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12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2.00%에서 1.75%로 0.25% 포인트 전격 인하했다. 기준금리가 사상 처음으로 1%대로 떨어졌다.
기준금리는 지난해 8월과 10월 두차례 인하되면서 2%로 떨어진 이후 2월까지 4달간 동결됐었다.
이날 금통위가 금리를 인하한 것은 올 들어 2월까지 경기지표가 예상보다 훨씬 좋지 않기 때문이다.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 우려가 현실화되는 상황에서 경기를 살리기 위해서는 금리의 추가 인하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경기진작 효과는 적어면서 가계부채만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디플레를 막고 경기를 살리기 위해서는 정부의 부양 노력에 힘을 보태야 한다는 절박한 현실 인식이 작용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실제 2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0.52% 오르는데 그쳤다. 담배값 인상 부분을 빼면 마이너스다. 한은의 2013년~2015년 물가안정 목표 2.5%~3.5%. 저유가 등을 감안해도 물가상승률이 적정 수준에 못 미치는 것으로 디플레 우려가 그만큼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뿐만 아니라 경기흐름을 보기 위해 2월 성장률을 미리 파악한 결과도 예상보다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디플레 위험이 현실화되는 상황에서 가계부채나 금융안정 문제보다는 경기부양이 더 중요하다, 시급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시장의 다음 달 인하 예상과는 달리 이달에 금리를 전격 인하한 데는 통화정책의 기술적 측면도 작용했다.
지금의 경기흐름이라면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다음 달 금통위 때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출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통화정책은 선제적 대응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만약 다음 달 성장률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면서 금리를 인하한다면 통화정책이 실물경제를 뒤따라가는 모양새가 된다. 따라서 금리를 내린다면 다음 달보다는 이달이 적기라고 금통위는 판단한 것이다.
이달 기준금리가 그동안 사실상 금기시 돼온 1%대로 떨어지면서 향후 추가 인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 금리 시대는 한 번도 가본 적이 없고, 따라서 불확실성도 그만큼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