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명분과 中실리의 방정식 'AIIB'…朴정부 풀 수 있을까

미중 이해관계 충돌 속, 국익 도출할 수 있는 치밀한 전략 필요

이경수 외교부 차관보가 16일 오전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중국 류젠차오(劉建超)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급)를 맞이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중국과 미국의 외교부 차관보가 잇달아 방한해 민감한 외교 현안을 논의 중인 가운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THAAD) 문제와 함께 중국이 주도하고 있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 문제 또한 우리 정부의 입장이 모호한 상황이다.

그러나 AIIB에는 우리나라의 가입이 임박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런 가운데, 가입 과정에서 미국과의 동맹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중국과 실리를 추구하는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중국 가입요청에 미국은 만류...중간에 낀 한국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AIIB는 아시아 지역의 사회간접자본 개발을 지원하는 중국 주도의 국제기구다. 올해 말 출범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이미 인도와 뉴질랜드, 동남아, 중앙아시아 국가 등 모두 22개 나라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고, 중국은 우리나라의 가입도 강하게 요청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세계은행(WB)과 아시아개발은행(ADB)의 주도권을 잡고 있는 미국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맹국의 AIIB 가입을 만류하고 있다. 아시아 신흥국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확대와 함께 중국이 AIIB를 정치적으로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미국과 중국 양쪽에 낀 우리나라는 이 문제에 대해서도 ‘전략적 모호성’을 견지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며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것만 말씀드릴 수 있다”고 극도로 조심스런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는 어떻든 AIIB에는 가입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중국 전문가인 경희대 주재우 교수(중국어학과)는 “일단 우리나라가 AIIB에 가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단언했다.

중국은 낙후된 서부지역 개발과 더불어, 과거 육상 실크로드와 해상 실크로드 국가들을 연계해 개발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 개발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AIIB는 아시아에서 유럽, 아프리카까지 뻗어있는 이 장대한 개발계획의 자금줄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0년까지 연 8000억 달러, 우리 돈으로 800조원이 넘는 규모의 아시아 인프라 시장이 열리는데, 독보적인 개발 노하우를 갖고 있는 우리나라가 이를 두고만 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AIIB 가입이 불가피한 이유다.

◇ AIIB 가입 임박...명분과 실리 모두 살릴 전략 있나

이런 가운데 중국은 창립 회원국 모집 시한을 이달 말까지로 못 박은 상태다. 우리도 이달 말까지 참여를 선언해야 이사국 지위 등 지분이나 발언권을 유리하게 확보할 수 있다. 결국 AIIB 가입이 임박했다고 볼 수 있다.

주 교수는 “나중에 우리나라가 이사국으로 활동할 것을 고려한다면, AIIB가 보다 다자 국제기구의 지배구조에 걸맞는 모습을 띠도록 중국에 요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중국이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지배구조를 해소할 경우, AIIB가 아시아 지역 금융질서에 대한 도전이라는 미국의 우려도 어느정도 불식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마침 미국의 맹방인 영국이 최근 AIIB 가입을 선언하면서 동맹 훼손이나 지배구조에 대한 우려가 줄어들고, 이에따라 호주까지 가입 검토 쪽으로 입장을 선회한 것도 우리나라에는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가입 결정 시한이 임박한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중국의 독주를 막을 방지장치를 조건으로 내거는 등, 미국의 우려를 불식시키면서도 중국과 실익을 챙길 치밀한 전략이 필요한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앞으로도 미국과 중국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지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이 주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중국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가입 문제에서도 우리나라는 양쪽에 끼는 상황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때문에 이참에 양측의 이해관계 속에서 우리가 국익을 도출할 수 있는 전략과 원칙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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