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감자' 무상급식, 경남은 결국 중단… 4월부터는 급식비 내야

문재인-홍준표 18일 '무상급식' 회동에 관심..뿔난 학부모들 공동대응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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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7년 거창군에서 시작됐던 경남의 무상급식이 4월부터 전면 중단된다.

홍준표 지사가 무상급식 지원 중단 대신 추진하는 서민자녀 교육지원 사업을 뒷받침 할 조례가 경남도의회 소관 상임위원회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2010년 8월 김두관 전 지사와 고영진 전 교육감이 도내 모든 초중학교 무상급식 확대 지원을 약속한 지 4년 7개월 만에 전국 17개 광역 시도 가운데 유일하게 경남만 유상급식으로 전환된다.

◇ '서민자녀 교육지원 조례' 통과로 경남 무상급식은 '끝'

서민자녀 교육지원 사업의 핵심은 가정 형편이 어려운 자녀에게 연간 50만 원 정도를 교육비로 쓸 수 있는 '교육복지카드'를 발급해 주는 것이다.

이 사업의 재원은 경남도와 18개 시군의 무상급식비 643억 원.

경남도의회 기획행정위원회는 지난 12일 이 예산이 투입된 서민자녀 교육지원 조례안을 새누리당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통과시켰다.

재적 9명에 찬성 8명, 유일하게 새정치민주연합 김지수 도의원만 반대 표를 던졌다.

김 의원은 조례 심사에서 "조례가 제정되기 전에 시군 몫까지 사업 예산으로 포함시킨 것은 지자체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했다"며 "절차에 하자가 있는 조례를 만들고 있어 황당하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또, "아직 보건복지부로부터 검토의견서를 받지 못해 협의가 끝나지 않았고, 사회보장기본법에 따라 교육지원 사업인데도 해당 기관인 교육청과 전혀 협의가 없었다"며 조례 제정의 부당성을 지적했다.

실제 보건복지부도 서민자녀 교육지원 사업이 기존 교육비 지원과 내용이 유사, 중복된다며 재협의를 지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경남도는 보건복지부와 절차상 모든 협의가 끝이 났다고 주장했다.

교육복지카드 발급이 가난한 아이라는 낙인과 상처를 줄 수 있다는 우려와 교육청 사업과의 중복, 수혜자 선정 투명성 등의 지적도 있었지만 경남도는 전혀 문제가 없음을 강조했다.

무상급식비로 탄생한 조례인만큼 도민들의 관심이 뜨거웠지만 상임위 심사는 1시간여 만에 끝이 났다.

조례 입법예고 기간 동안 125건의 도민 의견이 접수됐는데 찬성 의견이 단 1건도 없었다. 조례 반대가 124건, 수정 의견이 1건이었다.

새누리당 도의원 40명이 공동 발의한 조례인데도 대표 발의한 이갑재 도의원보다, 집행부인 경남도가 의원들의 질문에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답변해 조례를 누가 발의했는지 헷갈릴 정도였다.

이 조례가 상임위를 통과함에 따라 경남의 무상급식은 사실상 끝이 났다.

오는 19일 본회의 통과 절차가 남았지만 새누리당이 압도적 다수인 도의회가 뒤집을 가능성은 '0'에 가깝다.

유상급식 가정통신문
◇ "따뜻한 점심 한 끼 이젠 돈내야 해요"… 뿔난 학부모들

경남교육청은 그동안 무상급식 혜택을 받았던 학부모들에게 유상급식을 알리는 가정통신문을 전달했다.

급식비를 내야만 따뜻한 점심 한 끼를 먹을 수 있다는 내용이다.

시 지역 중·고등학생을 제외한 경남의 모든 초·중·고등학생의 학부모들이 무상급식 혜택을 받다가 이제 자녀 1명 당 연간 40~70만 원의 급식비를 내야 한다.

저소득층 6만 6,000여 명을 제외한 도내 21만 9,000여명의 학생이 해당되는데, 자녀가 많을 수록 급식비는 배로 늘어난다.

유상급식을 현실로 직시한 경남의 학부모들의 불만도 쏟아지고 있다. 특히 저소득층 혜택을 받지 못하는 서민층의 부담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창원의 초등학생 자녀 3명을 둔 A씨는 사업 실패로 아내가 번 돈으로 가정을 힙겹게 꾸려 나가는 서민층이다.

이런 힘든 여건 속에 연간 120만 원의 급식비를 이제 내야 한다.

A 씨는 "경남 도민들도 같이 세금을 내는 국민인데 경남만 유별스럽게 급식을 중단한다"며 "자녀들 학원도 못보내고 있는데…"라며 가슴을 쳤다.

하동 귀농민인 B씨는 "교육비 걱정을 덜기 위해 귀농했는데 오히려 반대가 됐다"며 "촌 지역에서 선별급식은 말도 안 되어서 무상급식을 해달라고 계속 요구하지만 도지사에게 씨알도 안 먹힌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리고 "한마디로 증세와 다름없다"고 한숨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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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있어서는 안되겠다"며 팔을 걷어 붙인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공동 대응 움직임도 일고 있다.

양산시에서는 학부모 200여명이 도의회가 개원한 지난 12일 양산시청 앞에서 '세금 내가 내고 니가 갑질하냐', '경남 꼴이 우습구나 아이들아 미안하다', '강남도 무상급식, 경남만 유상급식'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무상급식 중단 반대를 외쳤다.

이들 학부모들은 양산지역 36개 초등학교, 14개 중학교, 11개 고등학교 학부모들이 참여하는 SNS 상의 모임 회원들이다.

'무상급식지키기 집중행동'이란 이름의 이 모임은 가입자 수가 1천200명이 넘어섰다.

◇ 경남교육청 추경예산안 '통과 쉽지 않을 듯'

경남교육청 추경예산안도 진통이 예상된다.

경남교육청은 지난해 12월 경남도와 시군의 예산 중단 방침을 밝혔음에도 올해 무상급식 예산(경남도와 시군 643억, 교육청 482억)에 지자체 몫을 포함시켰다.

경남도의 입장이 바뀔 수도 있다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의회는 도와 시군이 무상급식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지만, 세출 예산을 손대지 않고 그대로 통과시켰다. 교육청 자체 예산으로 편성하란 뜻이다.

경남교육청은 더 이상 지자체의 예산 편성을 기대하기 어려움에 따라 잘못된 급식 예산을 바로 잡겠다며 도와 시군 몫을 뺀 추경예산안을 제출했다.

박종훈 교육감은 "지난 본예산 심의에서는 의원들께서 급식비 지원의 여지를 살려두기 위해 세출 항목을 마련해 주셨다"며 "급식비 지원 확보를 위해 발로 뛰었지만, 노력의 성과를 거두지 못해 세입 없는 세출 예산을 마련하는 것이 매우 힘들게 됐다"며 예산 수정의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도의회 다수인 새누리당 의원들은 교육청 자체 노력은 하지도 않고 의회가 통과시킨 예산을 불과 3개월 만에 수정해 제출했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갑재 도의원(새누리당) "무상급식이 중요하다면 경비 절감 노력 등 자체적으로 어떤 고민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이런 노력도 없이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4월부터 급식 중단을 알리고 도와 시군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후안무치에 놀랄 수 밖에 없다"고 맹비난했다.

이처럼 여당의 반발 기류가 상당해 심사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되는 등 원안대로 통과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와관련 도의회 교육위원회는 13일 경남교육청 추경예산안에 대해 심사를 보류했다.

교육위는 "학교 무상급식에 대한 자체 예산 방안이 부족하고 추후 지자체와 긴밀한 협의가 필요하다"며 심사 보류 결정을 내렸다.

이에따라 경남교육청 추경예산안 심사 자체가 어렵게 됐다.

박종훈 경남교육감(좌), 홍준표 경남지사(우)
◇ '대화와 타협 실종'… 문재인-홍준표 18일 '무상급식' 회동 관심

경남도와 교육청간 단 한번도 제대로 된 대화나 논의없이 무상급식은 결국 중단됐다.

박종훈 교육감이 '4월 급식대란' 전에 마지막으로 대화를 하자며 홍준표 지사에게 요청했으나, 홍 지사는 거절했다.

박 교육감은 12일 도의회에서 홍 지사에게 가까이 다가가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고 싶다"고 했지만, 홍 지사는 "교육청 소관 사무는 교육청에서 하고 도청 소관 사무는 도청이 하지, 더 이상 외부적으로 쇼하지 말고 각자 알아서 하자"며 단호하게 거절했다.

더 이상 경남도와 교육청간 대화나 타협은 기대하기 어려워 보이는 이유다.

박 교육감과의 만남을 거절한 홍 지사는 경남도의 무상급식 중단을 강도높게 비판하고 있는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는 회동을 갖기로 했다.

문 대표는 "경남도와 교육청을 중재해서라도 다시 무상급식을 살릴 수 있는 방안이 없는지 찾아보겠다"며 회동을 제안했고, 홍 지사는 "정당 대표를 만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회동 제의를 수락했다.


회동 날짜는 창원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회가 열리는 오는 18일로 결정됐다.

그러나 홍 지사와 문 대표는 무상급식에 대한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어 격론이 오갈 것으로 예상된다.

때문에 어떤 중재안이 나오거나 대타협을 이룰 가능성은 극히 적어 보인다.

◇ 지자체 지원 의무화하는 '무상급식 법제화' 필요

이처럼 각계의 반발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무상급식을 다시 살릴 수는 없을까?

현재로선 학교급식 관련 법 개정이 현실적인 해법으로 보인다.

무상급식이 대체적으로 사회적 합의를 거친 정책이라고는 하지만, 자치단체장의 성향에 따라 중단 위기를 겪는 등 매 번 논란이 되어 왔다.

경남만 봐도 그동안 잘 추진돼온 무상급식 정책이 홍준표 도정으로 바뀌면서 삐걱거리더니 중단되는 사태에 이르렀다.

이같은 문제가 벌어지는 이유는 지자체와 교육청이 무상급식에 합의는 했지만, 재원 방법이나 비율, 조달 계획, 지원 의무 등을 법적으로 못 박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자체에서 일방적으로 약속을 깨고 중단한다 해도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경남과 같은 상황이 다른 시도에서 벌어질 수도 있다.

때문에 학교급식을 위한 식품비 50%는 국가가 부담하고, 나머지는 자치단체장과 교육감이 협의해 부담하도록 비율을 명시한 학교급식법 개정안 통과가 현실적인 대안으로 보인다.

그런데 새정치민주연합에서 이 개정안을 이미 발의했지만, 여당의 반대로 수 년째 빛을 보지 못하고 잠만 자고 있다.

유승희 최고위원은 "지금 사실 통과가 빨리 되어야 하는데 아무래도 홍준표 지사가 상당히 공개적이고 대중적으로 이런 것들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새누리당도 부담이 있는지 약간 법이 통과 되는데 시간이 좀 걸리고 진통을 좀 겪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남에서도 '무상급식 법제화'를 위한 움직임이 시작됐다.

지자체의 무상급식 지원을 의무화하는 학교급식 지원 조례 개정을 위한 주민발의가 새정치민주연합 경남도당을 중심으로 적극 추진중이다.

현행 학교 급식 지원조례 제5조는 '급식경비를 예산의 범위에서 교육감 또는 시장, 군수를 통하여 지원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지원할 수 있다'는 현행 조례를 '지원 한다'와 같은 의무 조항으로 바꾸는게 핵심이다.

김지수 새정치민주연합 경남도당 대변인은 "경남의 경우 2005년 주민들의 무상급식 제안 등으로 거창군의회가 관련 조례를 제정한 점에 비춰볼 때 무상급식 조례는 사실상 주민이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이번 주민 발의에 의해 주민 힘으로 조례를 복원하려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경남도가 청구인 대표자 증명서 교부를 거부하면서 법적 공방이 불가피한 무상급식 주민투표도 야당과 학부모·시민단체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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