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0과 4.29 묘하게 바뀐 여야의 선거 프레임

4·29재보선, 與 "종북심판·지역일꾼" vs 野 "국민지갑 지키는 경제정당"

내년 총선을 1년 여 앞두고 '예비시험대'가 될 4·29 재보궐선거에서 비록 초반이긴 하지만 여당은 '종북척결'을, 야당은 '유능한 경제정당'을 부각시키며 각을 세우는 모습이다.

새누리당은 19일, 이번 재보궐선거 최대 격전지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성남중원에서 현장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재보선 승리를 위한 총력전에 나섰다. 새정치민주연합도 이날 재보선 후보자들에게 공천장을 수여하면서 선거전에 뛰어들었다.

좌측부터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 김무성 대표, 이재오 의원. (사진=윤창원 기자)
◇ 새누리 '종북 심판론'·'지역 일꾼'으로 승부수 던져

새누리당은 이날 성남중원에서 열린 현장최고위원회에서 '종북 심판론'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성남중원 보궐선거는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해산된 통합진보당의 김미희 전 의원의 의원직 상실에 따라 치러지게 됐다. 새누리당은 통진당이 '종북세력'이란 점을 강조하며 반대편에 서 있는 여당에 한 표를 행사해 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이번 선거는 헌재의 정당해산 결정과 그에 따른 의원직 상실 때문에 치러지는 보궐선거인만큼 과연 어느 정당, 어느 후보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우리나라 헌법적 가치에 충실한 후보인지를 선택하는 선거"라고 규정했다.

노철래 의원은 "편향된 종북 이념으로 헌법을 운영하고 국가 정책 등을 종북으로 이끈 것에 대한 법의 심판으로 치러지는 선거"라며 종북몰이를 이어갔다.

경기지사 출신인 김문수 보수혁신특별위원회 위원장도 경기 성남중원 보궐선거를 두고 "대한민국의 헌법을 흔들고 대한민국 국기를 흔들고 대한민국을 김정은에게 갖다 바치려는 종북 세력의 핵심을 깨는 선거"라고 말했다.

이어 "서울시로부터 버림받고 국가로부터 버림받은 많은 (성남중원) 주민들의 가슴 속에 종북 세력이 파고들었다"면서 "과연 누가 종북세력이 국회에 진출하게 해 줬느냐. 이 종북 연대를 깨야 한다"며 새정치민주연합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선거는 단순히 중원, 성남의 발전을 위한 선거가 아니다. 그냥 당의 선거가 아니다"라며 "종북세력을 다시 부활시키느냐, 대한민국을 종북세력에 넘겨주느냐, 아니면 대한민국을 구해내느냐 하는 정말 중요한 한판 승부"라고 강조했다.

이군현 사무총장도 "3년 전 이기면 그만이라는 묻지마식 선거로 통진당의 제도권 진출을 지원해 이 곳 성남의 지역발전을 지체시켰다"면서 "이에 대한 사과와 반성이 없는데, 이는 성남 시민을 무시하는 처사이고 장기적으로는 야당의 대선전략을 고려한 것"이라며 힘을 보탰다.

지난해 치러진 7.30 재보선에서 철저하게 지역일꾼론을 내세우면서 이념 프레임을 피해갔던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19일 오전 국회 당 대표회의실에서 열린 4.29 재보궐선거 공천장 수여식에서 후보자들과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좌측부터 정환석 경기 성남중원 후보, 정태호 서울 관악을 후보, 문재인 대표, 조영택 광주 서구을 후보). (사진=윤창원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통진당과 선긋기…'경제정당' 부각

이번 선거가 통진당 해체로 인해 이뤄진다는 점에서, 새누리당의 '종북공세'는 새정치연합이 가장 경계해야 할 프레임이다.

그래서인지 새정치민주연합은 이전 선거에서 주로 들고나왔던 정권심판론 대신 '경제정당' 카드를 들고 나왔다.

경기침체가 수년동안 이어져 서민들의 삶이 힘든 상황에서, '유능한 경제정당'의 이미지를 확고하게 하기 위한 선택이기도 하다.

새누리당이 새정치연합과 통진당의 연관성을 부각하며 '종북공세'를 펴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고자 하는 의미도 담겨있다.

이에 따라 새정치연합은 정부의 경제정책에 비판의 칼날을 세우는 한편 당의 경제정책을 홍보하는데도 열을 올리고 있다.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는 19일 공천장 수여식에서 "4월 재보선의 의미를 지갑이라고 적었다"면서 "먹고 사는 것이 어려워 절망하는 국민에게 국민 지갑을 지키겠다는 뜻으로, 말 그대로 이번 선거는 국민의 지갑을 지켜야 하는 선거"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부자감세는 그대로 두고 서민 중산층 증세로 국민 지갑을 얇게 하는 정부에 맞서 국민 지갑을 지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선거에서는 지난 헌재 판결로 직을 잃은 전 통진당 국회의원들도 출마하기로 해, 새정치연합으로서는 야권 분열 가능성에도 촉각을 세워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전 통진당 의원들과의 '야권 연대'는 새누리당의 '종북척결' 공격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이다.

결국 외부적인 요인을 배제하고 '유능한 경제정당'의 이미지 등 새정치연합 스스로의 힘만으로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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