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형 윤여정 '장수상회'로 연기인생 100년 '활짝'

44년 만에 가슴 절절 70대 연인 호흡…"살아서 재회한 역사적 현장"

배우 윤여정과 박근형이 12일 오전 서울 압구정 CGV에서 열린 영화 ‘장수상회’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배우 박근형과 윤여정이 가슴 절절한 사랑을 나누는 늦깍이 연인으로 분했다. 다음달 9일 개봉하는 '장수상회'(감독 강제규, 제작 ㈜빅픽쳐·CJ엔터테인먼트)를 두고 하는 말이다.

박근형은 이 영화에서 진열대 안 우유 하나도 흐트러지면 안 된다는 철칙을 지닌 장수마트의 오랜 모범 직원 성칠 역을 맡았다. 까칠함을 무기로 70년을 살아 온 성칠은 앞집에 이사 온 꽃집 여인 금님(윤여정)의 다정한 미소에 무장해제 되고, 사랑에 눈뜨게 된다.

12일 서울 신사동에 있는 CGV 왕십리점에서 열린 장수상회 제작보고회에서 박근형은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학창시절 한 여인을 보고 설레는 마음을 가졌던 기억이 먼저 떠올랐고, 반드시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며 "젊은 날 많은 애정물을 찍었지만 이번에는 10대부터 70대까지 공감하는 사랑의 중심에 섰다는 데 보람이 크다"고 전했다.

박근형과 호흡을 맞춘 윤여정이 연기한 금님은 따뜻함을 지닌 인물이다. 까칠한 성칠이 아무리 성질을 내도 친절한 미소를 잃지 않는 금님은, 먼저 손 내미는 법 없는 성칠에게 식사를 제안하는 등 그의 마음을 조금씩 움직인다.

이날 제작보고회에 함께한 윤여정은 "시나리오를 보고 처음에는 '이 여자 뭐하는 사람인가'라는 생각에 손발이 오그라들었는데, 나중에 오는 반전이 좋았다"며 "강제규 감독님이 연출한다기에 '그 사람 폭탄 터뜨리는 영화만 하는데 맞냐'고 물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배우 윤여정과 박근형이 12일 오전 서울 압구정 CGV에서 열린 영화 ‘장수상회’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관록 넘치는 두 배우의 인연은 4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근형은 "상대역이 윤여정 씨라 해서 깜짝 놀랐는데, 윤여정 씨가 어릴 때부터 함께 일하면서 봐 온 사이여서 '그도 나이를 많이 먹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라며 "당시에는 저와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지만 이번에 함께 작업하면서 얘기도 많이 나누고 웃으면서 여유롭게 연기 계획을 세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윤여정은 "생각해 보니 제가 스물세 살에 TV 드라마 '장희빈'(1971)을 할 때 상대인 숙종 역이 박근형 선생님이셨다. 이후 몇 십년 뒤 드라마 '꼭지'(2000)에서 부부로 만났지만 서로 싫어하는 원수 관계였다"며 "그래서 장수상회 촬영장은 우리가 장희빈 이후 반세기 만에 서로 살아서 만난 역사적인 현장이었다"고 했다.

이어 "장희빈 때는 제 연기에 대해 그렇게 뭐라 했는데 '이번에는 가르치지 말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박근형 윤여정에게 영화 장수상회는 둘이 합쳐 연기인생 100년을 결산하는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남다르다.

박근형은 "장수상회는 다시 없을 봄꽃 같은 사랑 애기로, 가슴에 새길 수 있는 다른 이야기가 하나 더 있으니 기대해 달라"고 전했다.

윤여정은 "새로운 작품을 만날 나이는 이미 넘었기에 이제는 작품을 하면서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에 무게를 둔다"며 "인연이 생긴 것, 제게는 작품보다 그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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