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도 볼품없는 편이다. 올 시즌 54경기 전 경기 평균 23분 2초를 뛰며 5.3점(69위) 2.8리바운드(51위) 1.4도움(58위) 3점슛 0.9개, 성공률 32.4%(이상 31위). 가장 득점력과 기술이 좋다는 2, 3번 포지션 치고 초라하다.(개인적으로 슛이 너무 안 들어가고 인상도 별로라 솔직히 싫어했다.)
하지만 차바위는 존재감이 확실하다. 묵묵하게 경기에서 자기 역할을 해낸다. 잘 보이지 않아도, 눈에 띄지 않는 것 같아도 그가 있어 팀이 이긴다. 소위 궂은 일을 잘 해내는, 팬보다 감독이 좋아할 선수다.
그의 역할은 주로 상대 에이스에 대한 수비다. 문태종(LG), 문태영(모비스), 조성민(케이티) 등 상대 주포를 막는다. 자신의 슛 시도는 적다. 그래서 기록이 저렇다.
그러나 차바위도 쏠 줄 아는 선수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응답할 선수다. 올 시즌 플레이오프(PO)가 그랬다.
3점슛만 5개로 모든 득점을 이뤘다. 4리바운드와 3도움에 28분 12초를 뛰며 파울도 5개 했다. 퇴장 당했지만 그만큼 열심히 수비했다는 뜻이다.
또 다른 드라마였던 11일 2차전에서도 차바위는 소금 그 자체였다. 32분 5초를 뛰며 10점 1도움, 어찌 보면 평범하다. 그러나 리바운드가 10개나 된다. 팀 내 최다다.
외국인 선수 테렌스 레더가 5개, 리카르도 포웰이 4개를 잡은 것을 감안하면 차바위가 얼마나 골밑에서 많이 뛰고 버텼는지 알 것이다. 그래서 전자랜드는 리바운드에서 장신 군단 SK에 37-41로 대등하게 갈 수 있었다.
대역전 드라마의 시발점이 된 리바운드도 차바위가 했다. 경기 막판 뒤질 때 상대 김선형, 박승리의 실패한 자유투를 잡은 게 그였다. 그래서 포웰이 극적인 추격의, 역전의 레이업슛을 넣을 수 있었다.
그래서 질문한 기자가 "잘 들리지 않은 것 같다"며 다시 묻자 "준비한 것을 써먹어 보자 생각했고 자신있게 하자고 했다"고 역시나 짧게 답했다.
막판 자유투 2개를 모두 놓친 데 대해서는 "2차전 때 김선형에게 3점슛을 맞은 기분"이라면서 "오늘 또 나 때문에 지나 했는데 팀원들이 살려줬다"고 했다. 내용은 괜찮은데 표정이 도무지 죽었다 살아난 사람 같지 않게 감정이 실려 있지 않아 와닿지도 않았다. 그리고는 "4강전 가서 잘 하겠다"고 짧게 덧붙였다.
이날 경기 전 그의 상무 입대 지원에 대한 기사가 나왔다. 이에 유도훈 감독과 면담을 했느냐는 질문에 차바위는 "면담 안 했고요, 저도 기사 보고 (상무 지원 사실을) 알았다"고 했다. 이어 "일부러 감독님이 (내가) 신경 쓸까 봐 그러신 것 같은데 나는 신경 안 썼다"면서 "그래서 가족에게 사진 받고 지원 준비를 했다"고 마치 자기 일이 아닌 것처럼 말했다.
정규리그 2위 동부와 4강 PO에 대한 각오도 간단했다. 차바위는 "상대 3번 윤호영 형이이 크기 때문에 많이 몸싸움 더 해야 할 것 같다"면서 "호영이 형이 높으니까 (팀 동료) 이현호 형에게 다리 빼는 기술을 배워서 많이 써먹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그처럼 차바위는 아직까지 기자들에게 인상을 깊게 심어주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바위처럼 언제나 믿음직하게 그 자리에 있을 것만 같다.
구단 관계자들이 "정말 묵묵히 열심히 훈련하고 경기에서도 없으면 안 된다"고 입이 마르게 칭찬한다. 그게 바로 차바위다.
(솔직히 PO 전까지 싫어했는데 경기를 보고 나니까 엄청 좋아졌다. 미안하다, 오해했다, 차바위. 원래 스포츠레터로 딱 좋을 기사인데 포웰-이현호 기사를 오늘 이미 써서 일반 기사로 처리했다. 그것도 좀 미안하다. 나중에 꼭 쓸게, 차바위. "난 네게 반했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