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화장' 본 원작자 김훈 "소설보다 실제 삶과 더 닮아"

내달 9일 개봉 전 관객과의 대화 가져…"임권택 감독과 배우들에게 고맙다"

지난 19일 서울 삼성동 메가박스 코엑스점에서 열린 영화 '화장' 시사회 뒤 관객과의 대화에 참석한 작가 김훈이 관객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명필름 제공)
다음달 9일 개봉을 앞둔 임권택 감독의 신작 '화장'(제작 명필름)을 미리 본 작가 김훈이 "임 감독과 배우들에게 고맙다"는 소감을 전했다.

19일 서울 삼성동 메가박스 코엑스점에서는 영화 화장의 시사회 뒤 김훈과 임 감독과 주연 배우 안성기가 가운데 관객과의 대화 시간을 가졌다.

이날 김훈은 "내 작품이 영화로 제작된 것을 처음 보니 신기하고 놀라웠다"며 "소설보다 영화가 삶에 가깝고 생활에 닮아 있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 임권택 감독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영화 화장은 죽어가는 아내와 젊은 여자 사이에 놓인 한 중년 남자의 이야기로, 2004년 제28회 이상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김훈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김훈은 "인간 삶의 병사는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 엉켜 있다는 걸 보여 주려고 쓴 작품인데, 영화 역시 그것을 잘 그려냈다"며 "그런 깨달음이 삶 속에 있다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고 강조했다.

'글로는 표현하지 못했던 영화 속 아름다운 장면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김훈은 "내 소설은 죽음의 입장에서 삶을 관찰하려는 노력이었다"며 "우리가 죽음의 입장에서 삶을 들여다 보는 것이 슬프고 가슴 아프고 작은 중생의 모습으로 다가오는 것이 인상 깊었다"고 답했다.


이어 "안성기 배우가 작은 동작으로 깊고 무거운 것을 표현해내는데 정말 놀랐다"며 "작은 목소리마저도 깊은 비극을 표현하는 것에 감동 받았다"고 극찬했다.

왼쪽부터 영화 '화장'의 주연을 맡은 배우 안성기,동명의 원작 소설을 쓴 작가 김훈, 연출을 맡은 임권택 감독. (사진=명필름 제공)
극중 주인공 오상무를 연기한 안성기는 "굉장히 그리기 힘들었다. 오상무가 갖고 있는 여러 가지 상황들, 무엇보다도 아내가 죽어가는 모습을 봐야 하는 복합적인 요소들이 어려웠지만 좋은 역할을 맡았다고 생각한다"며 "이렇게 내 마음에 담긴 욕망을 드러낸 적이 여태까지의 영화 중에서는 없었다. 전부 착하고 어수룩한 모습이어서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삶의 향기, 아름다움의 향기에 취해 있는 오상무를 연기하려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안성기는 아내의 죽음 뒤 오상무의 삶에 대한 질문에 "마지막 장면을 찍으면서 순화되는 삶을 생각했다. 지금은 아내를 떠나 보내고 힘들지만 금방 또 반복되는 삶을 시작하겠구나 하는 발걸음이라 생각했다"고 답했다.

안성기의 연기에 대해 임 감독은 "평소에 그런 일이 거의 없는데, 촬영 당시 평론가와 시나리오 작가가 보름 가까이 촬영 현장을 방문하기에 왜 그런가 물었더니 '안성기의 연기를 보고 싶어서'라고 하더라"며 "그 동안 많은 작품을 통해 보여줄 수 있는 것을 거의 다 보여준 것 같은데도 매일 새로운 연기를 보여주는 것이 놀랍다. 내가 연기자를 참 잘 골랐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임 감독은 "영화 화장은 감독이 관객들을 향해서 물어야 할 작품이다. 김훈 선생의 소설은 박력이 넘치고 소설 그 자체에 엄청난 힘이 있는 작품"이라며 "처음 원작을 볼 때는 '영상으로 담아낼 수 있겠지'라는 막연한 생각을 했는데, 막상 영화로 담고자 했을 때는 어설프게 담아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제작 당시 심정을 전했다.

이어 "안성기 김호정 김규리 세 배우와 스태프들, 그리고 지금 이 시간 떠나지 않고 자리를 빛내준 여러분이 아니면 이 영화는 없었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특히 김호정 배우에게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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