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지경부, 해외자원 개발 직접 개입…회의록 봤더니

지경부, 석유公 쿠르드 알짜 광구 인수 반대…"정부방침에 방법 없어"

지난 2012년 7월 9일 석유공사 이사회 회의장. 이 자리에선 석유공사가 투자한 이라크 쿠르드 광구 투자 사업에 대한 2차 수정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애초 생산성이 확인된 두 개 광구를 매입하는 1차 수정안이 석유공사 이사회 의결을 거쳤지만, 당시 지식경제부의 반대로 무산된 것으로 나온다.

이는 이명박 정부시절 지식경제부 장관을 지낸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구체적 사업의 진행에 대해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는 주장과 상반된 것이다.

이는 최 부총리가 장관직을 물러난 뒤의 일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최 부총리도 최대 부실을 낳은 캐나다 하베스트와 자회사 날 인수에 직접 개입했을 개연성을 높여주고 있다. 최 부총리는 하베스트와 날 인수 직전에 강영원 전 석유공사 사장 등을 면담했다.

18일 CBS노컷뉴스가 새정치민주연합 최민희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당시 회의록을 보면 정부가 직접적으로 해외자원개발의 개별 사업에 대해 승인을 해주는 것으로 명확히 확인됐다.

아시아사업처장 : 쿠르드 측이 공식 협상을 중단한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협상이 결렬된 내용은 지경부에서 현금 7억불 일시 지급과 일부 SOC 사업에 대한 우리 기업 참여 미보장 등을 사유로 해서 기존계약을 유지하라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당시 사업을 담당한 처장은 1차 수정안 협상이 결렬된 이유로 지식경제부를 들고 있다. 이는 석유공사 내부 자료에도 그대로 나온다. 2012년 7월10일 작성된 ‘이라크 쿠르드 Original CBSA 제2차 수정계약 체결안’을 보면 앞서 5월, 크루드 측이 공식 협상 중단했다는 대목이 있다.

이때 협상은 1차 수정안에 대한 것으로 결렬 이유로는 ‘지경부는 현금 7억불 일시 지급, 일부 SOC사업 우리 기업참여 미보장 등을 사유로 기존계약 유지 의견’이라고 적시돼 있다.

석유공사는 쿠르드 5개 광구에 21억 달러를 투자하는 계약을 맺었지만, 3곳에서 매장량이 확인되지 않자, 새롭게 사업성이 검증된 두 곳을 추가로 매입하려고 했다.

당시 조건은 7억달러를 들여 발전소를 건설해주고 7억 달러는 현금으로 지급하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지경부가 여기에 뒤늦게 제동을 건 것이다.

이런 내용의 1차 수정안은 2010년 양해각서(MOU)체결과 다음해 4월 석유공사 이사회 승인을 거쳐 거의 막바지 단계까지 갔다.

이사회 승인까지 거친 사업이 정부에 의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자 일부 이사들은 의구심을 나타내며 문제 제기를 하기도 했다.


정 모 이사 : 지경부가 요청한 사유로 기존계약 유지 의견을 제시 했는데 그렇게 되면 현금 7억불 일시 지급을 반대한다는 얘기입니까? 하라는 얘기입니까?

아시아본부장 : 이거는 요전 이사회에서 결정됐는데요. 발전소 건설에 7억불 지금하고 똑같이 해주고, 그리고 별도로 다른 SOC 사업을 위해서 7억불을 현금으로 쿠르드에 지불하는 그런 협상이었습니다, 요전 이사회에서 한 것이.

의 장 : 결렬됐지만.

아시아본부장 : 그. 발전자체를 하지 말라는 거지요. 발전소 지어주는 것은 좋은데 7억불 내는 거는 하지 마라, 이 얘기입니다.

신모 이사 : 지경부에서 이런 의견을 제시한 것이 문서로 온 겁니까? 그렇지 않으면 구두로 온 겁니까? 그렇지 않으면 그것이 무슨, 그것이 어떻습니까?

아시아본부장 : 일단 지경부에서는 내부 보고한 문서가 있고요.

신 이사 : 확보 하셨어요?

아시아본부장 : 저희가 협의했습니다.

신 이사 : 그러면 그거를 우리 이사들한테 보여줄 수 없습니까?

아시아본부장 : 지경부 문서인데요. 자료는 저희한테 있지요.

1차 수정안에 대한 지경부의 반대로 석유공사는 기존 사업의 범위를 좁힌 2차 수정안을 의결해 사업을 진행했다. 기존 공구중 3개를 반납하고 새롭게 1억원의 현금을 지급하면서 총 사업비를 11억원으로 줄인 내용이다. 이에 따라 SOC사업 투자에 대한 보상으로 보장받은 원유량도 6500만 배럴에서 3400만 배럴로 줄었다.

이사들은 2차 수정안은 정부와 어느정도 협의가 됐는지도 물었고 석유공사 관계자는 정부와 조율을 끝냈다고 대답했다.

정모 이사 : 그래서 이번 수정(안)하고 정부 의견하고 차이가 있습니까, 그렇게 되면?

아시아본부장 : 없습니다. 이것에 대해서도 지경부 협의 다 했습니다.

정 이사 : 정부 의견은 이제 의견을,

아시아본부장 : 조율 했습니다.

김모 이사 : 오늘 이 안건 올라온 것은 지경부하고 청와대까지 이렇게 해놓고 의견조율이 된 것, 청와대까지는 아니더라도 지경부하고는 계속 이야기 되고 올라온 것 같고, 그 전에도 중요한 의결안건 같은 경우는 해외계약 건이라든가 투자지원 건 같은 것은 이야기 돼 가지고 올라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석유공사가 새로 매입하려고 했던 2개 공구는 다른 업체가 인수해 큰 성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공사 관계자도 야당 소속 해외자원개발 국조특위 위원들에게 “매우 탐나던 광구였다”도 토로했다.

당시 이사들도 사업 좌절에 대해 아쉬워하긴 마찬가지였다.

신 이사 : 그러면 국익을 위해서, 지경부에서 그런 공문이 오기 전에 이런 사업을 하는데 우리가 Shaikan, 2개 광구를 확보해야만 보장원유를 확보할 수 있다, 라는 것을 지경부하고 치열하게 싸워야 됩니다.

기획관리본부장 : 비상임이사님들뿐만 아니고 상임이사진인 저희들이나 이 업무를 핸들링하고 있는 부사장이나 임 본부장도 아쉽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아쉬운 건데 정부의 방침이 이렇다고 하니 방법이 없어서 원점에서 다시 돌아가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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