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희는 지난 12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지방법원에서 열린 4차 공판에서 서세원과의 결혼 생활에 대해 대중이 미처 알지 못했던 사실을 털어놓았다. 서세원과 19살에 처음 만나, 성폭력에 가까운 행위를 당한 후 2개월 만에 결혼해 32년 간 거의 포로생활을 했다는 이야기였다. 수개월 간 감금을 당한 적도 있다고 덧붙였다.
파장은 상당했다. 주장이 사실이라면, 두 사람의 결혼생활 자체가 서정희라는 한 여자의 인생을 불행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는 대중들에게 폭행이나 외도보다 더 비극적인 일로 받아들여졌다.
마치 둑이 터지듯 놀라운 이야기는 연달아 서정희의 입을 통해 흘러나왔다. 그는 13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서세원의 의처증 증세를 고백하기도 했다. 서세원은 폭행 후 서정희에게 잘 대해주고, 기쁜 표정을 짓지 않는 서정희에게 자신의 안정제를 먹이는 등 비정상적인 행위를 반복해왔다.
딸인 서모 씨 역시 서정희의 주장을 인정하고, 필요하다면 증언까지 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설상가상, 서정희가 용역 깡패라고 지칭했던 서세원 매니저 여모 씨가 서정희를 고소하겠다고 맞서면서 사태는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서정희는 지난 18일 모든 것을 뒤로 한 채, 딸이 머물고 있는 미국으로 출국했다. 여전히 서세원 측은 '대응할 가치가 없다'는 말 외에 어떤 반박도 수긍도 하지 않은 상태다.
서정희가 스스로 선택한 결혼생활에 대한 폭로를 비난할 수는 없다. 그 같은 사실을 고백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 부부의 행복했던 모습들이 모두 '백조의 발'이었다는 깨달음, 그리고 진창으로 변해가는 빛바랜 기억들이 씁쓸한 충격을 안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