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에게는 잊지 못할 '13일의 금요일'이었다. 3위로 진출해 우승을 노렸던 플레이오프(PO). 그러나 6위 전자랜드에 허무한 3연패를 당하며 봄 농구를 짧게 끝내야 했다. 6위의 사상 첫 6강 PO 3연승. 최근 3시즌 우승후보로 꼽힌 SK의 가장 허무했던 PO였다.
SK는 13일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2014-2015 KCC 프로농구' 전자랜드와 6강 PO 3차전에서 연장 끝에 88-91로 분패했다. 지난 11일 2차전 때처럼 앞서다가 경기를 내준 뼈아픈 역전패였다.
4쿼터 중반만 해도 SK의 승리가 보였다. 토종 에이스 김선형이 종료 5분여 전 돌파에 이어 왼손 훅슛을 넣으면서 66-60 리드. 종료 4분 15초 전 주장 박상오의 자유투로 69-60, 9점 차 리드. 이 정도면 반격의 1승을 거둘 만했다.
막판에도 SK는 승기를 잡았다. 종료 40초 전, 박상오의 3점슛이 상대 블록에 굴절된 것을 최부경이 잡아 미들슛을 넣었다. 76-73 리드. 그러나 또 다시 자유투가 문제였다. 76-75로 쫓긴 종료 26초 전, 맏형 주희정이 자유투 1개를 놓쳤다. 포웰이 득달같이 골밑으로 달려와 동점 득점을 올려 승부를 연장으로 몰고 갔다.
연장에서도 승기를 먼저 잡은 쪽은 SK였다. 코트니 심스가 2번 연속 골밑 3점 플레이로 6점을 넣으며 종료 2분 전 86-82로 앞섰다. 이 정도면 천신만고 끝에 승리가 눈앞에 온 것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전자랜드는 도대체 포기를 몰랐다. 15초 뒤 포웰이 3점을 꽂았고, 종료 1분 4초 전에는 그때까지 무득점에 그쳤던 정영삼이 포웰의 패스를 받아 또 3점포를 터뜨렸다. 88-86, 역전.
벼랑에 몰린 SK도 포기를 모르긴 마찬가지였다. 종료 45초 전 최부경이 귀중한 공격 리바운드에 이은 골밑슛으로 동점을 만들었다.
SK로서는 에이스 애런 헤인즈가 빠진 상황에서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2, 3차전 모두 SK가 이겼다 해도 이상할 게 없는 경기였다. 그러나 전자랜드의 정신력이 더 셌다. 대부분 SK의 우세를 전망했지만 전자랜드의 투혼까지 예상하지는 못했다.
2차전도 마찬가지였다. SK는 종료 40초 전 김선형의 3점포로 75-72로 앞섰지만 자유투 4개를 모두 놓치면서 역전의 빌미를 제공했다. 포기를 모르는 전자랜드는 포웰의 연속 레이업으로 짜릿한 역전 드라마를 연출했다.
경기 후 김선형은 코트를 빠져나가면서 "전자랜드의 투지가 더 강했다"면서 "정신력에서 우리가 졌다"고 패배를 인정했다. 한국 프로농구 역사에 남을 명승부의 한 축을 담당했던 위대한 패자의 마지막 한 마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