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찬 乙 앞에 속수무책…드라마 속 甲의 몰락

선망이나 부러움 아닌 풍자와 비판의 대상…'갑 VS 을' 구도에서 '을'의 승리

SBS 월화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 포스터. (SBS 제공)
재력과 권력이 매력인 시대는 지났다. 기득권 층의 위엄은 사라지고, 당찬 서민들이 이들과 맞선다. 물론 현실의 이야기는 아니다. 어디까지나 드라마 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이다.

SBS 월화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이하 '풍들소')는 '갑'인 상류층 부부와 '을'인 서민 며느리의 대결 구도로 호평을 받고 있다.

'풍들소'의 설정은 얼핏 보면 흔한 신데렐라 스토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서민 여고생인 서봄(고아성 분)은 엘리트 부잣집 귀공자 한인상(이준 역)과 사랑에 빠져 신분상승을 이룬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드라마는 신데렐라가 왕궁으로 입성한 그 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한인상의 부모 한정호(유준상 분)와 최연희(유호정 분)는 앞뒤가 다른 상류층의 전형적 인물이다. 항상 수준에 맞게 살아왔던 이들은, 그 수준을 아들에게 되물림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런 부부의 삶에 어느 날 서봄이라는 이물질이 끼어든다.

언제나처럼 노련하게 처리해보려 하지만 서봄은 생각보다 호락호락하지 않다. '을'인 서봄의 시선으로 이들이 비춰지는 순간, 우아한 껍데기가 벗겨지며 '갑'의 적나라한 실체가 드러난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 부부가 악역인 것은 아니다. 드라마는 한정호와 최연희 부부를 포함, 상류층들의 이기적 탐욕과 천박함 그리고 갑질 등은 유머러스하게 녹여낸다. 대놓고 꼬집는 것이 아니라, 날카로운 풍자와 해학을 십분 활용한 덕분이었다.

MBC 주말드라마 '전설의 마녀' 포스터. (홈페이지 캡처)
인기리에 종영한 MBC 주말드라마 '전설의 마녀'는 재벌가를 타깃으로 삼았다.

'전설의 마녀'의 이야기는 이렇다. 네 명의 서민 여성들이 저마다 억울한 사연으로 교도소에 수감됐다가 출소한다. 이들은 다시 사회로 나와 공공의 적인 재벌가 신화그룹을 상대로 유쾌한 복수열전을 펼친다.

본처와 후처, 속물근성으로 가득찬 남매들, 후계 구도에 대한 음모 등 신화그룹은 클리셰로 똘똘 뭉친 재벌 가족 중의 가족이다. 네 여자들은 이런 신화그룹 오너 가족의 내부 사정에 휘말려 전과자가 된다.

'갑'들이 짓밟았던 '을'들이 다시 돌아와 복수를 한다는 설정 자체가 시청자들에게 매력포인트로 작용했다는 평이다. 힘있는 '갑' 앞에서 약자일 수밖에 없는 '을'들의 답답한 마음을 잘 대변하고, 풀어줬기 때문이다. 30%가 넘는 시청률의 저력은 뻔뻔하고 탐욕스러운 '갑'과 지혜롭고 정의로운 '을'의 대결구도와 판타지를 잘 구현해낸 것에 있었다.

막힘없이 풀려나가는 이들의 복수열전은 결국 '권선징악'의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가장 기본적이지만 현실에서 지켜지기 힘든 결말을 선택해, 끝까지 통쾌함과 시원함을 선사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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