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불거진 삼성의 사찰 논란

[박재홍의 뉴스쇼 - 행간]


■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김성완 (시사평론가)

◇ 박재홍> 김성완의 행간, 시사평론가 김성완 씨 나와계십니다. 어서 오십시오.

◆ 김성완> 네, 안녕하세요.

◇ 박재홍> 오늘 다룰 주제로 넘어가보겠습니다.


◆ 김성완> 우리나라 정관계, 언론계까지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삼성을 두고 흔히 삼성 공화국이다, 이렇게 부르는데요. 삼성 공화국에는 사찰을 금지하는 법이 없는 모양입니다. 잊을만 하면 사찰 논란이 터지는데요. 툭하면 발동하는 삼성의 사찰 본능, 그 행간을 좀 살펴볼까 합니다.

◇ 박재홍> 삼성이 민원인과 노조를 실시간 사찰한 사건, 그 뉴스가 있었는데 그 얘기하시는 거죠?

◆ 김성완> 네, 맞습니다. 주말 내내 굉장히 뜨거웠던 뉴스였는데요. 삼성 계열사의 주주총회가 일제히 열리는 사흘 전이었습니다. 삼성물산이 직원들을 동원해서 민원인 강 모 씨를 미행했다, 이런 증거가 나온 건데요. 강 씨는 5년 전에 레미안 아파트에 입주를 했는데 주차장 소음이 너무 심하다, 그러면서 민원을 계속 제기했었다고 합니다. 주총장에도 참석을 하려고 했었다고 하는데요. 그 과정을 전부 다 미행한 겁니다. 수법이 국정원 저리 가라다, 이런 생각이 드는데요. 아침부터 강 씨가 움직이는 동선마다 직원들이 다 진을 치고 있었고, 오전 6시 몇 분에 강 씨 집에 불이 켜졌는지, 강 씨가 집을 언제 나섰는지, 무슨 옷을 입고 지하철을 탔는지 안 탔는지, 주총장에 도착해서 주총장을 떠날 때까지 한 4시간 동안 실시간 미행을 했다고 합니다. 또 직원들은 사찰한 내용을 단체 카톡방에 올렸는데요. 임원급인 전무가 직원들 보고 '수고했다' 격려까지 했습니다. 삼성 테크윈은 노조간부 또 8명을 사찰한 증거가 나왔는데요. 단체 카톡방에 노조간부들의 뒤를 밟고 어떻게 피켓시위를 했는지 보고된 내용이 올라와 있었습니다. 오늘 경향신문이 추가로 보도한 내용을 보니까 이 사찰 카톡방에 삼성 에스원 직원들도 들어가 있었다고 합니다.

◇ 박재홍> 그러면 이게 단순히 삼성계열사 한두 곳의 문제가 아니라 그룹 차원의 지시가 있었던 것은 아닌가, 이렇게 의혹도 드네요?

◆ 김성완> 아직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그런 의심을 충분히 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무리 삼성그룹 계열사라고 하더라도 회사가 다르잖아요. 그런데 삼성물산, 테크윈, 삼성 에스원까지 여러 계열사 직원들이 단체 카톡방을 만들어놓고 그 안에서 정보교류를 했다, 이게 그룹 차원의 지시가 없고는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이런 생각이 드는데요. 마침 또 그날이 삼성 주주총회가 있었던 날이었거든요. 계열사까지 일제히 주주총회가 있었는데 언론에 집중 조명을 받게 되니까 뭔가 잡음을 외부로 새나가지 않게 하기 위해서 조직적으로 움직이지 않았느냐, 이런 의심을 살만 합니다. 이런 사태에 대해서 삼성물산이 서둘러 사과를 했다고 합니다. 사실관계를 파악해서 임직원들을 엄중 조치하겠다고 밝혔는데, 삼성물산 본부장이 엊그제 강 씨 집까지 찾아가서 사과를 하겠다, 이렇게 얘기를 했다고 하는데 강 씨가 무서워서 문도 못 열어줬다고 합니다.

◇ 박재홍> 갑자기 찾아온다고 하니까 놀랄 수 있겠죠.

◆ 김성완> 강씨 입장에서는 미행 당했으니까, 삼성 사람들만 봐도 소스라치게 놀라는 거죠.

◇ 박재홍> 단순히 민원을 제기했다는 이유로 사찰까지 했다면 이거 앞으로 누구나 사찰 피해자가 될 수 있는거 아닌가요?

◆ 김성완> 그럼요. 이미 보여줬잖아요. 누구나 그런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는데요. 앞으로 삼성전자 제품에 무슨 하자가 있거나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콜센터에 전화할 때 화내시면 안 될 것 같습니다. 전화할 때 공손한 말투로 전화해서 “저희 집에 TV가 요즘 좀 시끄러운데 불편하시더라도 서비스 좀 해 주시면 안 될까요?” 이렇게 얘기를 해야 할 상황이 오지 않을까도 싶은데요.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정부의 민간인 사찰 논란도 있었잖아요.

◇ 박재홍> 있었죠.

◆ 김성완> 그런데 이제 기업까지 이렇게 하고 나서면 도대체 국민들은 사찰 때문에 두려워서 어디 가서 큰소리 한번 못 지르는 거 아니냐, 이런 생각까지 듭니다.

◇ 박재홍> 삼성의 사찰논란, 사실 이전에도 여러 차례 있지 않았습니까?

◆ 김성완> 이게 정말 심각한 문제인데요. 제가 아까 사찰본능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지만 삼성 공화국에는 사찰 금지법이 없는 모양입니다. 우리나라 헌법이 있듯이 삼성에는 삼성 공화국법이 따로 있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한데요. 국정원도 사실 사찰논란이 일면 조심하잖아요. 조심하고 그런 논란을 사지 않기 위해서 여러 가지 면에서 노력하거든요. 그런데 삼성 같은 경우는 그런 여론이나 이런 것에 전혀 개의치않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듭니다. 3년 전이었었죠. 삼성과 CJ 오너일가가 유산 다툼을 벌이던 2012년 2월 말이었는데요. 삼성물산 직원이 첩보영화 찍듯이 CJ그룹 이재현 회장을 미행했다가 들통이 났었죠. CJ 그룹 직원들이 오죽하면 그 차를 들이받아가지고 미행했던 직원들의 신원을 파악했거든요. 이 사건만 있었던 게 아니라 11년 전에도 유사한 사건이 있었어요. 그때도 삼성과 CJ 전신인 제일제당이 계열분리 문제로 다툼을 벌이고 있었는데 이건희 회장 집하고 이재현 회장 집하고 바로 붙어 있었다고 해요. 그런데 이건희 회장 집 CCTV가 이재현 회장 집쪽으로 이렇게 돌아가 있었다, 그래서 논란이 일기도 했었습니다. 형제끼리도 이런데, 노조는 오죽하겠습니까? 삼성 에버랜드, 삼성 SDI 등등 계열사에서 노조를 만들려고 시도만 하면 꼭 뒤따라가는 게 사찰논란이었습니다.

◇ 박재홍> 삼성그룹, 사실 글로벌 기업이 되려면 이제 이런 일은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네요.

◆ 김성완> 굉장히 안타까운데요. 삼성이 얼마나 대단한 기업입니까? 애플에 이어서 세계 2위 기업이거든요. 그런데 이런 기업에서 뭐가 아쉽다고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정말 안타깝고 답답한데요. 이 문제는 기업문화가 80년대 군사독재 정권을 보는 그런 느낌에서 머물러 있는 거 아닌가 싶어요. 오너 말 한마디면 모두 복종해야 하고, 눈에 흙이 들어가도 노조는 안 돼, 그러면 무조건 안 되는 거고. 이런 식의 사고방식을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지 굉장히 의문인데요. 삼성이 애플을 누르고 세계 1등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철학, 생각까지 지배할 수 있다, 그리고 정치권까지 언론까지 지배할 수 있다고 하는 그런 오만과 독선부터 버려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듭니다.

◇ 박재홍> 그것이 바로 1등으로 가는 길이 될 것이다라는 말씀을 주셨어요.

◆ 김성완> 네, 맞습니다.

◇ 박재홍> ‘행간’ 시사평론가 김성완 씨였습니다. 고맙습니다.

◆ 김성완> 네, 고맙습니다.
[박재홍의 뉴스쇼 프로그램 홈 바로가기]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