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포스코건설 수사로 '영포라인'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영포라인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고향인 경북 영일ㆍ포항 일대 출신 인사들을 부르는 말입니다. 전 정권 실세였던 이상득, 최시중, 박영준 등이 대표적이죠. 민간인 사찰과 각종 이권 개입 등 영포라인의 민낯을 돌아봤습니다.
◇ 포항 출신 공무원 모임인 '영포회'로 첫 주목
방송통신위원장을 맡고 있던 최시중은 인사말을 통해 "지도자 이명박 대통령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를 생각하는 자리가 돼야 한다"며 "우리의 영도자 이 대통령을 위해 힘껏 지원하는 열정을 가슴에 새기자"고 당부했습니다.
지역 정치인들은 부적절해 보이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포항 북구가 지역구인 이병석 의원은 "이 대통령의 후광으로 동해안 시대를 열기 위한 예산안의 윤곽이 드러났다"며 "내년부터 포항과 동해안이 예산으로 혈맥이 뚫릴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렇게 물 좋은 때에 고향 발전을 못 시키면 죄인이 된다"(박승호 포항시장)거나 "어떻게 하는지 몰라도 예산이 쭉쭉 내려온다"(최영만 포항시의회 의장), "속된 말로 경북 동해안이 노났다"(강석호 의원) 등 다른 지역 출신들이 보기에 소외감을 느낄 법한 발언이 이어졌습니다.
◇ 박영준 측근 등 '영포라인'이 주도한 '민간인 불법사찰'
포항 등 경북 동해안 지방에 실제로 예산이 얼마나 몰렸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물론 '예산 몰아주기'도 어느 정도 수준까지는 용인이 가능하죠. 편법일 수는 있지만 적어도 불법이나 탈법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더 무서운 일은, 은밀히 진행됐습니다.
2008년 7월 국무총리실 산하에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신설됐습니다. 명목은 공직자 감찰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국회의원, 민선 자치단체장, 종교계 인사, 언론인, 민간인을 가리지 않았습니다. 이른바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입니다.
대통령을 비판하는 동영상을 블로그에 올렸다는 이유로 공직과는 전혀 무관한 김종익 씨가 사찰을 당했고, 심지어 국회의원이었던 남경필 현 경기도지사 부부도 사생활을 침해당했습니다.
정치권의 지속적인 추적으로 2010년 6월 이 사건의 일단이 공개됐습니다. 그러나 검찰은 바로 수사에 나서지 않은 채 뜸을 들였고, 이들은 '디가우징'이라는 당시로선 개념도 낯선 수법으로 증거를 조직적으로 인멸했습니다. 덕분에 이인규와 김충곤, 진경락 등 고작 세 명만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장진수 주무관의 폭로로 촉발된 2012년 3월 재수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박영준, 이영호, 이인규, 최종석, 진경락 등 5명이 기소됐지만 역시 깃털만 뽑았다는 비난이 일었습니다. 입막음 대가로 지급된 5만원권 묶음인 '관봉'의 출처는 미궁에 빠졌습니다.
◇ 이상득·최시중·박영준 줄구속…포스코건설 비자금으로 '파이시티' 재조명
최시중과 박영준은 이번 포스코건설 비자금 사건과 연결되는 파이시티 인허가 로비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인허가를 도와달라는 청탁과 함께 각각 8억원과 1억6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았습니다.
당시 수사과정에서 박영준의 각종 자금을 관리한 정황이 포착된 인물이 바로 제이엔테크 대표 이동조입니다. 이동조는 2000년대 초반부터 박영준과 두터운 친분을 쌓았으며 도시락 업체를 창업해 포스코 직원들에게 판매했고, 이후에는 기계설비를 만드는 일까지 사업을 확장했습니다.
특히 박영준은 2008년 연말 이구택 회장과 윤석만 포스코 사장, 박태준 명예회장, 정준양 포스코건설 사장 등을 잇따라 만나는 자리에 이동조를 배석시킨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사실상 신임 포스코 회장에 정준양을 내려꽂는 과정에서 이동조를 챙겨달라는 신호를 보낸 거죠.
이번에 문제가 된 포스코건설의 베트남 사업에서도 제이엔테크는 꽤 많은 이익을 남긴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과연 비자금 조성에 관여했는지, 영포라인의 다른 인물들과 연결이 될지 여부 등은 미지수지만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