서 그런 책임 없는… 그런 사람의 말을 빌려서 그것이 마치 사실인 양 해군이 매도되는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고 김 소령을 비난했습니다.
그러나 김 소령은 '배신자' 소리를 들으며 한직을 전전해야 했습니다. '진급에 불만을 품어서 그랬다'는 음해에 시달리고 뇌물공여죄로 고소를 당하기도 했습니다. 2011년 2월 권익위에서 주요 부패 신고자로 선정돼 훈장을 받았지만 더는 버티지 못한 채 넉 달 뒤 스스로 전역을 택했습니다.
김 소령을 비난했던 정옥근은 어땠을까요. 그는 이번 사건 전에도 한 차례 재판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2008년 8월부터 2010년 3월까지 모두 27차례에 걸쳐 해군 복지기금 5억2670만원을 횡령한 혐의였습니다. 해군총장이 비리에 연루돼 사법처리되기는 1993년 김철우 전 총장 이후 근 20년 만이었습니다.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던 정옥근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 판결을 받고 풀려났지만 수년 만에 다시 영어의 몸이 됐습니다. 이번에는 2008년 8월 STX그룹으로부터 7억7000만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입니다. 정보함 납품 대가로 수천만원을 수수한 혐의도 받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