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여승무원은 왜 미국법원에 소송했을까?

[박재홍의 뉴스쇼 - 행간]


■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김성완 (시사평론가)

◇ 박재홍> 김성완의 행간, 시사평론가 김성완 씨 나와계십니다. 어서 오십시오.

◆ 김성완> 네, 안녕하세요.

◇ 박재홍> 오늘 다룰 주제는 뭐죠?


◆ 김성완> 조용한 사람이 화가 나면 더 무섭다, 그런 얘기가 있잖아요.

◇ 박재홍> 그렇죠.

◆ 김성완> 땅콩회항 사건 당시 박창진 사무장과 함께 폭언, 폭행피해를 입었던 여승무원이 그동안의 침묵을 깨고 미국에서 대한항공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대한항공 여승무원이 미국법원에 소송한 이유, 그 행간을 좀 살펴볼까 합니다.

◇ 박재홍> 어제 이 소식 듣고 많이 놀라셨을 것 같아요, 많은 분들이. 폭행 당한 사실을 부인했던 여승무원 아니었습니까?

◆ 김성완> 네, 맞습니다. 깜짝 반전이라는 게 바로 이런 거구나, 이런 생각까지 들었는데요. 소송을 낸 여승무원은 땅콩회항 사건의 최초 피해자잖아요. 마카다미아 서빙을 했던 바로 그 당사자인데요. 검찰 조사에서 그런데 ‘폭언과 폭행은 없었다.’ 이렇게 부인을 했고 검찰 청사에 들어가면서 웃는 모습이 언론에 공개가 되어서 상당히 논란이 많았었죠. 당시 대한항공으로부터 교수자리를 제안받은 대가가 아니냐, 이런 의심까지 사람들이 했었는데. 물론 이제 나중에 본인이 부인을 하기는 했지만 하여튼 그 당사자가 갑자기 소송을 냈다고 하니까 사실 놀랄 수밖에 없는 거죠. 현재 대한항공에 18일까지 병가를 내고 쉬고 있는 상태라고 하는데, 소송까지 낸 상황을 보니까 아무래도 회사 다니기는 좀 어렵지 않을까, 이런 생각까지 듭니다.

◇ 박재홍> 바로 그 여승무원이 갑자기 박창진 사무장과 함께도 아니고 혼자 미국법원에 대한항공을 상대로 소송을 낸 건데,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네요.

◆ 김성완> 김 씨 소송을 대리하는 미국 로펌측이 소송을 냈다고 공개를 한 거잖아요. 사흘 전에 미국 뉴욕 지방법원에 소송을 냈다, 이런 건데요. 그 내용을 설명하면서 아주 흥미로운 얘기를 했습니다. 이 여승무원이 ‘소송하지 않고 조현아 씨, 대한항공 측과 개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를 원했다. 그런데 그들은 협상에 응하지 않았다.’ 이런 얘기를 했거든요. 이게 무슨 얘기냐면 회사측과 원래 소송하지 않고 조용히 협상하려고 시도를 했는데 대한항공 측이 거부를 했다, 이런 겁니다. 어떤 조건을 제시했었는지는 모르지만요. 그러니까 그 과정에서 우리가 알지 못하는 얘기들이 계속 오고 가고 있었다, 그게 틀어지니까 소송까지 갔다, 이렇게 봐야 될 것 같습니다.

◇ 박재홍> 개인적으로 해결하기를 원했다, 이런 부분인데. 그렇다면 왜 우리나라가 아니고 미국에서 소송을 했을까요?

◆ 김성완> 이 땅콩회항이 미국 뉴욕 JFK공항에서 벌어진 일이다, 그러니까 속지주의 때문에 미국 법원에 소송을 냈다, 이게 언론의 대표적인 분석인데요. 물론 그럴 수 있는데 하지만 반드시 그럴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아니 그래야 하는 건 아닙니다. 우리나라에서 소송을 낼 수도 있는 거였거든요. 비행기 기내는 사실 어느 나라 영토도 아닙니다. 통상 국적기의 경우에 그 항공사가 속한 나라의 영토로 간주를 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또 그런 것도 아닙니다. 며칠 전 인천공항에서 6개월 동안 생활한 아프리카 난민청년 사연을 인터뷰하신 적 있잖아요.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겠습니까? 출입국 심사대를 통과하면 그곳부터는 공역으로 간주합니다. 그러니까 어느 나라 법률도 미치지 않는데요. 쉽게 말씀 드리면 우리나라 땅이되 우리나라 법효력이 미치지 않은 공간이 되어 버린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비행기 기내도 역시 그 효과 그대로 미친다는 건데요. 그러니까 비행기 기내에서 사건이 일어나면 아주 골치가 아픈 거죠.

◇ 박재홍>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습법처럼 통상적으로 적용되는 관례라는 게 있지 않겠습니까?

◆ 김성완> 제가 잠깐 말씀을 드렸던 것처럼 통상 국적기는 그 나라 법률이 미치는 곳, 이렇게 간주는 하지만 이게 코에 걸면 코걸이고 귀에 걸면 귀걸이인데요. 항공사가 소속된 국가와 항공기가 운행하는 구간의 국가의 법, 비행기 도착지 국가의 법, 모두 적용을 받습니다. 예를 들어서 설명하면요. 실제 있었던 일인데요. 아프리카 우간다 여성이 네덜란드에서 비행기를 타고 미국 보스턴으로 가던 중이었는데요. 캐나다 영공을 지날 때 여자아기를 출산했습니다.

◇ 박재홍> 아, 비행기 안에서.

◆ 김성완> 그 아기는 어느 나라 국적이 될까요? 굉장히 복잡하죠? 우간다, 네덜란드, 미국, 캐나다 4개의 국가가 직간접적으로 다 개입이 돼 있잖아요. 그래서 나중에 캐나다 법원에 소송까지 가서 캐나다에서 '우리나라 영공에서 벌어진 일이니까 우리나라 국적을 부여해야 한다', 그러면서 아기한테 캐나다 국적을 부여했어요. 심지어 이런 일까지 벌어지고 있거든요. 그러니까 대한항공 여승무원은 한국과 미국, 만약에 일본 상공에서 그런 일이 벌어졌다고 하면 일본 법률을 적용받을 뻔했는데 이번에는 그런 건 아니고 공항에서 벌어진 일이니까 미국에서 소송을 하게 된 거죠.

◇ 박재홍> 그래서 미국을 택하게 된 것인데, 그렇다고 하더라도 굳이 미국법원을 선택한 이유가 또 있을까요?

◆ 김성완> 세 가지 추정이 가능할 것 같은데요. 첫째로는 대한항공의 영향이 미치지 않는 곳, 가급적 먼 곳에서 소송하고 싶었다, 이렇게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대한항공 상무가 박창진 사무장한테 말했다고 하잖아요. “조사 내용, 우리 귀에 다 들어온다.” 그러니까 아무래도 대한항공하고 멀찍이 떨어져 있는 미국에 가서 소송하는 게 좋겠다, 이렇게 생각할 수 있을 것 같고요. 둘째로는 한국의 사법기관을 신뢰하지 못하겠다, 검찰 조사과정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는 모르지만 불신이 생겼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추정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마지막 세번째, 이게 가장 설득력이 있어 보이는데요. 미국에서 소송하는 게 훨씬 유리할 수 있다, 이렇게 판단할 수 있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서 국내에서 항공기 사고로 사망했다 그러면 우리나라 법원은 최고 20만 달러, 2억원까지 배상하면 되거든요. 그런데 미국은 어떠냐면 9.11 테러 당시 피해자들이 최고 810만 달러, 그러니까 91억원까지 배상을 받았습니다.

◇ 박재홍> 엄청나네요.

◆ 김성완> 미국은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있기 때문인데요. 그리고 또 정신적 피해를 굉장히 폭넓게 위자료로 산정을 하거든요. 그러니까 우리나라에서, 우리나라 법원에서 어떤 손해배상이나 이런 판결을 받는 것보다 미국 법원에 소송을 내서 배상을 받는 것이 훨씬 더 유리하다, 이렇게 판단했을 수 있었을 겁니다.

◇ 박재홍> 행간, 시사평론가 김성완 씨였습니다. 고맙습니다.

◆ 김성완> 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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