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79)씨가 서울 관악구에 있는 B(80.여)씨의 옥탑방에 흉기를 지닌 채 찾아간 건 지난 16일 오후. B씨에게 돈 500만 원을 받아내겠다는 이유 때문이다.
경찰에 따르면 이웃 지간인 이들은 9년여 전부터 한 집 살림을 꾸리는 등 친밀한 관계로 지내왔다. 특히 A씨는, 변변한 벌이가 없어 생활이 어려웠던 B씨에게 이따금 경제적인 도움을 줘온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1년전 A씨와도 가깝게 지내던 B씨의 아들이 세상을 떠날 무렵부터 이들의 사이는 틀어졌다. A씨는 그동안 B씨를 살갑게 돌봐주었는데도 B씨가 이를 알아주지 않고 자신을 무시한다는 느낌을 받은 것.
또 B씨의 아들이 A씨의 신세에 보답하기 위해 500만원 상당의 돈을 남겼다는 게 A씨의 주장이지만, B씨는 갚아야 할 돈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두 사람 사이 갈등은 깊어졌다.
역시 생활보호대상자로 박스를 주워 생계를 유지해온 A씨는 B씨와 다툼을 벌이다 수차례 협박하기에 이르렀다.
한 이웃주민은 "지난 설부터 지금까지 A씨가 B씨 집을 7~8차례 찾아 문을 두드리며 난동을 부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급기야 지난 16일, A씨는 주머니에 부엌칼을 넣고 B씨를 찾았다. 거듭 돈을 갚으라며 위협하고 B씨가 강하게 반발하면서 실랑이가 벌어졌고, 이를 본 B씨의 딸이 경찰에 신고하면서 A씨는 경찰에 붙잡혔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B씨에 대해 불쾌하고 억울한 느낌이 들었다"면서 "집에 있던 칼을 보니 불현듯 B씨를 찌르고 나도 자살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실제로 흉기를 휘두르지는 않았으나 재범의 우려가 있다고 보고 A씨를 협박 혐의 등으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18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