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도 그럴 것이 전자랜드는 가공할 3점슛으로 3위 SK를 침몰시켰기 때문이다. 6강 PO 3경기에서 전자랜드는 무려 35개의 외곽포를 꽂으며 6위 사상 첫 PO 3연승을 이끌었다. 평균 11.7개다.
김 감독은 "전자랜드에 10개 이상 3점슛을 주면 어려운 경기를 했다"면서 "오늘은 그 밑으로 막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부는 정규리그에서 전자랜드에 당한 2패에서 평균 10.5개의 3점포를 허용했다. 지난 1월 5라운드 2점 차 신승 때도 3점을 10개 내줬다.
유도훈 전자랜드 감독은 이날도 "외곽슛으로 승부를 걸 것이냐"는 질문을 받았다. 유 감독은 SK와 6강 PO 때 "아무래도 우리가 안에서는 버겁기 때문에 외곽을 노릴 것"이라고 작전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날 유 감독은 "사실 우리도 안에서 많이 하고 기회도 나는데 그런다"고 짐짓 억울한 듯(?) 항변했다. 전자랜드는 여자프로농구(WKBL) 국민은행과 함께 '양궁농구'의 대명사로 꼽힌다.
유 감독은 "우리 빅맨 주태수와 이현호가 골밑에서 승부하기에는 다소 밀려 밖으로 나와서 쏘니까 그렇게 보인다"면서 "우리도 큰 빅맨이 있으면 골밑에서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단신팀의 고충이 읽히는 대목. 유 감독은 "오늘도 빨리 움직여서 기회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후반에는 양상이 다소 바뀌었다. 신장에 대한 유 감독의 우려가 코트에 나타났다. 3쿼터 동부가 골밑 우위를 앞세워 전세를 뒤집었다. 쿼터 초반 동부는 데이비드 사이먼(204cm · 19점 11리바운드)과 김주성(205cm · 17점 7리바운드)의 골밑 공격으로 36-37까지 좁히며 추격에 시동을 걸었다.
수비에서도 골밑 파워가 맹위를 떨쳤다. 단단한 수비로 상대 실책을 유도해낸 동부는 테런스 레더의 속공 레이업을 윤호영(197cm)이 블록해냈다. 사이먼 역시 3분 50초께 상대 김지완의 레이업을 높은 타점으로 쳐냈다.
골밑이 안정된 동부는 박지현의 3점까지 터졌다. 쿼터 막판에는 김주성이 팁인과 골밑슛, 사이먼의 덩크로 전자랜드 골밑을 유린했다. 동부는 3쿼터만 리바운드에서 12-4로 앞섰다. 전자랜드도 정영삼의 3점슛 2개와 포웰의 덩크로 반격했지만 3쿼터 47-53 역전을 막지 못했다. 상대 지역방어에 막히기도 했다.
결국 막판 외곽이 터진 전자랜드가 웃었다. 종료 2분33초 전 이현호(4점 4리바운드)의 미들슛으로 64-60으로 달아난 전자랜드는 종료 1분40초 전 정병국(9점)의 사이드 2점슛이 들어갔다. 이날 동부는 상대 3점슛을 9개로 막았지만 역부족이었다. 상대 3점 성공률이 47%(19개 중 9개)였지만 동부는 25%(25개 중 5개)에 머물렀다.
전자랜드가 66-62으로 이기며 5전3승제 승부의 1차전을 가져갔다. 역대 4강 PO에서 1차전 승리팀의 챔피언결정전 진출 사례는 36회 중 27번이었다.
경기 후 유도훈 감독은 "안에서 나오는 패스 뒤 외곽슛이 정확한데 우리는 빅맨이 없어 돌파한 뒤 빼주는 게 비슷할 것"이라고 전자랜드만의 양궁농구를 설명했다. 이어 "방심하지 않고 다음 경기에 집중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