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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라가치상 휩쓸었지만…그림책은 '찬밥신세' ② 엄마들은 왜 그림책을 편식할까 ③ 방방곡곡 '그림책 문화활동'이 뜬다 |
당시 프로그램의 강사로 참여한 '이야기꽃' 출판사 김장성 대표는 "이 분들이 힘든 과정을 거쳐 그림책을 만든 후 스스로 뿌듯해 하면서 자기 삶의 의미와 가치를 새롭게 깨닫는 모습이었다"고 했다. 성남만남지역자활센터 관계자는 "그림책이라는 성과물을 만든 후 이 분들의 자존감이 눈에 띄게 향상됐다. 다만 외부에서 예산 지원을 받지 못해 2013년 이후 프로그램이 중단돼 안타깝다"고 했다.
#2.'햇빛공방' 생산자협동조합은 인형(완제품과 키트)과 생활용품을 제작해 판매하는 마을기업이다. 이 곳에서 일하는 4명의 주부 조합원은 순수 창작 인형(DIY인형 '재미꾸미') 뿐만 아니라 그림책 인형을 만든다. 지난 4일 방문한 매장의 선반에는 '시리동동 거미동동', '고 녀석 맛있겠다', '새앙쥐와 태엽쥐' 등 그림책 주인공을 모티브로 한 인형이 빼곡했다. 최근에는 그림책 '여우나무' 관련 작업이 한창이다.
'햇빛공방' 김소연 이사는 "그림책에서 봤던 캐릭터가 현실세계로 튀어나오니까 아이들이 재밌어한다"며 "다양한 교육도 진행한다. 유아들과 함께 '고 녀석 맛있겠다'에 나온 티라노사우르스에서 착안한 티라노 인형을 만들 때면 먼저 그림책을 읽어주는데, 그렇게 하면 공감대 형성이 잘 되기 때문에 결과물이 달라진다"고 했다.
'햇빛공방' 정수정 대표는 "그림책이 하나의 놀이문화로 정착되도록 아이들이 쉽게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늘릴 생각이다. 국내작가의 좋은 그림책을 알리는 기회로도 삼겠다"고 했다.
#3.시민단체 '그림책미술관시민모임'의 제주지부는 제주도 원도심에서 그림책 전문 갤러리 '제라진'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시민들이 직접 쓰고 그린 그림책을 전시했고, 최근에는 미국 그림책 작가 로즈메리 웰스의 일러스트레이션 원화전을 열었다.
충남 부여군 양화면 송정리 일대를 '그림책 마을'로 조성하는 3년 짜리 프로젝트도 실행 단계에 있다. '그림책미술관시민모임' 한명희 대표가 주축이 된 이 프로젝트의 주제는 '기억'이다. 어르신들이 마을에 얽힌 기억을 그림책으로 창작하면 그것을 청소년들에게 읽어주면서 세대간 교류를 활성화하고, 나아가 아카이브로 만들어 마을의 역사를 후손에게 전해주는 게 목적이다.
그림책을 매개로 한 문화활동이 확산되고 있다. 과거에는 그림책 전문가들끼리 그림책을 연구하고 토론하는 모임이 주를 이뤘지만 요즘은 전문가와 일반 시민이 함께 그림책의 매력과 가치를 나누는 활동이 점차 활발해지는 추세다.
그림책의 장점과 효과를 인식하고 있는 사람들이 그만큼 늘었다는 증거다. 국제아동청소년도서협의회 한국위원회(KBBY) 김서정 회장은 "글은 이성과 의식, 그림은 감성과 무의식을 담당한다. 그림책을 많이 접하면 전인적인 파장이 유발된다"며 "직접 쓰고 그리는 창조적 행위를 통해 자기 정체성을 세우고, 마음까지 치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제는 그림책을 향유하는 문화를 사회 전반으로 퍼뜨리는 게 과제다. 김서정 회장은 "그림책은 남녀노소 즐길 수 있는 일상예술품이다. 다양한 그림책 문화활동을 통해 그림책이 문화생활의 한 부분으로 자리잡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줄줄이 꿴 호랑이'를 펴낸 '사계절' 출판사 강현주 저작권실 실장은 "스위스의 한 출판사가 볼로냐 아동도서전에 전시된 이 책을 보고 불어로 출간했다. 곧이어 프랑스 출판사와 영화사와도 저작권 계약을 맺었다"며 "애니메이션 제작에는 한국인 스태프가 참여해 배경음악을 한국어 가사로 만들었다. 전 세계에 한국을 알리는데 일조한 셈"이라고 말했다.