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철수에게 '음악캠프'란? "삶, 친구, 애인"

[기자간담회에서 만난 스타] 25년차 장수 DJ 배철수

DJ 배철수가 12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 신사옥 골든마우스홀에서 진행된 MBC 라디오 '배철수의 음악캠프' 25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대체불가'라는 말을 하지 않을 수 없다. 25년이라는 시간 동안 배철수와 '음악캠프'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어 있었다.


MBC FM4U '배철수의 음악캠프'(91.9MHz)는 팝음악 전문 프로그램으로 그동안 폭넓은 청취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특히 배철수는 지난 1990년 3월 19일 방송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25년간 DJ 자리를 지켜는 대기록을 세우게 됐다. 하루 2시간씩 만 25년, 총 1만 8천 시간, 동일 타이틀, 동일 DJ의 음악 방송으로는 국내 최장수 기록이다.

배철수는 12일 서울 상암MBC 골든마우스홀에서 '배철수의 음악캠프' 25주년 기념 간담회를 열고 취재진과 만났다. 이날 그는 특유의 입담으로 현장을 들었다 놨다. 자신의 음악적 철학, DJ에 임하는 자세, 잊지 못할 에피소드 등 다양한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 "'음악캠프', 그리고 DJ…내 삶 자체"

배철수는 본인 스스로 "'음악캠프'를 너무 오래했다"고 말했다. 처음 DJ를 맡았던 25년 전만 해도 '잠깐 하다 말겠지'라고 생각했단다. 하지만 어느새 배철수에게 '음악캠프'는 삶 자체이자 가장 친한 친구, 사랑하는 애인이 됐다.

"지금이야 오래 해서 좋게 봐주시는데, 처음에는 방송 환경에 맞지 않는 진행자였어요. '저 친구 생방송 때 사고 좀 치겠다. 욕도 할지 모른다'는 이야기도 들었죠. 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어요. 개편 때마다 이야기 하지만, 앞으로 얼마나 더할지 모르겠어요. 6개월 단위로 또 기회가 주어졌구나 생각하며 임하고 있습니다."

그는 DJ로서 자신의 장점을 '성실함'과 '솔직함'으로, 단점을 '고집'으로 꼽았다.

"어울리지 않을 수 있지만 제 장점은 성실함입니다. 또 솔직함이 아닐까 싶어요. 입에 발린 소리를 잘 못해서 청취자들과 자주 다투기도 했고, 맞으면 맞다고 틀리면 틀리고 하지 절대 돌려서 이야기하지 않았어요. 단점은 너무 많죠. 일단 따뜻함이 부족하고, 남에 대한 배려도 부족해요. 그리고 고집이 세죠. 일을 같이해본 사람들은 다 알겁니다. 양보를 잘 안해서 피곤했을 거예요. 하하."

이제 배철수 없는 '음악캠프'는 상상조차 할 수 없게 됐다. 그는 전설적인 스포츠 스타들의 등번호를 '영구 결번'으로 지정하듯, "배철수 없는 '음악캠프'는 영구 폐지해야 한다"고 말하며 웃었다.

(사진=황진환 기자)
◇ "피식 던지는 농담에 웃어 줄 수만 있다면…"

'음악캠프'는 그동안 셀 수 없이 많은 팝 음악을 청취자들에게 들려줬다. '음악'이 아닌 '수다'로 방송 시간을 채우는 타 라디오 프로그램들 속에서 흔들림 없이 정체성을 유지해왔다.

수다가 완전히 없는 건 아니다. 욕쟁이 할머니를 연상케 하는 배철수의 입담은 곡에 생명력을 더한다. 같은 곡이라도 MP3로 들을 때와 '음악캠프'를 통해 들었을 때의 느낌이 다른 이유다.

"라디오에 음악이 많이 안 나옵니다. '음악캠프'도 초반에는 20곡을 넘게 틀었는데 지금은 15곡을 못 넘더라고요. 그만큼 제가 말을 많이 하는 거죠. 그럼에도 지금 라디오 중에선 음악을 많이 내는 편이예요."

25년이라는 격동의 세월 동안 숱한 사회문제들이 있었다. 하지만 배철수는 '음악'에만 집중했다. 전 국민이 슬픔에 잠겨 있었을 때도 그는 음악을 틀고, 특유의 시니컬한 농담을 던졌다.

"'이렇게 큰 일이 있는데 너는 왜 이에 대한 코멘트가 없냐'는 비난을 많이 받았어요. 저는 그럴 때마다 정치, 사회문제는 수많은 프로그램에서 하루 종일 듣지 않느냐고 반문했어요. 직장, 학교를 마친 후 좋은 음악을 듣고, DJ가 피식 던지는 실없는 농담에 웃을 수 있는, '음악캠프' 존재 이유는 바로 그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진=황진환 기자)
◇ "아이돌 음악에 감동 못 느껴…팝 음악, 여전히 중요"

메탈리카, 딥 퍼플, 블랙 아이드 피스, 제이슨 므라즈,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리아나, 비욘세 등 세계적 팝스타들이 '음악캠프'를 다녀갔다. '음악캠프'가 국내를 대표하는 팝 음악 프로그램이라는 걸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배철수는 '미국의 앞잡이'라는 극단적 비난을 들으면서도 팝 음악에 대한 중요성을 꾸준히 설파해왔다.

"팝 음악을 단순히 미국이나 영국의 대중음악으로 생각하는 건 옛날 생각이죠. 그냥 가장 큰 문화 중 하나라고 보는 게 맞습니다. 팝음악을 듣지 않고 우리 안에서 복제 재생산을 이어간다면 세계 음악 시장에서 도태될 수 있어요. 전 세계 젊은이들이 팝 음악을 듣는다면 우리도 들어야 하는 게 맞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아이돌 음악이 주를 이루는 국내 가요계에 대한 소신도 전했다. K팝이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아직 채워나가야 할 부분이 있다는게 그의 생각이다.

"저도 아이돌 그룹들의 음악을 왔다 갔다 하면서 들어요. SNS에서 유행하는 EXID '위아래' 직캠도 한 번 봤는데 선정적이더군요. (웃음). 젊은 친구들이 즐겨드는 음악과 책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접근하려 하는데 사실 큰 감동은 못 느껴요. 그냥 재미있게 봅니다. 모든 예술은 다양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국내 가요계는 그 점이 부족

꾸준한 사랑을 보내주는 청취자들에 대한 감사 인사도 잊지 않았다.

"'음악캠프'는 25년 전에도 젊은 프로그램이었어요. 따져보면 지금 50대 이상이 즐겨 들어야 하는데 조사해보면 2~40대가 주 청취자입니다. 지금까지 듣고 계신 분도 있고, 떠난 분도 있고, 새롭게 찾아오신 분들도 많죠. 아마 국내에서 가장 연령층이 넓지 않을까 싶어요. 다양한 세대, 직업을 가진 분들과 함께하는 것에 큰 자부심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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