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관피아' 득세… 퇴직관료 재취업, 금융당국이 앞장

'무능한 정피아' 여론 속 금융당국 인사적체 해소 의도도

세월호 참사여파로 사실상 봉쇄됐던 금융당국 고위퇴직자들의 재취업이 최근들어 다시 속속 이뤄지고 있다.

오랜 기간 동안 공직생활에서 쌓은 경험과 전문성을 공적 영역에서 발휘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명분 등에 따른 것이지만 금융당국이 인사적체 해소 등을 이유로 사실상 퇴직관료 재취업에 적극 나서는 모양새여서 적절성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사진=이미지비트)
현재 공직 재임 시절 업무와 연관성이 없으면 재취업을 위해 인사혁신처 산하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에 심사를 요청할 수 있도록 돼있다.

그렇지만 지난해 세월호 참사 이후 관피아 논란이 불거지면서 퇴직관료들의 재취업 길이 사실상 막혔고 정치권 낙하산이나 대학교수 등이 이 자리를 채워나갔다.


그러자 업무전문성이 결여된 '정피아'나 '교피아'보다 차라리 '관피아'가 낫다는 여론이 최근 힘을 받으면서 퇴직 관료들의 재취업 기회가 다시 찾아온 것이다.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와 주택금융공사, 예탁결제원 등 취업심사가 필요없는 금융 공공기관이 퇴직관료들의 재취업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 취업심사 불필요한 금융공기업이 타깃

정부 고위 관계자는 17일 "취업 심사가 필요 없는 금융공공기관 등을 중심으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퇴직 임원들의 재취업을 허용해 줄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이런 입장 선회에는 금융당국 인사 적체와 조기 퇴임에 따른 문제를 해결해보겠다는 셈법도 감안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재취업이 봉쇄된 상황에서 인사적체 해소 등의 이유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교체되는 고위급들이 속속 배출되면서 직원들의 사기가 저하된다는 금융당국 내부의 불만과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임종룡 신임 금융위원장이 전임자가 '제갈공명이 와도 못 바꾼다'며 혀를 찬 농협금융지주 회장으로 재임하는 동안 조직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켰다는 평가를 받았고, 이어 금융당국 수장으로 화려하게 컴백한 것도 분위기를 유리하게 만들고 있다.

재취업 대상자로는 지난해 11월 진웅섭 금감원장 취임 뒤 금감원에서 퇴임한 임원은 7명과 16일 취임한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조만간 단행할 예정인 국장급 인사 과정에서 옷을 벗게 될 금융위 임원들이 거론되고 있다.

◇ 금융위·금감원 퇴임 고위직 자리봐주기

앞서 퇴임한 권인원 전 금감원 부원장보는 주택금융공사 상임이사로 자리를 옮겼고, 박영준 전 금감원 부원장 역시 캠코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상태다.

권 전 부원장보와 박 전 부원장 등과 비슷한 시기 옷을 벗은 금감원 임원 5명 역시 금융공기업 등을 포함한 재취업 자리를 타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말 취업제한 기간(2년)이 끝났고, 권혁세 전 금감원장은 이달 말에 취업제한 기간(2년)이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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