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지난해 8월 기준)에 따르면 국내에서 최저임금(시급 5210원) 미만의 급여를 받고 일하는 노동자 수는 227만명에 달한다. 전체 노동자의 12.1% 비중이다.
또 올해 최저임금(5,580원) 미달 노동자는 268만명(14.2%)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최저임금 미달자 비중은 해마다 증가하는 양상이다.
특히 외국에 비해 최저임금 미달자 비율이 월등히 높았다. 국회 입법조사처의 2013년 기준 조사에 따르면, 영국 0.8%, 일본 2.1%, 미국 2.6% 등은 우리나라보다 낮았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가 지난해 3월 정보공개청구를 거쳐 확보한 '최저임금 단속 및 신고 현황'에서도 당국의 부실감독 문제가 나타난다. 이에 따르면 노동부는 2013년 적발한 최저임금 위반 사업자 중 고작 0.2%(12건)만 사법처리했다.
정보공개센터는 "2013년 최저임금 위반 6,081건 중 시정조치가 6,063건으로 99.7%는 솜방망이 처벌뿐이었다. 신고사건은 전년대비 2배 증가(620→1,101)했으나, 지도감독 업체 수는 오히려 절반 아래로 감소(2만 1,719→9,943)했다"고 비판했다.
이를 반영하듯, 여야 의원들은 ▲위반 사업자 벌금 및 과태료 인상(새누리당 김성태 및 정의당 심상정 의원) ▲최저임금 미지급 사업자에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새정치연합 한정애 및 정의당 심상정 의원) 등을 담은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유선 선임연구위원은 CBS와의 통화에서 "정부의 성실한 관리감독과 위반 사업자에 대한 제재의 실질성 두가지가 관건"이라며 "일선 전담인력이 부족한 게 현실이지만 몇년전 대형마트 대상 집중단속처럼, 필요시 행정권을 집중 행사하는 프로그램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채찍'만이 능사가 아닌 만큼 홍보와 계도를 병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현행법상 수습사원에 대해 최저임금을 보장하지 않아도 되는 등 최저임금 미달자 전원이 부당한 피해자인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국회 입법조사처 김준 환경노동팀장은 "최저임금 인상이 반드시 필요한 만큼, 반대 쪽 이해 당사자인 사업자를 지도와 계몽으로 유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강기정 정책위의장도 "최저임금 인상을 강제하는 것으로만 끝나서는 시장에서 효력이 나타나지 않는다. 연착륙을 위해서는 중소 상공인, 영세 자영업자의 부담을 덜어주는 정책도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적 인식, 특히 사용자들의 최저임금에 대한 불안감을 개선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사용자 단체인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정부와 국회의 '최저임금 인상론'에 맞서 "더 이상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고용불안과 고용감소로 이어져 근로자에게 불리해 질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는 최저임금 입법이 논의되던 1986년 "부작용 최소화를 위해 적용대상을 최소한으로 해야 한다", 최초의 최저임금을 결정하던 1987년 "월급 10만 5,000원 이상이면 영세하청업체는 모두 도산한다" 등에서 시작해 최근까지 사용자 측의 부정적 시각이 불변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결국 정부와 민간 모두에서 최저임금 준수의식이 고양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홍헌호 시민경제사회연구소장은 "최저임금 인상도 중요하지만, 최저임금의 준수도 중요하다"며 "대기업에 대한 엄격한 법 집행과 영세기업에 대한 지원책 등 다양한 제도를 통해 최저임금법 적용이 확대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